[현대백화점그룹 비상경영]'적자경영' 면세사업, 미래 위해 아낌없이 '베팅'③외형확장 성장전략 '고수'…"위기 이후 대응 방안 마련 중"
김선호 기자공개 2020-03-30 14:47:36
[편집자주]
현대백화점그룹이 유통업계 침체에 더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까지 닥친 데 따라 전례 없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보수적이고 변화에 둔감하기로 유명한 현대백화점그룹이 이례적으로 각 계열사별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성장전략의 재조정이나 자산매각 등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성장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이후의 대응 방안 시나리오에 집중하고 있다”면세사업에 과감한 베팅을 해온 현대백화점이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이 와중에도 면세업을 영위하는 현대백화점 자회사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외형확장책을 고수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대응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면세시장에 첫 발을 디딘 2018년 황해연 대표는 공격적인 매출 목표를 내걸었다. 당시 황 대표는 “2020년 1조원 연매출 목표를 달성하고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꾸준히 외형확장에 주력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이러한 성장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베팅금 '2500억'…규모의 경제 실현 목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획득한 것은 2016년 12월이지만 실제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8년 11월이다. 중국발 악재 사드 여파로 인해 개점이 지연된 탓이다. 약 2년 만에 제1호 면세점인 무역센터점이 문을 열고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후발주자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시장 입성은 면세시장 경쟁 심화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대기업 한화갤러리아와 두산이 끝내 면세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동대문 두타몰의 공간(기존 두타면세점)을 임차하며 2호점을 개점하며 다른 행보를 보였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으며 외형확장책을 펼쳐온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근 인천공항 진출(DF7, 패션·기타 영역)에서도 승기를 잡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면세사업자가 입찰을 포기했음에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나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추진력을 보일 수 있었던 데는 모기업 현대백화점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백화점이 면세사업에 투입한 자금은 2500억원에 달한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인천공항 입찰에서도 고베팅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백화점과 아울렛 사업에 있어 소극적인 외형확장을 이뤄온 현대백화점의 움직임과는 현격히 비교된다. 그만큼 현대백화점이 면세사업에 거는 기대가 클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다. 규모의 경제 실현은 수익성 제고로도 이어진다.
실제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영업적자는 지난해 1분기 236억원, 2분기 194억원, 3분기 171억원, 4분기 141억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올해 초 동대문점이 추가로 오픈했으며 9월부터는 인천공항점 운영을 시작하는 만큼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흑자전환을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위기 이후 전투준비 태세, MD·영업 역량 강화
올해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인천공항점까지 합산할 시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점포는 시내면세점 2곳까지 3개 점포다. 이를 기반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게 현대백화점의 전략이다.
현재 현대백화점면세점 수장을 맡고 있는 황해연 대표는 지난해까지 그룹의 미래사업본부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던 인물이다. 황 대표 체제 하에 재무분야를 총괄하는 육우석 상무와 MD·마케팅분야 박장서 상무가 자리하고 있다. 그 중 박 상무는 올해 영입된 인물로 면세시장에서 MD통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전 롯데·신라면세점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 동안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유통공룡이라는 명성에도 불구 해외 3대 명품(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을 입점시키지 못해 브랜드 협상력이 경쟁사 대비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와중에 박 상무를 영입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패션 품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도 패션 영역에 집중해 출사표를 던진 이유이기도 하다.
패션 품목을 통해 매출 규모를 키울 경우 해외 명품 브랜드 입점이 더욱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기대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경우 납품 단가가 높기 때문에 타 품목에 비해 마진률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집객력을 높일 수 있으며 이에 따른 타 품목의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전부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와의 관계를 넓혀나갔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인바운드 여행사는 화장품 도매업을 시작했으며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매장을 입점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으로서는 이를 통해 인바운드 여행사와의 관계를 맺고 단체관광객 집객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현대백화점이 전 계열사에 비상경영 체제를 도입하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나 현대백화점면세점만은 성장 기틀을 닦아온 만큼 향후를 대비하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의 흑자전환이 늦어질 수밖에 없으나 향후를 대비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인천공항점 운영과 함께 전폭적인 영업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진출하게 될 시 기존 운영 중인 서울 시내 면세점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면세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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