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패러다임 전환] 불 붙던 해외투자, '사후관리? 베팅?' 동상이몽③장기 불확실성 보수접근, 초기투자·팔로우온 움직임도
이종혜 기자공개 2020-04-24 08:05:19
[편집자주]
창업 생태계 최전선에서 쉼 없이 달려온 벤처캐피탈이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생존을 위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책자금에 기반한 대규모 유동성을 기반으로 양적성장을 거듭해온 가운데 마주한 코로나19는 불확실성 증대와 맞물려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궤도가 흐트러진 모험자본은 어디로 가야 할까. 변화의 스펙트럼은 벤처투자 지형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투자와 펀딩, 회수 등 벤처캐피탈 생태계 전반을 집중 조명하고 내일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맞물려 최근 수년간 두드러진 벤처캐피탈의 해외 투자 질주가 제동이 걸렸다. 임시 처방으로 화상 회의를 통한 딜소싱과 기업설명회(IR)로 연명하고 있지만 실사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신규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속살을 들춰보면 벤처캐피탈별로 해외 투자 전략에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일부는 보수적 기조로 돌아선 반면 한 쪽에서는 낮아진 밸류에이션을 기회로 보고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위험노출 VC 사후관리 집중, 신규 투자 관망
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털의 해외 투자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에 따르면 2019년 해외 투자를 1건 이상 진행한 벤처캐피탈은 44곳(4050억원)에 달한다. 2018년 해외투자 규모(3193억원)보다 25% 이상 증가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소프트뱅크벤처스, LB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등 대형 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해외 기업 투자를 지원하는 정책펀드까지 연달아 결성되면서 광폭 행보가 이어졌다.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은 올 1월에도 해외 투자를 진행한 벤처캐피탈은 12곳이나 됐다. KB인베스트먼트와 소프트뱅크벤처스가 각각 540억원, 141억원으로 투자 규모가 가장 컸다.
이후 상황이 확 달라졌다. 수백억원의 실탄을 퍼부으며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벤처캐피탈의 경우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기 부담스러운 국면이 연출됐다. 관망세로 돌아서 당분간 기존 해외 포트폴리오 관리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베트남 이커머스 스타트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은 이동제한 상태”라며 “5월 초가 돼야 현지 경제활동이 시작될 전망으로 현지 상황을 보고 새로운 투자 전략을 구상해야 할 것” 이라며 말을 아꼈다.
전통적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투자에 강점을 보인 다른 벤처캐피탈은 “해외로 실사를 갈 수 없으니 신규 투자가 사실상 막혀 있는 셈”이라며 “해외 법인과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방향성을 잡으려면 시기가 적어도 하반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국·인도·베트남 등 초기투자 행보도, 팔로우온까지
지속적으로 해외 투자를 진행하는 벤처캐피탈들도 있다. 주로 미국, 인도, 동남아 등에서 신산업을 개척 중인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곳들이다.
이미 검증이 된 업체에 후속투자(팔로우온)를 이어가는 곳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벨류에이션 조정이 호재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13억 인구와 제조업 발전 가능성에 주목해 2016년 인도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한 네오플럭스는 일본과 베트남까지 무대를 넓혀 살펴보고 있다. 지난달에도 인도 현지 기업 6곳에 114억원을 투자했다. 모바일커머스,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 푸드테크 기업, 게임스튜디오 등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다.
네오플럭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의 도움으로 성장 중인 제조업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히든 챔피언 업체에도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네오플럭스는 베트남 기업 투자 검토 중이다.
해외 초기기업 투자에 선구안을 갖고 있는 세마트랜스링크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 보안 솔루션, 미디어 등 총 4곳에 투자했다. 싱가포르 금융AI 솔루션 기업 투자도 앞두고 있다.
베트남에 조기 진출해 알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디티앤인베스트먼트는 기존 투자 업체 중 팔로우온까지 계획하고 있다. 로컬커머스, 피트니스·뷰티 플랫폼, 게임·콘텐츠퍼블리셔 기업 등 4곳에 투자를 단행했다.
디티앤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현재 동남아 스타트업을 지원할 현지 벤처캐피탈이 마땅치 않은 상황으로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 호재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해외 투자 전략은 엇갈리지만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신남방으로 투자 영토를 확장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안이 통과되면서 벤처캐피탈 해외 투자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해외 역시 새로운 투자처로 꼽혔던 5G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비대면(언택트) 업체들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의 정석을 보여준 한국의 동남아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e커머스, 로지스틱스, 핀테크 등 시장 규모도 커질 예정이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에 한국 VC와 스타트업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날 것”이라며 “현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e커머스, 구매 배송 시장, 핀테크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