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재 나비효과 '레드테크']한국 울리는 적색경보, 차이나리스크 확산①화웨이·BOE 등 중국기업 간 거래 확대, 공급망 패권 다툼
김도현 기자공개 2025-04-04 13:22:47
[편집자주]
미국이 트럼프-바이든-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중국 기술 굴기를 노골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보기술(IT)·전자 업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TV 등 완제품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까지 전 영역에서 존재감이 확실하다. 한국 경제의 핵심 품목이어서 위기감이 고조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을 흔드는 '레드테크'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8일 16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옛날의 중국이 아니다. 더 이상 가격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많이 올라왔다. 말 그대로 '가성비'는 물론이고 프리미엄 라인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춰가는 분위기다."최근 만난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입을 모은다. 중국을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인식이 위기론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TV 등은 물론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등마저 중국이 깃발을 꼽아가고 있다.
◇완제품부터 부품까지 '중국산 도배'
화웨이를 필두로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의 스마트폰 공세는 이미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 제재로 화웨이가 잠시 흔들리긴 했으나 그사이 샤오미가 '글로벌 톱3'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화웨이마저 반등에 성공했다.
TCL, 하이센스 등이 상승세인 TV 분야도 비슷한 양상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TV 업체별 점유율 조사에서 삼성전자(16%)가 근소하게 1위를 지켰다. TCL(14%)과 하이센스(12%)는 선두를 바짝 추격하는 동시에 LG전자(10%)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국내 양대산맥이 압도적인 프리미엄 TV 부문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는 29%로 나타났다. 전년(41%) 대비 12%포인트 축소했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26%에서 19%로 줄었다. TCL이 12%에서 20%, 하이센스가 10%에서 16%로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이외 주요 가전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로봇청소기로 한정하면 이미 로보락, 에코백스 등 중국이 장악 중이다. 중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적잖은 국내에서 해당 기업들이 독점 지위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완제품만큼이나 부품 경쟁 심화도 큰 문제다. 중국 업계는 자국 정부 지원 아래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내재화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가령 국산 장비를 쓰면 지원금을 주거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식이다.
BOE, CSOT, 비전옥스 등이 이런 방식으로 급성장하면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휘어잡았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연이어 중국 LCD 공장을 현지 업체에 매각한 바 있다.
차세대 제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안심할 수 없다. BOE 등이 삼성전자, 애플 등 보급형 스마트폰에 패널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BOE는 애플 플래그십 모델용 OLED 적기 납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또 다른 핵심부품인 카메라 모듈에서도 중국 침투가 활발하다. LG이노텍이 사실상 독점하다가 코웰전자가 본격적으로 물량을 늘리고 있다. '멀티벤더' 정책에 따라 특정 업체 의존도를 낮추려는 애플과 공급망 신규 진입을 원하는 협력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메모리, 배터리 등에서도 중국이 틈을 파고들고자 한다. YMTC는 아이폰 낸드 납품을 눈앞에 두고 미국 정부 조치로 무산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진작에 스마트폰 배터리를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이외에 ATL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ATL은 애플과도 거래한다.
여기에 빅테크들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로봇 등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오픈AI의 간담을 서늘케 한 딥시크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등 하이테크 제품에 대한 지적재산(IP), 소프트웨어(SW) 등도 내재화가 한창이다. 삼성전자가 YMTC의 낸드 특허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전반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처럼 하드웨어(HW)부터 SW까지 중국판이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원가절감 vs 국산 살리기, 변수는 미국 행보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중국 협력사와 손잡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다. 같은 국적의 협력사와 동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을 살려야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이 생기고 국내 생태계가 살 수 있다는 명분도 있다.
다만 이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중국 경쟁사들이 저가공세를 펼치는 와중에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어서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안정화된 점도 한몫한다.
애플 등 외산 기업은 한국 협력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중국을 이용하기도 한다. 대안을 마련해 단가를 깎으려는 심산이다.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다. 1기 때보다 2기의 제재 수위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테크 산업 전반을 쥐고 흔들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도 예전처럼 당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력이 많이 올라온데다 유럽, 인도 등 대체 지역 공략에 성공한 덕분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의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흐름이다.
국내 대기업 중국법인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 굴기를 막기 위해 강력한 제재 장벽을 세웠으나 하나둘씩 무너지는 분위기"라면서 "오히려 미국 제재라는 자양분을 통해 중국의 레드테크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무력으로만 막을 시기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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