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증권사 직접 대출…회사채 시장 영향은? 수급 여건 개선, 투자 확대 vs 추가 매입 여력 아냐
이지혜 기자공개 2020-04-24 15:00:34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07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증권사와 보험사에 직접 대출을 진행한다. 비은행금융사에 유동성을 직접 지원해 회사채 시장을 안정시키고 금융기관의 자금 수급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우선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 조달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의 유동성 확보에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채 시장 영향에 대해서는 업계의 전망이 엇갈린다. 증권사가 회사채를 추가로 매입할 만한 여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과 함께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산유동화 단기물 시장에 '청신호'…증권사 유동성 리스크 완화
한국은행은 5월 4일부터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시행한다. 이 제도는 은행 외에도 증권사, 보험사를 대상으로 6개월 이내 대출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반기업이 발행한 신용등급 AA- 이상, 잔존만기 5년 이내의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통안증권 182일물 금리에 85bp를 가산한 금리로 즉시 대출해준다.
총 대출한도는 10조원이며 시행기간은 3개월이다. 다만 금융시장 상황 및 한도 소진 상황에 따라 시행기간을 연장하거나 대출한도를 높일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증권사가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태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은 이 제도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보험사는 자금유출 우려가 제한적이기에 증권사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며 "ELS 마진콜 사태를 겪고 PF-ABCP 차환실패로 유동성에 부담이 생긴 증권사의 자금 수급사정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증시가 휘청이자 ELS 마진콜 부담으로 CP를 조 단위로 발행했다.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위축된 CP시장에 수급부담까지 생기면서 CP금리가 크게 치솟았다.
증권사가 한국은행의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면 CP를 발행할 유인이 줄어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22일 기준 91일물 CP 최종호가수익률은 2.05%다. 한때 2.23%이상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내렸지만 여전히 높다. 반면 182일물 통안증권에 85bp를 가산해도 금리가 1%대 중반에 그친다. CP시장의 수급문제가 개선되는 것은 물론 증권사의 조달여력도 개선되는 셈이다.
단기자금 조달시장은 A1 CP를 중심으로 점차 금리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번 정책에 힘입어 ABCP나 ABSTB, PF-ABCP시장까지 온기가 퍼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ABCP와 ABSTB 매입확약을 하긴 했지만 유동성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기존의 매입확약 조치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한국은행의 이번 정책은 증권사의 유동성 확보 리스크를 낮춰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가 유동성 및 신용공여한 ABCP·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의 2분기 만기도래 잔량은 29조원이다. 증권사가 유동성 및 신용공여한 ABCP·ABSTB는 3개월 이내 차환발행되는 구조가 많으며 미매각시 증권사가 매입해야 한다. 현재 ABCP와 ABSTB 등 자산유동화물은 수요 부족으로 금리가 연초보다 대폭 상승한 것도 모자라 차환일정을 미루거나 중도상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사채 시장 전망, 업계 시선 엇갈려
한국은행의 정책이 증권사들의 IB영업과 회사채 발행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태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미매각 공모채가 발생해도 이를 일정 기간 동안 현금화할 수 있어 회사채 수급 여건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는 일반적으로 공모채 대표주관사나 인수단으로 선정될 때 총액인수계약을 맺는다. 이에 따라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면 이 물량을 인수해 셀다운해야 하는데 이 제도가 이런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이번 특별대출을 통해 증권사는 AA급 우량 회사채도 담보로 활용될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은 4월부터 전액공급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가운데 RP대상증권으로 기존의 국채와 통안채 외에 특수채와 은행채가 추가했다. 여기에 더해 자금조달 수단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AA급 회사채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비은행기관은 자금이 부족해서 대출을 받는 상황인데 회사채를 산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3월처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거나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 유효하다는 점에서 회사채 스프레드 추가 확대를 막는 ‘안전판’ 역할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특별대출은 우량 회사채를 통해 RP 조달이 어려울 때를 대비한 안정장치"라며 "채권시장이 정상적일 경우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다"고 전망했다.
21일 한국은행이 매입한 RP금리가 0.78%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통한 조달 비용은 거의 두 배가량 높다. 굳이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채에 투자할 만한 유인은 낮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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