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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코로나19에 현대제철 외화평가손 급증, 헤지 전략 먹혔다환헷지 규모 1조 넘겨, 올해 보수적 환율전략, 1분기 외화환산 손실 900억 육박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28 09:32:31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7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자본조달의 '기회비용'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0%대의 기준금리를 맞아 자기자본보다 외부자본을 통해 레버리지를 확대하는 추세였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식으로 재무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른바 '불안할 때 현찰이 최고'라는 분위기가 시장 안팎에 깔린 영향이다.

외환시장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환시장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원 달러 환율은 오름세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원 달러 환율의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졌던 바 있다.

이 때문에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CFO는 외환시장의 흐름을 판단한 후 외화환산 손실을 가능한 한 최소화할 수 있게 재무전략을 짜야한다. 환 헤지와 외화차입금 규모를 조정하는 것도 환손실을 줄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886억원의 외화환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화환산손익은 결산시점 원화로 회수하지 않은 화폐성 외화자산과 부채를 평가한 장부상 이익 또는 손실이다. 올해 1분기에는 평시보다 외화환산 손실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분기 124억원의 외화환산 손실을 인식했고, 전년인 2018년 1분기에는 265억원을 인식했다. 반면 올해 1분기에는 평년보다 손실규모가 눈에 띄게 커졌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달러당 원화가치가 하락한 영향이다. 1월초 달러 당 1150원 안팎을 이어갔는데, 팬데믹 선언 직후인 3월19일 환율은 1280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달러 당 1220원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

외화환산 손실 규모가 커진 건 외화차입금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단기차입금의 규모를 줄이고, 장기차입금의 규모를 늘렸다. 차입 장기화 전략이 뚜렷해졌음에도 외화차입금은 단기와 장기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말 도이치은행 등 해외 금융권에서 빌린 단기차입금은 1206억원으로 전년(284억원)보다 922억원 늘어났다. 해외 금융그룹 크레디아그리콜에서 빌린 장기차입금은 같은 기간 4136억원 늘어난 1조6017억원을 기록했다.

외화차입금 규모가 커진 만큼 환율 상승기 외화환산 손실 규모도 커진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외환차손에서도 나타난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656억원의 외환차손을 인식했다. 전년 동기에는 109억원의 외환차손을 인식했고, 전기에는 355억원의 외환차익을 인식한 것으로 손익계산서에 반영했다. 그런데 올해는 외환차손 규모가 증가했다.

외환차손은 외화 자산을 회수하거나 외화 부채를 상환하는 시점에 발생하는 차익을 의미한다. 외환차손은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외화환산 손익은 장부상 손익으로 현금유출은 없다.


현대제철은 환율 상승기 환 헤지 규모를 늘리면서 민첩하게 대응했다. 그 결과 환율 상승으로 인한 만기 때 환율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환율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통화스와프 등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제철이 체결한 달러 통화스와프는 7억3000만 달러, 달러 통화옵션은 2억3430만달러다. 유로화로는 2억5000만 유로, 엔화로는 24억엔 규모의 통화옵션을 추가로 체결하고 있다. 전년과 비교하면 환 헤지 목적의 파생상품 규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인 2018년에는 △통화선도 파생상품(1억5000만 달러) △통화스와프(4억 달러) △통화옵션(8510만 달러) 등 달러 관련 통화 파생상품만 6억 달러였다. 반면 지난해에는 10억 달러에 육박했다. 헤지 목적의 통화 파생상품 규모가 1조원을 넘었다.

현대제철은 철강 시장이 침체되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환 헤지 규모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즉 현대제철의 CFO는 외환시장 흐름을 볼 때 환율변동에 따른 기회 수익을 포기하는 게 실익이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면 외화 환산손익과 파생상품 평가손익이 대응 관계를 형성하면서 순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환율 상승기 파생상품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현대제철이 입게 될 손실은 더 커지게 된다. 올해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현대제철의 해외 수출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환율로 인한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 헤지 전략 등 환 전략을 짜는 임원은 CFO인 서강현 재경본부장(전무)이다. 1968년생인 서 전무는 현대자동차 회계관리실장 등을 역임한 재무 분야의 전문가다.

현대제철은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이전보다 더 악화되면서 극단적인 원가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환율 상승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보수적 환율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원재료 등 원가가 오르면서 자금수요가 늘어 외화차입금을 확대했다"며 "환율이 오르고 있는 만큼 환 헤지 규모도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1분기 별도 매출 4조1443억원, 영업손실은 21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332억원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902억원 줄었다. 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6680억원, 마이너스(-) 297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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