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로템이 3년 만기 공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구체적인 공모 전략을 협의 중이다. 오는 6월 17일까지 청약을 포함한 남은 절차를 원활하게 마무리하면 24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1999년 설립 후 처음으로 발행하는 공모 CB다. 사상 첫 CB에는 올해 초부터 현대로템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이용배 사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이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지난 3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CB 발행 안건을 승인했다. 아울러 작년까지 본인이 최고 경영자로 있던 현대차증권을 인수단으로 참여시켰다.
CB는 발행이 어려워진 회사채의 대안이다. 현대로템은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불거진 지난해부터 단기물 중심의 다소 불안정한 자금 운용을 이어왔다. CB 발행에 성공할 경우 차입 구조가 장기물 중심으로 재편된다.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인다.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훌륭한 자구안이다. 하지만 메자닌 증권이기에 최대주주 지분율 희석, 전환단가 조정 등의 리스크는 안고 가야 한다. 현대차그룹 상장사가 메자닌으로 자금을 조달한 전례가 없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그럼에도 이 사장은 CB 발행을 강행했다.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만 제대로 설정하면 메자닌도 회사채 못지 않은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내린 결정이다. 지난 4년간 현대차증권 IB 부문을 집중 육성하며 축적한 자본시장 노하우는 이 같은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CB에는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포함됐다. 먼저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인수자가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풋옵션 외에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을 계속 유지할 경우 현대로템이 먼저 잔액을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콜옵션도 삽입했다. 모두 원활한 경영 정상화가 동반되면 효용이 커지는 옵션이다.
이밖에도 일반적인 메자닌 증권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리스크 헤지 장치를 설정했다. 기존 주주에게 청약 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현대자동차의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자본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생각하기 힘든 영리한 CB를 발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로템이 이번 CB로 자본시장과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슬기로운 메자닌 증권 활용법'이라는 모범 사례를 남길 수 있을까. 2주 앞으로 다가온 청약 결과와 발행 이후의 실적, 주가, 옵션 행사 여부 등이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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