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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M&A]해외승인 나면 끝? 뉴머니 계획도 '아직'유상증자 규모·일정 미정, 경영정상화까지 갈 길 멀어

유수진 기자공개 2020-05-04 07:10:50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9일 13: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날짜를 변경했다.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등 일부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주식 취득일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장기화되고 있는 이스타항공 구조조정도 인수 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 시점이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직접 투입할 뉴머니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 종결 시점까지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스타항공이 직접 자금을 수혈받기까지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제주항공은 28일 오후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이 기존 29일에서 '미충족된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해 당사자들이 상호 합의하는 날'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당초 계획했던 잔금 납입일을 하루 앞두고 공식적으로 일정을 바꾼 셈이다. 그것도 특정 일자를 못박는 대신 '상호 합의하는 날'로 명시해 불확실성을 키웠다. 변경 이유로는 잔금을 치르기 전까지 이행돼야 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으나 기업결합 승인 외 세부 조건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날 제주항공은 해당 공시가 시장에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 적극 설명에 나섰다. 곧바로 입장자료를 내고 "인수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불가피하게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라며 "남아있는 절차들의 조속한 처리를 통해 인수절차를 마무리하고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비슷한 이유로 아시아나항공 딜 무산설이 돌았던 걸 의식해 변함 없는 인수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항공업계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할 걸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다만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더라도 이스타항공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주항공이 매번 빼먹지 않고 경영정상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정작 이스타항공에 투입할 자금 규모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심하고 이스타홀딩스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 딜 구조를 구주 및 신주 인수 형태로 짰다. 하지만 지난달 2일 본계약 때는 구주 인수에 대한 내용만 합의를 했다. 이스타홀딩스 등이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51.17%)를 545억원에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구주 대금은 기존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 등에 고스란히 지급된다.

따라서 현재까지 이스타항공에 직접 수혈이 결정된 돈은 0원이다. 심지어 산업은행은 제주항공에 인수금융을 결정하며 저비용항공사(LCC) 대상 긴급자금지원에서 이스타항공을 배제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설령 최대주주가 바뀌더라도 당장 이스타항공에 생기는 변화가 전무한 셈이다. 제주항공은 여전히 신주 인수 규모 등에 대해 정해진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이스타항공 구조조정과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인력감축 등이 모두 마무리되고 조직 규모가 확정돼야 신규자금 투입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바꿔 말해 일단 구조조정이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원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비용이 나갈 요소들을 최대한 줄이고 조직을 효율화해야 적은 돈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항공도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은 약 2152억원(별도기준)이었으나 1분기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내며 재무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정부로부터 받은 긴급지원금이 400억원에 그치는 등 당장 스스로의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스타항공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한 LCC 관계자는 "LCC들이 국내선을 일부 운항하기 시작했지만 매달 몇백억씩 까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태로는 제주항공조차도 몇 개월 못 버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단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약 17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약속한 만큼 초기 인수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주 인수 대금으로 425억원을 지급하면 약 1270억원을 신주 인수에 쓸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외에 자체 보유 자금 등으로 얼마를 추가 투입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항공업계에서는 각 LCC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보는 시각이 짙다. 제주항공이 당초 계획보다 투입 규모를 확대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 유상증자 일정 등이 나오지 않아 실제 이스타항공에 돈이 들어오는 건 적어도 몇 달 후"라며 "그때까지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월급도 제대로 못받는 등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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