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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배수의 진' 통할까 문은상 대표 등 CB 매입…코로나·신장암 타깃 파이프라인 변화

민경문 기자공개 2020-05-01 08:17:25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9일 17:0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은 없었다. 마지막 조달 창구는 결국 문은상 대표였다. ‘검찰 조사’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최대주주의 책임 경영 의지가 시장에 어필할 지가 관건이다. 파이프라인도 변화를 줬다. 주력해 왔던 간암 치료제를 뒤로 하고 신장암과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를 목표로 잡았다. 모은 돈은 오롯이 해당 임상에 활용할 전망이다.

신라젠은 작년 국내 바이오업계를 뒤흔들었던 임상 3상업체 중 하나다. 에이치엘비, 메지온, 헬릭스미스 등과 마찬가지로 최종 결과가 기대치를 맞추지 못했다. 이는 주가 폭락이었다. 작년 7월 말까지 4만5000원 안팎을 유지하던 주가는 최근 1만2000원 정도다. 더벨이 집계하는 코스닥 제약바이오기업 시총 순위에서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구체적인 주가 하락률은 비교군보다 더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헬릭스미스나 에이치엘비의 최근 주가가 3상 실패 직전 대비 절반 정도 떨어져 있는 것과 차이가 난다. 작년부터 정치권 연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못 받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최대주주인 문 대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신라젠은 4월23일 깜짝 공시를 발표했다. 총 20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이었다. 작년 1100억원 규모의 CB를 만기 전 조기 상환한 이후 다시 CB로 조달에 나선 셈이다. 당시 풋옵션 행사 가능 시점보다 1년 6개월 정도 먼저 거래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대규모 임상 비용이 필요치 않은 상황에서 저금리로 채권을 상환받겠다는 투자자 요청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시기적으로도 신라젠의 이번 자금 조달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11월 초 1100억원을 조기상환한 이후에도 700억원의 자금 여유가 있었던 신라젠이었다. 하지만 작년 12월 말 기준 신라젠의 현금성 자산은 460억원(각종 금융자산 포함)으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를 지나면서 해당 수치는 좀 더 줄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임상 비용을 최소화하더라도 인건비 등 고정비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CB 발행 내역도 신라젠의 절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문 대표와 2대주주인 곽병학 전 신라젠 부사장은 각각 50억원씩 CB를 직접 매입했다. 에이치엘비가 주주배정 공모 유상증자를 진행중이고, 헬릭스미스가 지난 2월 기관투자가 대상 CB를 발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주주가 참여하지 않으면 조달이 안 되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책임감 있는 경영 의지를 시장에 어필하려 했을 수 있다.

문 대표와 곽 전 부사장은 별도의 풋옵션 조건도 달지 않았다. 개인주주로 알려진 박 모씨가 이번에 100억원의 CB를 매입하면서 콜옵션과 풋옵션을 모두 부여받은 것과 차이가 난다. 이번 CB의 전환가액이 1만3016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29일 종가 1만2600원)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경영진의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의 이목은 결국 CB 자금 용도에 쏠리고 있다. 신라젠 측은 "이번에 확보한 200억원은 연구개발자금, 임상자금,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펙사벡의 신장암 병용 임상 및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설립 이후 간암 치료제 개발에 주력해 왔던 신라젠이었던 만큼 과감한 파이프라인 변화를 시도한 셈이다.

신라젠은 4월28일 펙사벡과 미국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 세미플리맙의 신장암 대상 병용 후기 임상1상 중간 분석 결과를 미국암연구학회(AACR)에 발표했다. 아울러 캐나다에서 항체 생성 여부를 확인할 목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동물실험을 시작한 상황이다. 신라젠이 예상하는 동물실험 소요 기간은 6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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