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07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이 자본확충을 위한 첫 걸음을 떼면서 추후 전개과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를 띄우지 못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를 감당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본확충을 고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정효 경영지원본부장(상무)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구조 훼손을 최소화한 채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어부산은 상장 이후 유상증자나 영구채 발행 등을 추진해 본 경험이 없어 어떤 방식으로 자본확충에 나설 지도 관심사다.

에어부산은 다음달 15일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수권주식 및 발행주식의 수'를 규정하고 있는 정관 제5조를 개정한다고 7일 공시했다. 발행가능한 주식총수 한도를 현행(1억주)보다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구체적인 규모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단 회사 측은 자본확충에 대비하는 차원의 조치일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자본확충을 준비하기 위해 발생주식 총수 관련 정관을 미리 변경해두려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방식이나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단순한 준비차원이라기 보다는 이미 어느정도 윤곽이 나온 상태 일 거라는 예상이 많다. 해당 안건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임시 주총을 잡은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행 정관상 발행가능한 주식총수도 넉넉한 상태다. 에어부산이 현재까지 발행한 주식 수는 총 5207만주다. 발행가능한 주식총수가 1억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4793만주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추가로 한도를 상향조정 한다는 건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려는 사전작업으로 볼 수 있다.

자본확충 방안으로는 유상증자나 영구채 발행 등을 예상해볼 수 있다. 영구채는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돼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자본도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진만큼 유상증자를 실시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아시아나항공 등을 상대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수 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에어부산이 자본확충에 나서는 건 상장 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LCC 중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하며 굳이 자본을 보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왔다. 2007년 출범한 에어부산은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지원을 등에 업고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매년 성장해왔다. 사업 확장 시기가 국내 항공시장 확대와 맞물리며 별 무리 없이 성장을 거듭했다. 2018년 말 기준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98.8%로 LCC 최하위권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보이콧 재팬 움직임에 이어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위기감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912억원의 순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주저 앉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조만간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자본금의 두배가 넘는 등 자본잠식과는 무관한 회사로 꼽혀왔다. 하지만 올 한해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낼 거란 전망이 나오는 등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반면 정부의 LCC 지원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초창기 300억원에 이어 지난달 280억원 등 총 58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받은 상태다. LCC 중 가장 많지만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수준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는 게 항공업계의 주된 평가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 3월 국제선을 전년 동기 대비 3.7% 수준인 1만4461석 공급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좌석을 21% 가량 밖에 채우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곳간이 바닥나는 건 시간 문제다.

이번 자본확충과 관련해서도 재무 총 책임자인 이정효 상무가 선두에 설 전망이다. 이 상무는 기업공개(IPO)는 물론, 단기 차입 등 재무와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앞장서서 지휘해왔다. 지난해 10월 최초로 1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한 데 이어 바로 다음달인 11월 금융기관에서 300억원을 차입하는 등 에어부산의 차입 경영을 본격화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상무는 1999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안건회계법인에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뗀 20여년 경력의 재무통(通)이다. 한국공인회계사와 한국세무사 자격을 갖췄다. 16년 전인 2004년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회계관리팀에 입사한 이래 12년 넘게 그룹에 몸을 담았다. 2014년부터는 전략경영실 내에서 재무팀장을 지내기도 했다. 계열사인 에어부산에 넘어온 건 2017년이다. 재무팀장을 거쳐 지난해 1월 상무로 승진해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