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교체' 엔시트론, 체질개선·M&A 신호탄 되나 TV용 반도체→헬스케어 '체질개선', 아이큐브글로벌 인수 가능성도
조영갑 기자공개 2020-05-13 07:52:17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1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엔시트론의 신임 대표이사에 이건범 아이큐브글로벌 대표가 선임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엔시트론 사내이사로 합류한 지 한달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인사다. 업계 안팎에선 사업 포트폴리오를 헬스케어로 전환하고, 아이큐브글로벌 인수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11일 업계에 따르면 엔시트론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이건범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아이큐브글로벌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지난 3월말 엔시트론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약 1개월간 아이큐브글로벌 대표와 엔시트론 이사를 겸직하다가 4월 27일 대표직을 사임하고, 적을 옮겼다.
이 대표는 '국제통'으로 분류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에서 경영정보시스템을 전공하고 교육계, 산업계 등을 거쳤다. 영국 오비탈 에듀케이션 그룹(Orbital Education Group) 이사, 브리태니국제학교 상하이재단(Britannica International School Shanghai)이사, 아이큐브글로벌 대표 등을 거쳤다.
일각에선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엔시트론이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엔시트론은 기존 반도체 사업에서 헬스케어로 사업의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엔시트론에서 13년을 재직한 김성우 전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구매부문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다. 2007년 7월 엔시트론의 전신 네오피델리티에 합류해 2014년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TV용 IC칩 부문을 이끌었다. 2014년 매출액 631억원과 영업손실 45억원, 2015년 매출액 565억원과 영업손실 34억원을 기록했으나 2016년 매출액 418억원과 영업이익 300만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메이커인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으로부터 시작된 IC칩 단가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2017년 매출액 263억원과 영업손실 58억원에 이어 2018년 매출액 163억원과 영업손실 106억원, 2019년 매출액 109억원과 영업손실 58억원을 기록했다. 엔시트론은 올해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이에 엔시트론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헬스케어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헬스케어 부문의 경우 2017년 매출액 1억5000만원을 시작으로 2018년 8억3000만원, 2019년 18억원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 중에서 16.5%를 차지한다. 반면 매출액 비중이 높은 FPD TV용 디지털 오디오 앰프칩(IC칩)은 완연한 내리막을 걷고 있다. 매출액은 2017년 180억원, 2018년 98억원, 2019년 63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엔시트론은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아이큐브글로벌과 손을 잡았다. 아이큐브글로벌은 나노 신소재 개발기업으로 비상장사다. 자체 개발한 구리(Cu)나노항균 필름 제품을 4월부터 엔시트론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아이큐브글로벌이 제품을 공급하고, 엔시트론이 국내외 총판을 맡는 구조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균필름의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한 전략이다.
업계에선 양 사의 전략적 행보와 이건범 대표의 발탁을 연관 지어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아이큐브글로벌 대표로 선임된 이건범 대표가 불과 8개월만에 엔시트론 대표로 자리를 옮긴 탓이다. 이 때문에 M&A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엔시트론은 나노기술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부문의 성장을 꾀할 수 있다. 양사의 전략적 제휴의 시기와도 맞아떨어진다. 아이큐브글로벌이 매출액 5억원 수준의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엔시트론이 통째로 인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김성우 전 대표의 사임으로 사실상 TV용 칩 부문에 힘을 빼고 있는 수순으로 볼 수 있다"며 "헬스케어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실적이 부진해 아이큐브글로벌과 손잡으면서 위기를 돌파하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아이큐브글로벌 측은 "이 대표가 엔시트론으로 이동한 것은 맞지만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장의 교체와 더불어 엔시트론은 최근 주식합병을 단행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주식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엔시트론의 주가는 400원 선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3월 23일에는 148원까지 떨어졌다.
엔시트론은 액면가 100원의 자사 보통주 5주를 500원 보통주 1주로 병합한다.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엔시트론의 주식량은 1억3848만2900주 수준이다. 병합을 거쳐 6월 9일 신주가 상장되면 유통주식 수는 2769만6580주가 된다. 상장되는 신주의 가격은 2000원 선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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