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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거버넌스 선언]'위원회' 중심 의사결정구조 대안될수 있나⑤이사회 산하 위원회+준법감시위원회까지 역할 대두…오너 역할엔 한계

김은 기자공개 2020-05-14 08:16:24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과문 형식을 빌어 재계에 소유와 경영이란 화두를 던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서 더 이상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재계에 없었던 새로운 지배구조를 도입하겠다는 신(新)거버넌스 선언이다. 삼성은 오너 중심의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를 근본부터 재구성해야한다. 더벨은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점검을 통해 영속적인 경영 시스템과 앞으로 예상되는 지배구조 시나리오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2일 07: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의 신거버넌스는 소유구조에 대한 변화 뿐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에서 주요 전문 경영인의 의사 결정을 최종 재가하는 것은 오너의 역할이었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을 결사적으로 피하려는 이유다.

당장은 이 부회장이 역할을 하지만 경영 승계가 사라진다면 오너의 결정과 책임이란 의사 결정을 또 다른 프로세스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예컨대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단행하는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신수종 사업 발굴의 최종 책임을 누가 질것이냐의 문제다.

삼성은 아직 이같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선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오너의 책임 경영을 대체할 만한 전문경영인 시스템은 한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변화로 가늠해보면 오너 체제를 대신할 유력한 시스템으로 이사회 산하의 '위원회'를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 경영 구조 개편을 진행해 왔다. 미래전략실이 사라지면서 의사결정 구조를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사회 강화 방안 중 하나로 각종 위원회가 세분화되고 강화됐다. 삼성전자 이사회 산하엔 경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6개 위원회가 있다. 이사회와는 별도로 준법감시위원회까지 만들어졌다.


주요 위원회별로 삼성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경영위원회는 중·장기 경영전략을 비롯해 사업계획 및 사업구조조정, 주요 자산취득 처분, 재무에 관한 주요사항 등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모두 의결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투자 건, 라이선스 계약체결의 건, 해외법인 설립 및 청산의 건, 분기 배당을 위한 주주명부폐쇄의 건 등 주요 굵직한 경영현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한다. M&A의 필요성과 주요 의사결정도 1차적으론 경영위원회에서 검토가 이뤄진다.

내부 거래위원회의 경우 공정거래 자율준수 체제 구축을 통해 회사 경영 투명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내부거래위원회는 PLP사업 영업양수 등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사전 심의를 비롯해 사회공헌 기부금 출연의 건 등에 대해 의결한 바 있다.

주요 임직원에 대한 상벌을 내리고 감사 기능과 준법 감시 기능을 담당하는 보상위원회도 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출범과 성격이 사뭇 다르다. 사법당국의 요구에 따라 시민단체와 소통측면에서 만들어진 곳이다. 삼성에 대한 감시 역할이 주를 이룬다. 최근 삼성준법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이끌며 그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만큼 비판이나 정부 감시에서 자유로운 부분이 있다.

이사회 산하의 위원회 역할은 과거 미래전략실의 업무와 일맥상통한다. 미래전략실은 삼성의 중장기 투자와 미래먹거리 발굴 등을 위해 2010년 탄생했다. 과거엔 구조조정본부 혹은 비서실이란 이름으로 비슷한 역할을 담당했다. 미전실은 전략·기획·인사지원·법무·커뮤니케이션·경영진단·금융일류화지원팀 등 7개팀, 약 200명 규모의 대규모 조직으로 만들어졌다.

이사회 산하의 위원회가 미래전략실만큼 전문성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의사결정 최종 창구란 면에선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위원회의 위상 제고로 오너 경영 체제를 대체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를 보완하는 역할은 주요 계열사를 아우르는 사업지원TF팀이다. 사업지원TF는 미래전략실 해체 후 2017년 말 만들어졌다. TF팀의 대부분의 임원들은 미전실 소속 당시 인사, 전략, 지원 등의 업무를 맡아온 인물이다. 외부 시선을 의식해 최소한의 인력으로 출범된 사업지원TF팀은 현재 삼성의 전자 계열사를 아우르며 전략,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 금융 계열사를 총괄하는 금융경쟁력강화TF와 삼성물산 계열의 EPC경쟁력강화TF 등도 미전실 역할을 일부 승계했다.

재계에서는 위원회와 사업지원TF가 오너의 책임 경영을 대체하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의사결정 최종 책임과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에선 그동안 삼성이 보여준 수직적인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이들 집단 의사결정 체제가 대체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보다 효율적인 경영과 거대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하나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오너 체제를 대신해 집단 경영 체제로 대전환을 한다면 근본적으로 의사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오너 경영을 포기한다면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도 영속적인 투자와 기업 가치 제고에 헌신할 의사결정 구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 다른 대안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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