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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재무책임자 선제적 도입…LG화학 '체크앤밸런스' 정착20년 역사, '금고지기'서 '리스크 관리자'로 역할 변모…CEO 경영 파트너로 자리매김

박상희 기자공개 2020-05-13 10:00:45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1일 15: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FO로 불리는 인물은 2000년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LG화학에서 CFO 존재 역사는 최소 20년이 넘는다. CFO 역할은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다. 주요 사업본부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자문·보완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2000년 LG화학에 입사한 중견급 직원의 CFO(최고재무책임자)에 대한 회고다. 한국 기업이 CFO라는 직함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집행 임원 가운데 CFO를 공식적으로 임명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이후로 알려져 있다.

그전에는 굴지 대기업에서조차 CFO를 따로 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2000년 이전부터 CFO를 두고 있었던 LG화학은 동종업계(석유화학)는 물론 국내 대기업을 통틀어 선제적으로 CFO란 조직과 직책을 도입하고 정착시킨 선구자였다.

◇2000년 이전부터 CFO 존재, 법무까지 총괄

CFO 역할과 기능이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요즘도 조직에 공식적으로 CFO를 도입한 기업은 많지 않다. 외부에서 CFO가 누구냐고 물어볼 때 재무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이 CFO로 나서지만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CFO란 직급과 직책을 두고 있지는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재경실장이나 재무본부장 등이 대외적으로 CFO로 통용된다.

LG화학 경쟁업체인 SK이노베이션과 롯데케미칼의 경우 사업보고서에 등재된 임원 가운데 공식적으로 CFO 직함을 달고 있는 이는 없다. SK이노베이션은 5명의 재무실장을 두고 있고 롯데케미칼은 재무회계부문장을 두고 있다.

LG화학은 다르다. 조직에 CFO란 직함이 20여년 전부터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다. 3개 회사로 분사한 해인 200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CFO를 당시 조한용 이사가 담당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위해 2001년 4월 LG화학을 LGCI(현㈜LG), LG화학, LG생활건강 3개사로 분할했다.


LG화학 CFO는 지난해 9월부터 차동석 부사장이 맡고 있다. CFO 아래 조직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다. 전무와 상무 등 산하 임원도 7명이나 된다. 현재 LG화학 CFO는 산하에 한웅재 법무실장(전무), 남경현 법무역량강화TFT장(상무), 윤현석 IR담당(상무), 이동열 금융담당(상무), 이명석 경영기획담당(상무), 장승권 경리담당(상무), 한민기 업무혁신총괄(상무) 등을 두고 있다.

미국재무인협회(AFP)의 CFO 직무 정의에 따르면 CFO는 자금부문(Treasurership)과 회계 및 통제부문(Controllership)을 모두 총괄 책임지는 재무 담당 최고 임원이다. 국내 기업은 자금이나 회계, 혹은 경영기획 담당 임원을 CFO라고 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LG화학은 CFO 역할을 재무와 회계 등의 업무로 한정 짓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법무담당과 업무혁신총괄도 CFO가 총괄한다. 업무혁신총괄은 IT 및 SCM(공급망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LG화학처럼 CFO가 법무 업무까지 총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LG화학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CFO가 법무 업무를 총괄해왔기 때문에 법무당당 임원이 CFO 아래 있는 것을 조직 구성원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내부적으로 CFO가 소송 이슈 등을 포함한 법률 리스크까지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CFO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SK이노베이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소송은 미국에서 현지 로펌을 통해 진행됐지만 LG화학 법무담당 임원과 CFO는 한국에서 헤드쿼터 역할을 하면서 소송전을 진두지휘했다.

◇재무통 출신 CEO 없어, M&A담당은 CFO 아닌 CEO 직속 조직

주요 임원 현황이 자세히 기재되기 시작한 200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은 당시에도 △경리담당 △금융담당 △법무담당 △경영전략담당 △재무관리담당 등을 두고 있었다. 현 조직과 큰 차이가 없다. CFO 아래 조직과 업무가 오랜 기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돼왔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IR 담당과 업무혁신 등의 조직과 업무가 추가로 더해졌다. CFO의 역할과 기능이 확장된 셈이다.

LG화학이 정의하는 CFO의 역할은 '견제와 균형'이다. 단순한 기획 담당 임원이나 자금 담당 또는 회계 담당 임원이 아니라 이 모든 부문에 더해 법무업무까지 총괄하고 책임지는 자로 정의돼 있다. LG화학은 CFO가 직제 상으로는 최고경영자(CEO) 산하에 있지만 CEO에 대한 보완과 견제를 통해 공동 의사 결정을 하는 CEO의 경영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있다.

LG화학에서 CFO가 확고한 입지를 다진 것은 CEO 히스토리와도 관련이 깊다. 김반석 전 부회장, 박진수 전 부회장 등 LG화학 장수 CEO로 불리는 전임 부회장은 모두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사업적인 부분에서 전문성은 높지만 재무통이라고 볼수는 없다.

LG화학 CEO 자리에 재무통이 오른 적은 없다. 재무 및 그에 수반되는 관련 업무는 CFO에게 일임했다. CFO는 LG화학이 영위하는 사업부문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LG화학 관계자는 "CEO 산하에 있는 인물과 조직 가운데 가장 중요도가 높은 것으로 손꼽히는게 CFO와 CHO(최고인사담당자)"라면서 "CFO는 사업본부장 단에서 이뤄지는 사업을 재무적으로 지원하면서 동시에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견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LG화학 CFO 산하 조직과 역할에서 특이한 점은 M&A담당이 CFO 소속이 아니라는 점이다. M&A담당은 CEO 직속 조직이다. 통상적으로 M&A는 자금 이슈가 수반되기 때문에 CFO가 관장하는 경우가 많다.

LG화학 관계자는 "인수합병(M&A) 거래에는 자금 이슈가 동반되기 때문에 CFO도 당연히 관여를 한다"면서도 "회사 차원에서 M&A를 신사업 발굴이나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CFO가 아닌 CEO 직속 조직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 풍토에서 CFO는 단순 '금고지기'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굳어져왔다"면서 "CFO 제도를 일찍 도입해 그 역할과 기능을 확장해 온 LG화학은 CFO의 역할이 CEO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것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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