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투자 귀재' 김재학 마이퍼스트에셋 대표 [매니저 프로파일]바디텍메드 등 초기 종목 선구안 탁월…변동성 제어, 급락장서 10% 수익률 위력
김시목 기자공개 2020-05-19 13:04:1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5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타고난 투자 귀재.’ 내로라하는 간판 매니저 중에 적어도 비상장 투자에 관한 한 이같은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김재학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 대표(사진)다.흙속의 원석을 발굴하는데 추종을 불허하는 감각을 보유했다. 시총 5000억원을 돌파한 바디텍메드뿐 아니라 락토메이슨, 이에이트 등 투자 이력은 화려하다.
그는 변동성 관리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 펀드 운용 기조를 추구한다. 타고난 종목 선구안과 감각을 바탕으로 비싸더라도 이익창출력이 높은 성장주를 선별한다. 톱다운과 보텀업 리서치에 근거한 선별 역시 중시한다. 증권사 입사 후 지점, 리서치 등에서 축적한 경험과 자문사, 운용사로 쌓은 내공이 집약된 전략이다.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의 성과는 올해 폭락장 속에 더욱 빛났다. 주력 펀드들이 손실은 커녕 이익을 내는 견고함을 보였다. 하우스가 자랑하는 ‘넷 익스포저’ 시스템을 기반으로 철저한 변동성 관리를 한 결실이다. 김 대표는 투자 경력의 모든 노하우와 스킬을 접목시킨 시스템을 활용해 주식 및 파생 상품의 롱숏 비중을 조절해 수익률을 제고했다.
김 대표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장수 매니저로서의 족적을 남기길 원한다. 한편으론 지난해 위기 속에도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과 후배들을 위한 마음이 각별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운용업계에 뛰어든 본인을 넘어 매크로, 전략, 섹터 등 멀티플레이어 매니저로서 후배들을 양성하겠단 계획이 크다. 후배들의 성장 자체가 본인은 물론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의 미래란 생각에서다.
◇성장 스토리: 활달한 10대, 대학 시절 경영강좌 심취
김 대표는 어린 시절 활달하고 사교적인 성향이 강했다. 기본적 기질은 10대 시절 부친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직원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풍성해졌다. 또래를 넘어 형들이나 어른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법도 익혔다.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사를 가기 전까진 익숙한 환경이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학업에 매진하는 시간도 늘어났고 남들 못지 않은 성적을 올리면서 학력고사를 치렀다.
1993년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에 입학했다. 2년 전 타 대학교 행정학과가 먼저였지만 오래 있진 않았다. 사업체를 운영한 탓에 아들에겐 행정고시를 권했지만 김 대표는 본인 성향과 적성에 도무지 맞지 않았다. 군대를 다녀온 뒤 전공보다 경영학과 수업에 빨려 들었다. 재무, 회계 등 모든 게 신세계였다. 교양 수업 대부분을 관련 전공으로 채웠다.
그가 경영학과 수업에 집중한 이유는 취업을 위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수업을 듣고 공부할수록 의무감보다는 그냥 경영학과 강의가 재밌고 신선했다. 결국 김 대표는 첫 번째 직장으로 증권사를 골랐다. 당시 은행쪽도 고민을 했지만 본인 성향이나 미래를 고려해 보다 액티브한 곳을 택했다. 그렇게 입사한 곳이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이다.
입사 후 발령난 곳은 지점이었다. 당시 사회 초년생치고는 괜찮은 실적을 올리면서 대표이사 상도 받았다. 한 해, 두 해를 거듭할수록 성과는 괄목했지만 갈증을 느꼈다. 리서치센터에 자원해 처음 본사로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리서치센터는 삶의 기준과 나침반 등이 모두 바뀌었다. 리서치센터에는 업계를 주름잡던 대우경제연구소 출신들이 즐비했다.
선배들로부터 짧지만 많은 것을 익힌 그는 2004년부터 큐앤에스, 바디텍메드 등 기업에 몸을 담았다. 2009년 세종증권 리서치센터 선배가 불러 파레토투자자문(현 파레토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겼다. 당시 선배가 윤재현 현 파레토자산운용 대표로 지금의 김 대표를 있게 한 스승이자 멘토다. 김 대표는 2017년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증권업이나 운용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대학 시절 경영수업에 매료되면서 점차 빠져들었다”며 “증권사에 들어가서 리서치센터 선배들을 보고 정말 많은 부분을 익혔고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종목 분석에 그치지 않고 체득한 파생, 헷지 전략 등은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 전략 엔진의 기반”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변동성 제어, 비싸지만 성장하는 성장주 우선
김 대표는 변동성을 철저히 제어하는 수익을 추구한다.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국면에 최적화된 전략이다.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이 설정한 17개 펀드 대부분이 안전장치를 토대로 수익률을 제고한다. 이미 그가 개발한 ‘넷 익스포저' 시스템이라 불리는 운용 비히클은 최근 급락장에 주효하고 있다.
비싸더라도 성장성을 담보한 성장주 편입 전략 역시 그의 지론이다. 싸지만 성장성에 의문이 달린 가치주라면 과감없이 배제한다. 가령 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연일 밸류에이션을 경신하고 있지만 그는 그래도 매력주라 판단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높은 가격이 형성돼 있더라도 이익창출력이 무한한 곳이라면 편입 대상이다.
그는 “수익률 확보가 어렵지 않았던 2000년대, 2010년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다”며 “변동성을 최우선한 전략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시기로, 수익률에 앞선 안전장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가치주와 성장주에 고루 매력을 느끼지만 과거와 달리 가치주에 대해선 까다로운 선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투자 스타일은 비상장 종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비상장 투자 경쟁이 심해지면서 한 발 앞서 정확한 기술력 입증이 요구되는 만큼 거기에 대한 투자와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바이오 섹터의 경우 그의 주특기로 묘사된다. 적게는 수 배, 많게는 수십 배 오른 투자 종목이 넘쳐난다. 일부는 10년 이상 장기 보유 중이다.
기반은 20년 투자 경력을 통해 쌓은 인맥들이다. 딜 소싱을 선점하기 위한 남다른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기술력을 일정 부분 확증해줄 수 있는 서포터도 필요하다. 특허법인 엠에이피에스(MAPS)과의 공조 역시 일환이다. 기계, 에너지, 의약, 바이오 특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건당 비용을 정산해 투자에 나선다.
김 대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망 스타트업을 초기 발굴해 투자하거나 회사가 어렵지만 장래성을 갖춘 기업들을 발굴하는 게 핵심”이라며 “특히 초기 단계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가늠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게 가능할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곳을 발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1 : '전략 엔진' 펀드 수익률 비행, 바디텍메드 등 투자 압권
김 대표의 성과는 올해 유독 인상적이었다. '넷 익스포저' 관리 기반의 시스템의 결실이다. 변동성 관리를 최우선해 펀드를 운용한다. 최근 프라이빗뱅커(PB) 등 리테일에서 수익률보다 변동성에 초점을 맞추는 기류에도 부합했다. '전략 엔진' 시스템을 장착한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의 펀드 다수가 올해 기준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마이퍼스트에셋 First Gift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의 수익률이 누적 8.3% 수준이다. 지난해 6월 'MF 전략 엔진' 방식을 도입한 이후 올해 3월말까지 기간이다. 벤치마크인 코스피가 같은 기간 16.4%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가공할 성과다. 코로나19 여파에도 1분기 역시 1.4% 수익률로 20% 이상 빠진 벤치마크 낙폭과 상반된 결과를 냈다.
사실 김 대표의 트랙레코드 역시 비상장 투자에서 더 빛이 난다. 2008년 투자를 집행했던 의료기기제조사 바디텍메드는 압권이다. 당시 70억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한 이 종목은 기업공개(IPO)를 거쳐 코스닥 시장에서 5400억원대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몸값이 80배 가량 폭등했다. 더 놀라운 점은 12년간 엑시트없이 장기투자를 하고 있는 점이다.
2015년 부실한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한 사례도 있다. 유산균 제조사인 락토메이슨이란 곳이다. 당시 회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김 대표는 확신을 갖고 투자했다. 당시 100억원 가량에 회사를 아예 샀다. 현재 비상장 종목이지만 몸값은 2000억원까지 바라보고 있다. 매출 10억원에 이익이 나지 않던 곳은 110억원 달성에 흑자구조로 탈바꿈했다.
그는 “펀드들이 폭락장 속에 돋보이는 성과를 낸 점에서 유의미한 결과였다”며 “지난해 많은 준비와 노력 끝에 ‘넷익스포저’ 기반의 변동성 관리 시스템이 주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장 종목 투자의 경우엔 확신이 있는 기업들을 담되 이익이 난다고 바로 엑시트를 하지 않고 장기 투자 방식을 지향하면서 결실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2 : 출시 펀드 수익률 부진, 비상장 투자 '쓴 경험'
상흔도 있다. 2017년 회사를 공동 대표체제 하에 설립한 뒤 야심차게 펀드를 설정하고 운용했지만 결과는 기대이하였다. 2018년과 2019년초 펀드 수익률이 큰 부진을 겪으면서 존폐 위기까지 생각해야 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김 대표의 선택은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과 그에 딸린 매니저, 백오피스 직원들이었다.
당시 ‘넷 익스포저’ 시스템을 선제 도입하겠다고 결심했던 시기다. 앞서 수익률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펀드 손실과 경영 실적보다 더 큰 문제는 고객들이 줄어든다는 점이었다. 향후 잠재 고객들을 유치할 명분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변동성 관리 시스템 도입과 안착은 2018년 심각한 위기가 기반이 됐던 이벤트였다.
지금이야 비상장 종목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매니저 반열에 올랐지만 실패 경험 역시 있다. 당시 A 기업에 국내외 경쟁력을 갖춘 투자자들이 동참하면서 김 대표도 참여했지만 결과는 공수표였다. 회사가 사라지면서 투자했던 돈은 하나도 회수하지 못했다. 당시 미심쩍은 부분이 조금씩 올라오긴 했지만 별다른 액션없이 밀어붙인 결과였다.
그는 “가장 뼈아팠지만 피와 살이 된 순간이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하고 내놓은 펀드들이 수익률 부진에 빠진 것”이라며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고 변동성 제어 시스템을 내놓을 수 있었던 원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장 투자 경험 역시 두 번 실수하지 않을 값비싼 학습이었다”고 덧붙였다.
◇업계 평가 : 폭넓은 네트워크, 멘토는 윤재현 파레토자산운용 대표
김 대표는 업계에서 폭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매니저 업무에 필요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증권사 IB 등에 네트워크가 풍부하다. 펀드 판매사들을 찾아가 직접 영업에 나서는 경우도 즐비하다. 어린 시절과 리서치센터에서 배우고 익힌 인사이트와 감각들은 영업 현장에서 빛이 난다. 증권사와의 끈끈한 유대감 역시 그의 작품이란 평가가 중론이다.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 직원들이나 업계 동료들은 ‘사장님’이지만 친근한 형님으로 묘사한다. 업무 눈높이가 높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동생들을 잘 챙기는 윗사람이다. 2019년 들어 회사가 난관에 부딪혔을 당시에도 김 대표는 회사 식구들을 앞서 생각했다. 재도전과도 같은 지난해 일대 실험은 본인도 본인이지만 후배들도 동력이었다.
김 대표는 판단력과 결단력을 갖춘 매니저로도 꼽힌다. 기로에 놓인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었다. 공동 대표로 출발했지만 성과가 나지 않으면서 빠르게 변화를 단행했다. 공동대표의 결별에 대해 말은 많았지만 그는 기대했던 시너지가 없으면서 결단이 필요했던 부분으로 정리한다. 미루기보다 선제적인 액션을 내린 셈이다.
그는 스승 혹은 멘토라고 여기는 윤재현 파레토자산운용 대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자평한다. 경제학적 안목, 전략가적 기질, 섹터 애널리스트 등에서 펀드 매니저까지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란 점에서 존경하는 선배다. 김 대표 역시 기반이 없는 매니저보다는 시장과 종목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질을 배웠다.
김 대표는 “직장 생활에서부터 파레토투자자문 등 함께 한 시간이 오래되면서 윤 대표께 정말 많은 것으로 배웠다”며 “지금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에서 시도하는 전략들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던 원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분이 가지고 있는 이코노미스트, 전략가, 섹터 애널 등의 경험은 직간접적으로 흡수될 정도로 강렬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 평생 투자가, 후배 양성 바람
올해로 49세가 되는 그는 투자가 너무 좋고 재밌다고 한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도 다양한 직함을 달고 오래 매니저 생활을 하는 분들이 나오는 만큼 충분히 가능하리란 생각이다. 특히 올해 성과가 매니저 레코드의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수익률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워렌 버핏의 스승이라 불리는 필립 피셔를 존경하는 매니저로 꼽는다. 관련 서적도 수차례 정독했다. 필립피셔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함께 현대적 투자 이론을 개척한 인물로 1950년대 처음 월스트리트에 성장주란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뛰어난 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초장기간 보유하는 스타일로 워렌 버핏의 스타일을 완성시킨 인물이다.
윤 대표에게 익힌 매니저로서의 폭넓은 시야와 식견을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 후배 매니저들에게도 체득시키려는 목표도 있다. 유능하고 실력을 갖췄지만 아직은 눈높이와 거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이 젊은 감각을 가진 만큼 매크로 지식과 전략적 스킬이 경쟁력을 제고한다고 믿는다. 본인들은 물론 김 대표와 운용사 전체를 위해서다.
김 대표는 “나이 때문에 업계를 떠난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며 “능력과 역량이 계속 담보된다면 계속해서 투자와 관련된 일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배 매니저들에게도 매니저로서 입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며 “나는 물론 당사자들이나 회사가 커지면 본인들의 경쟁력과 입지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운용업계에 뛰어든 본인을 넘어 매크로, 전략, 섹터 등 멀티플레이어 매니저로서 후배들을 양성하겠단 계획이 크다. 후배들의 성장 자체가 본인은 물론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의 미래란 생각에서다.
◇성장 스토리: 활달한 10대, 대학 시절 경영강좌 심취
김 대표는 어린 시절 활달하고 사교적인 성향이 강했다. 기본적 기질은 10대 시절 부친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직원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풍성해졌다. 또래를 넘어 형들이나 어른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법도 익혔다.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사를 가기 전까진 익숙한 환경이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학업에 매진하는 시간도 늘어났고 남들 못지 않은 성적을 올리면서 학력고사를 치렀다.
1993년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에 입학했다. 2년 전 타 대학교 행정학과가 먼저였지만 오래 있진 않았다. 사업체를 운영한 탓에 아들에겐 행정고시를 권했지만 김 대표는 본인 성향과 적성에 도무지 맞지 않았다. 군대를 다녀온 뒤 전공보다 경영학과 수업에 빨려 들었다. 재무, 회계 등 모든 게 신세계였다. 교양 수업 대부분을 관련 전공으로 채웠다.
그가 경영학과 수업에 집중한 이유는 취업을 위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수업을 듣고 공부할수록 의무감보다는 그냥 경영학과 강의가 재밌고 신선했다. 결국 김 대표는 첫 번째 직장으로 증권사를 골랐다. 당시 은행쪽도 고민을 했지만 본인 성향이나 미래를 고려해 보다 액티브한 곳을 택했다. 그렇게 입사한 곳이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이다.
입사 후 발령난 곳은 지점이었다. 당시 사회 초년생치고는 괜찮은 실적을 올리면서 대표이사 상도 받았다. 한 해, 두 해를 거듭할수록 성과는 괄목했지만 갈증을 느꼈다. 리서치센터에 자원해 처음 본사로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리서치센터는 삶의 기준과 나침반 등이 모두 바뀌었다. 리서치센터에는 업계를 주름잡던 대우경제연구소 출신들이 즐비했다.
선배들로부터 짧지만 많은 것을 익힌 그는 2004년부터 큐앤에스, 바디텍메드 등 기업에 몸을 담았다. 2009년 세종증권 리서치센터 선배가 불러 파레토투자자문(현 파레토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겼다. 당시 선배가 윤재현 현 파레토자산운용 대표로 지금의 김 대표를 있게 한 스승이자 멘토다. 김 대표는 2017년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증권업이나 운용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대학 시절 경영수업에 매료되면서 점차 빠져들었다”며 “증권사에 들어가서 리서치센터 선배들을 보고 정말 많은 부분을 익혔고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종목 분석에 그치지 않고 체득한 파생, 헷지 전략 등은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 전략 엔진의 기반”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변동성 제어, 비싸지만 성장하는 성장주 우선
김 대표는 변동성을 철저히 제어하는 수익을 추구한다.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국면에 최적화된 전략이다.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이 설정한 17개 펀드 대부분이 안전장치를 토대로 수익률을 제고한다. 이미 그가 개발한 ‘넷 익스포저' 시스템이라 불리는 운용 비히클은 최근 급락장에 주효하고 있다.
비싸더라도 성장성을 담보한 성장주 편입 전략 역시 그의 지론이다. 싸지만 성장성에 의문이 달린 가치주라면 과감없이 배제한다. 가령 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연일 밸류에이션을 경신하고 있지만 그는 그래도 매력주라 판단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높은 가격이 형성돼 있더라도 이익창출력이 무한한 곳이라면 편입 대상이다.
그는 “수익률 확보가 어렵지 않았던 2000년대, 2010년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다”며 “변동성을 최우선한 전략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시기로, 수익률에 앞선 안전장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가치주와 성장주에 고루 매력을 느끼지만 과거와 달리 가치주에 대해선 까다로운 선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투자 스타일은 비상장 종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비상장 투자 경쟁이 심해지면서 한 발 앞서 정확한 기술력 입증이 요구되는 만큼 거기에 대한 투자와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바이오 섹터의 경우 그의 주특기로 묘사된다. 적게는 수 배, 많게는 수십 배 오른 투자 종목이 넘쳐난다. 일부는 10년 이상 장기 보유 중이다.
기반은 20년 투자 경력을 통해 쌓은 인맥들이다. 딜 소싱을 선점하기 위한 남다른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기술력을 일정 부분 확증해줄 수 있는 서포터도 필요하다. 특허법인 엠에이피에스(MAPS)과의 공조 역시 일환이다. 기계, 에너지, 의약, 바이오 특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건당 비용을 정산해 투자에 나선다.
김 대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망 스타트업을 초기 발굴해 투자하거나 회사가 어렵지만 장래성을 갖춘 기업들을 발굴하는 게 핵심”이라며 “특히 초기 단계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가늠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게 가능할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곳을 발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1 : '전략 엔진' 펀드 수익률 비행, 바디텍메드 등 투자 압권
김 대표의 성과는 올해 유독 인상적이었다. '넷 익스포저' 관리 기반의 시스템의 결실이다. 변동성 관리를 최우선해 펀드를 운용한다. 최근 프라이빗뱅커(PB) 등 리테일에서 수익률보다 변동성에 초점을 맞추는 기류에도 부합했다. '전략 엔진' 시스템을 장착한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의 펀드 다수가 올해 기준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마이퍼스트에셋 First Gift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의 수익률이 누적 8.3% 수준이다. 지난해 6월 'MF 전략 엔진' 방식을 도입한 이후 올해 3월말까지 기간이다. 벤치마크인 코스피가 같은 기간 16.4%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가공할 성과다. 코로나19 여파에도 1분기 역시 1.4% 수익률로 20% 이상 빠진 벤치마크 낙폭과 상반된 결과를 냈다.
사실 김 대표의 트랙레코드 역시 비상장 투자에서 더 빛이 난다. 2008년 투자를 집행했던 의료기기제조사 바디텍메드는 압권이다. 당시 70억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한 이 종목은 기업공개(IPO)를 거쳐 코스닥 시장에서 5400억원대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몸값이 80배 가량 폭등했다. 더 놀라운 점은 12년간 엑시트없이 장기투자를 하고 있는 점이다.
2015년 부실한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한 사례도 있다. 유산균 제조사인 락토메이슨이란 곳이다. 당시 회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김 대표는 확신을 갖고 투자했다. 당시 100억원 가량에 회사를 아예 샀다. 현재 비상장 종목이지만 몸값은 2000억원까지 바라보고 있다. 매출 10억원에 이익이 나지 않던 곳은 110억원 달성에 흑자구조로 탈바꿈했다.
그는 “펀드들이 폭락장 속에 돋보이는 성과를 낸 점에서 유의미한 결과였다”며 “지난해 많은 준비와 노력 끝에 ‘넷익스포저’ 기반의 변동성 관리 시스템이 주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장 종목 투자의 경우엔 확신이 있는 기업들을 담되 이익이 난다고 바로 엑시트를 하지 않고 장기 투자 방식을 지향하면서 결실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2 : 출시 펀드 수익률 부진, 비상장 투자 '쓴 경험'
상흔도 있다. 2017년 회사를 공동 대표체제 하에 설립한 뒤 야심차게 펀드를 설정하고 운용했지만 결과는 기대이하였다. 2018년과 2019년초 펀드 수익률이 큰 부진을 겪으면서 존폐 위기까지 생각해야 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김 대표의 선택은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과 그에 딸린 매니저, 백오피스 직원들이었다.
당시 ‘넷 익스포저’ 시스템을 선제 도입하겠다고 결심했던 시기다. 앞서 수익률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펀드 손실과 경영 실적보다 더 큰 문제는 고객들이 줄어든다는 점이었다. 향후 잠재 고객들을 유치할 명분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변동성 관리 시스템 도입과 안착은 2018년 심각한 위기가 기반이 됐던 이벤트였다.
지금이야 비상장 종목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매니저 반열에 올랐지만 실패 경험 역시 있다. 당시 A 기업에 국내외 경쟁력을 갖춘 투자자들이 동참하면서 김 대표도 참여했지만 결과는 공수표였다. 회사가 사라지면서 투자했던 돈은 하나도 회수하지 못했다. 당시 미심쩍은 부분이 조금씩 올라오긴 했지만 별다른 액션없이 밀어붙인 결과였다.
그는 “가장 뼈아팠지만 피와 살이 된 순간이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하고 내놓은 펀드들이 수익률 부진에 빠진 것”이라며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고 변동성 제어 시스템을 내놓을 수 있었던 원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장 투자 경험 역시 두 번 실수하지 않을 값비싼 학습이었다”고 덧붙였다.
◇업계 평가 : 폭넓은 네트워크, 멘토는 윤재현 파레토자산운용 대표
김 대표는 업계에서 폭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매니저 업무에 필요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증권사 IB 등에 네트워크가 풍부하다. 펀드 판매사들을 찾아가 직접 영업에 나서는 경우도 즐비하다. 어린 시절과 리서치센터에서 배우고 익힌 인사이트와 감각들은 영업 현장에서 빛이 난다. 증권사와의 끈끈한 유대감 역시 그의 작품이란 평가가 중론이다.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 직원들이나 업계 동료들은 ‘사장님’이지만 친근한 형님으로 묘사한다. 업무 눈높이가 높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동생들을 잘 챙기는 윗사람이다. 2019년 들어 회사가 난관에 부딪혔을 당시에도 김 대표는 회사 식구들을 앞서 생각했다. 재도전과도 같은 지난해 일대 실험은 본인도 본인이지만 후배들도 동력이었다.
김 대표는 판단력과 결단력을 갖춘 매니저로도 꼽힌다. 기로에 놓인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었다. 공동 대표로 출발했지만 성과가 나지 않으면서 빠르게 변화를 단행했다. 공동대표의 결별에 대해 말은 많았지만 그는 기대했던 시너지가 없으면서 결단이 필요했던 부분으로 정리한다. 미루기보다 선제적인 액션을 내린 셈이다.
그는 스승 혹은 멘토라고 여기는 윤재현 파레토자산운용 대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자평한다. 경제학적 안목, 전략가적 기질, 섹터 애널리스트 등에서 펀드 매니저까지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란 점에서 존경하는 선배다. 김 대표 역시 기반이 없는 매니저보다는 시장과 종목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질을 배웠다.
김 대표는 “직장 생활에서부터 파레토투자자문 등 함께 한 시간이 오래되면서 윤 대표께 정말 많은 것으로 배웠다”며 “지금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에서 시도하는 전략들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던 원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분이 가지고 있는 이코노미스트, 전략가, 섹터 애널 등의 경험은 직간접적으로 흡수될 정도로 강렬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 평생 투자가, 후배 양성 바람
올해로 49세가 되는 그는 투자가 너무 좋고 재밌다고 한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도 다양한 직함을 달고 오래 매니저 생활을 하는 분들이 나오는 만큼 충분히 가능하리란 생각이다. 특히 올해 성과가 매니저 레코드의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수익률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워렌 버핏의 스승이라 불리는 필립 피셔를 존경하는 매니저로 꼽는다. 관련 서적도 수차례 정독했다. 필립피셔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함께 현대적 투자 이론을 개척한 인물로 1950년대 처음 월스트리트에 성장주란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뛰어난 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초장기간 보유하는 스타일로 워렌 버핏의 스타일을 완성시킨 인물이다.
윤 대표에게 익힌 매니저로서의 폭넓은 시야와 식견을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 후배 매니저들에게도 체득시키려는 목표도 있다. 유능하고 실력을 갖췄지만 아직은 눈높이와 거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이 젊은 감각을 가진 만큼 매크로 지식과 전략적 스킬이 경쟁력을 제고한다고 믿는다. 본인들은 물론 김 대표와 운용사 전체를 위해서다.
김 대표는 “나이 때문에 업계를 떠난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며 “능력과 역량이 계속 담보된다면 계속해서 투자와 관련된 일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배 매니저들에게도 매니저로서 입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며 “나는 물론 당사자들이나 회사가 커지면 본인들의 경쟁력과 입지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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