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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포스코, 법인세율 33%에 담긴 '지배구조 함의'삼성전자보다 두 배 높은 세율, '국민기업의 한계', 절세보다 과세로 '기업시민' 역할

구태우 기자공개 2020-05-29 14:42:56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는 2000년까지 공기업이었다. 정부는 1973년 일본에서 받은 대일청구권 배상금 일부를 포스코의 자본금으로 활용했다. 민영화 이전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은행이 포스코의 대주주였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포스코의 민영화를 결정했다.


3년의 준비 끝에 포스코는 2000년 10월 민영화됐고, 2002년 사명을 포항제철에서 포스코로 바꿨다. 현재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11.8%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주요 주주는 시티은행(지분 8.81%) 등이다. 포스코는 민간기업이지만, 대중적 시각은 여전히 공기업에 머물러 있다. 재계에서는 포스코 회장 선출에 정부 입김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역사 때문인지 세금 부문에서 포스코가 국가에 기여하는 정도는 다른 어느 기업보다 높다.

지난해 정부가 법인세로 걷어들인 금액은 72조1743억원(24.5%), 이중 포스코의 법인세 부담액은 6171억원으로 전체 법인세의 0.8%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포스코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연간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집계한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세청에 부담해야 할 법인세 부담액을 6171억원을 책정했다. 전년에는 1조1702억원을 책정했는데, 지난해에는 5531억원을 덜 냈다. 이는 세전이익(영업이익 - 영업외손익) 규모가 줄어들면서 법인세 부담액이 줄어든 것으로 절세와는 무관하다. 이 금액은 포스코가 지난 4월까지 국세청에 납입해야 하는 금액이다.


포스코가 작성한 2019년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비용으로 1조2217억원의 현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흐름표에는 실제 유입 또는 유출된 현금만 반영한다. 통상 기업은 1년 중 법인세를 두차례 납부한다. 8월 당해연도 법인세를 중간 납부하거나 4월 전년도 법인세를 내는 것이다.

사업보고서의 주석에 작성된 '법인세 부담액'은 당해연도 법인세로 국세청에 납입해야 할 금액이다. 현금흐름표의 '법인세 지급'은 법인세 명목으로 실제 유출된 현금으로 당해연도와 전년도 법인세가 반영돼 있다.


이렇듯 포스코는 전체 법인세 중 1% 안팎을 차지하고 있어 국세 기여도가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조2491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전체 법인세 중 4.5% 가량을 삼성전자가 냈다. 포스코는 연 매출 150조가 넘는 삼성전자보다 국세 기여도가 덜 하다. 다만 포스코는 별도 기준 연간 30조원의 매출을 내는데, 이와 비교하면 포스코의 국세 기여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실제 지난해 포스코의 세전이익 대비 법인세 부담액은 33.7%로 17.0%인 삼성전자의 두 배 수준이다. 포스코는 삼성전자보다 덜 벌지만, 버는 규모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납부한 것이다. 포스코는 국가재정에 기여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다한 셈이다. 다만 주주 입장에서는 포스코가 절세 노력을 덜함으로써 수익을 적게 남긴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2018년 개정된 세법에 따르면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은 총 4개로 나뉘어있다. 과세표준 2억원 이하일 경우 10%, 2억원초과 2000억원 이하는 20%,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는 22%, 3000억원 초과는 2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포스코는 25%의 세율이 매겨진다.

삼성전자 또한 법정세율이 25%로 매겨졌지만 세액공제 등을 통해 유효세율은 19%까지, 법인세율은 17%까지 낮췄다. 반면 포스코의 유효세율은 35.8%, 법인세율은 33.7%로 집계됐다. 약 300억원을 세액공제 받았지만 이연법인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서 법인세 부담액은 오히려 증액됐다. 법정세율로 책정한 법인세는 4932억원인데 법인세 부담액은 1239억원 늘어난 6171억원이었다.

법인세가 줄어들지 않은 건 이연법인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투자와 고용 등을 적극 활용해 공제받거나 이연법인세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연법인세는 기업회계로 산정한 과세금액과 세무회계로 산정한 과세금액이 서로 다를 때 과세를 이연하는 걸 의미한다. 추후 세금을 감액할 경우 이연법인세 자산으로, 더 납부할 경우 이연법인세 부채로 인식한다.

이연법인세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경영진 또는 재무부서의 '재량'이 개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자산이 인도 당시보다 100만원이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매각 시점 차익 100만원에 대한 과세부담이 생겨 이를 이연법인세 부채로 인식하는 식이다.

포스코는 △특별수선충당금 △연구 및 인력개발준비금 △감가상각비 등 10개 항목을 이연법인세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변동에 따른 '일시적 차이로 인한 이연법인세 부채'는 1조4119억원으로 집계됐다. 향후 자산 처분 시점 1조4119억원 규모의 과세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에 비해 포스코의 경우 이연법인세로 인식한 항목들이 많지 않다. 기업들은 법인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연법인세 자산을 적극적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포스코는 다소 다르다.

재계는 포스코의 법인세 전략에 대해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고용과 투자를 통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법인세를 통해 국가재정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대일청구권 배상금을 통해 설립됐다. 민영화 후 민간기업과 다를게 없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기업의 '오너'가 없어 실질적인 소유주는 '주주'다. 그럼에도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인 점은 여전히 '공기업'의 정체성을 띄게 하는 이유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적극적인 절세 전략을 운용하기 보다 법인세를 통해 국가개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체제 들어 경영이념을 '위드 포스코(with posco,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로 내세웠다. 법인세는 기업시민을 실천할 방법일 수 있다.

실제 최 회장 체제에 들면서 법인세율은 전임 회장 때와 비교해 높게 유지되고 있다. 2018년 52.4%(1조1702억원), 지난해 35.8%(6171억원)를 기록해 법정세율(25%)보다 상당히 높았다는 평이다. 권오준 전 회장 재임 중에는 법인세율이 20% 안팎을 유지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일반 기업과 비교해 절세 전략을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기업이자 비오너 기업인 게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절세는 비용 절감의 최전선에 있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 중 하나다. 포스코의 절세전략은 최고재무책임자인 전중선 전략기획본부장(CFO, 부사장)이 짜고 있다. 그는 1987년 포스코에 입사해 경영기획실과 기획조정실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전 본부장은 지난달 24일 실적발표회에서 "제로 베이스 수준의 비용절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법인세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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