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대기업 출신에 신사업 맡긴 이유 LG출신 백상엽 대표, B2B 사업 확장 미션…6개월만에 사업 제휴 12건
성상우 기자공개 2020-05-21 07:45:24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11: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는 젊은 조직을 표방한다. 업무 스타일이나 분위기도 젊다. 규모는 대기업 수준으로 커졌으나 대기업 이미지는 아니다.카카오가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대기업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으로 평가 받는 LG 출신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백상엽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카카오가 타 업종 대기업의 C레벨 인사를 곧바로 자회사 CEO 자리에 앉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대부분 다음·카카오 내부 출신 인물이 신사업을 맡아 키웠다.
카카오가 신사업으로 낙점한 B2B사업의 특성이 한 이유다. 또 신임 대표가 관련 분야에 전문가인데다 IT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는 점도 주효했다. 실제로 성과는 단기간에 나타나고 있다.
20일 카카오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B2B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이하 카엔)가 체결한 사업 제휴 및 MOU는 총 12건이다. 협업 상대방은 △365mc병원 △특허청 △이랜드 △경동택배 △NH투자증권 △LG전자 △삼성물산 △교보생명 △KBS △HMM(현대상선) △도시가스업체 2곳 등이다. 협업 내용은 기업 업무에 활용할 AI 솔루션 제공 및 공동 개발, 디지털 업무 혁신 협약 등이다.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카엔 수장은 LG그룹 출신 백상엽 대표다. 백 대표는 B2B가 미래 사업의 핵심이라는 김범수 의장의 의중에 따라 지난해 5월 전격 영입됐다. 백 대표는 별도 적응기 없이 법인 정식 출범 직후부터 빠른 속도로 사업 영역을 구축 중이다. LG그룹의 주요 사업부문 요직을 거쳐 온 'B2B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통상적인 기업간 사업 제휴 관행을 감안하면, 카엔의 지난 6개월간 사업 확장 속도는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사한 지 1분기 남짓 동안 12건의 사업 제휴를 달성했으니 공격적인 속도는 맞다"면서 "타사 대비 자체 고객사 기반 확장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초반부터 사업 기반 확장에 빠르게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백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백 대표는 카카오 내부적으로 '열의있고 추진력 강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신사업 발굴 청부사로 외부에서 영입된 만큼, 초기 퍼포먼스를 가시적인 사업 성과로 내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분사 전부터 AI랩 자체적으로 추진해 오던 스마트홈·차량인포테인먼트 등 B2B 사업들이 있었다"며 "그 기반 위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B2B 사업이 시작된 것이고 여기에 백 대표의 추진력이 더해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B2B 전문가'다. 1996년 LG CNS에 입사한 이후 ㈜LG와 LG CNS를 오가며 기업 비즈니스 및 신사업 발굴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다져왔다. LG CNS 시절 공공사업본부 대법원 사업 담당 수석을 시작으로 △공공사업부장(상무) △사업이행본부장(전무) △전략·마케팅본부장(전무) 등을 거쳤다.
㈜LG로 옮겨와서는 △사업개발팀장(부사장) △시너지팀장(사장) △에너지TFT장(사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특히, 2015년 당시 부사장(사업개발팀장) 승진 1년차에 사장급(시너지팀장)으로 발탁돼 고속 승진 사례로 화제가 된 바 있다.
LG전자에서 지주사로 이동하면서 그룹 신사업을 총괄하게 된 구본준 부회장을 도와 신성장추진단을 이끌었다. 이 시절 같은 팀 소속 상무였던 구광모 현 LG 회장과 함께 근무한 바 있다.
공학 전공 기반에 B2B 사업을 두루 경험해 본 경력이 더해진 점도 IT 서비스 기업 CEO로서 강점으로 꼽는다. 기술에 대한 이해와 사업 실행 노하우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LG그룹 신사업 프로젝트를 총괄해 본 경험은 사업 초기 단계인 카카오 B2B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적임자로 꼽은 결정적인 요인이다.
백 대표 개인적으로도 AI 등 신기술을 사업화시키는 것에 평소 깊은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편 카엔은 카카오의 신사업 중 가장 초기 단계의 사업이다. 사업 영역을 구축하고 본격 수익화 단계로 접어든 모빌리티·뱅크·페이·콘텐츠·게임 등 기존 신사업들은 모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카엔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 유력하다. 카엔은 올해 하반기 기업용 업무플랫폼 '카카오워크' 출시를 통해 본격 수익화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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