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Paper]수출입은행, 캥거루본드 물꼬…타이밍 포착 빛났다[Deal Story]시장 회복 기류에 속전속결 발행…금리 절감, 벤치마크 역량 입증
피혜림 기자공개 2020-05-25 14:36:5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2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출입은행이 올해 첫 한국물(Korean Paper) 캥거루본드(호주달러 채권)를 발행했다. 이번 딜로 수출입은행은 캥거루본드 시장에서 한국물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됐다. 최근 캥거루본드에 관심을 두는 이슈어가 늘었으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아 쉽사리 발행에 나서지 못했다.수출입은행은 캥거루본드 시장이 회복된 최적의 타이밍을 포착해 투심을 사로잡았다. 코로나19 사태 후 조달이 재개된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행동에 나서 목말랐던 기관 수요를 흡수했다. 벤치마크 사이즈를 뛰어넘는 7억호주달러를 조달한 것은 물론, 달러채 대비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올해 첫 한국물 캥거루본드 발행, 투심 회복 포착 주효
수출입은행은 이달 29일(납입일 기준) 7억호주달러 규모의 캥거루본드를 발행한다. 20일 진행한 프라이싱에서 17억호주달러에 달하는 주문을 모은 결과다. 트랜치(tranche)는 3년 변동금리부채권(FRN)과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구성해 각각 5억호주달러, 2억호주달러씩 발행한다. 이번 딜은 JP모간과 MUFG, NAB, 웨스트팩(Westpac) 등이 주관했다.
캥거루본드 시장 내 조달이 재개된 타이밍을 포착한 점 등이 주효했다. 캥거루본드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발행이 중단됐으나 이달 14일께 유럽계 기관 UBS가 발행에 나서며 시장이 열렸다. 이달 만기도래하는 캥거루본드 차환 자금 마련 등을 위해 외화 시장을 주시했던 수출입은행은 발 빠른 행동에 나섰다.
수출입은행은 곧바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캥거루본드 발행을 공식화(announce)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19일 캥거루본드 조달 사실을 알려 투자자 접촉에 나선 후 20일 곧바로 프라이싱(pricing)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로드쇼 등을 진행하기 어려운 여건 등을 감안해 컨퍼런스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9일 딜 공식화 이후 그룹콜 등을 통해 20곳 이상의 기관과 소통하는 등 투심 잡기에 집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발행 중단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기관들이 대거 프라이싱에 참여해 스프레드(가산금리)를 낮췄다. FRN 스프레드는 호주달러 스왑금리 3개월(3m BBSW)에 107bp 더한 수준으로, IPG 대비 13bp 절감했다. FXD 쿠폰금리는 1.311%로 결정됐다.
캥거루본드 발행을 지속해 투자자와의 접점을 쌓은 점 등도 흥행을 뒷받침했다. 수출입은행은 2012년 첫 캥거루본드 발행 이후 꾸준히 호주달러 채권을 조달했다. 아시아계 기관 중 최대 조달 규모(48억 호주달러)를 달성한 배경이다. AA급 우량 크레딧과 국책은행이라는 지위 역시 투심을 사로잡았다.
◇달러 대비 경쟁력 부각…캥거루본드 벤치마크 역할 빛내
이번 조달로 수출입은행은 달러채 대비 금리를 절감하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이번 FRN 스프레드의 경우 달러채 환산시 3개월 리보(LIBOR)에 86~87bp를 가산한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출입은행의 글로벌채권(2023년 4월 만기)이 최근 3개월 리보 대비 97bp 안팎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서 10bp가량의 금리절감 효과다. 수출입은행의 기존 캥거루본드 유통물보다도 4~5bp가량 낮은 스프레드가 형성됐다.
수출입은행은 캥거루본드 시장의 금리 경쟁력을 드러낸 것은 물론 조달 재개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 캥거루본드는 지난해 한국물 발행 시장에서 달러(71.02%)와 유로화(11.88%), 스위스프랑(6.18%)의 뒤를 잇는 통화로 부상하는 등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도로공사 등이 캥거루본드 시장 데뷔에 나서는 등 발행 열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캥거루본드 조달이 가로막히자 이슈어들은 쉽사리 발행에 나서지 못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발행을 철회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도로공사 역시 적절한 시기를 살피는 데 집중했다.
이번 딜은 한국물 캥거루본드의 조달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AA급 국책은행 지위와 연이은 발행 경험 등을 기반으로 과감히 조달에 나선 결과 수출입은행이 캥거루본드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캥거루본드 시장을 찾은 이슈어는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뿐으로, 이번 딜은 아시아계로는 사실상 첫 발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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