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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꽂힌 IB뱅커' 박치우 신한대체 상무보 [부동산 운용사 열전]③외환은행 IB 출신, 해외 부동산 신디케이션 주선 경험…국내 최초 '펀드파이낸싱' 성사

이효범 기자공개 2020-05-26 13:01:13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5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대체투자운용의 키맨(Key man)을 꼽자면 박치우 상무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커리어의 절반 이상을 IB뱅커로 살아온 인물이다. 신한대체투자운용 부동산구조화금융팀을 꾸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해당팀은 지난 2년 6개월간 4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끌어모았고, 운용사 성장을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다.

박 상무보는 코로나19 사태로 변동성이 커진 부동산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해외에 편중된 투자 포트폴리오의 균형점을 맞추기 위해 퍼블릭골프장, 멀티패밀리 등으로 국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부동산 경기 사이클별 모든 국면마다 투자자에게 적합한 자산을 발굴 및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기업·부동산금융 노하우 쌓은 IB뱅커…부동산펀드 운용역으로 변신

박 상무보는 2004년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이후 1년간 기자생활을 하다 2005년 7월 한국외환은행 기업금융팀으로 입행했다. 7년간 국제금융 업무를 수행했던 그에게도 갈증은 있었다. M&A(인수합병)를 전문으로 하는 정통 IB(투자은행)뱅커가 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었다.

그는 2012년 외환은행 내 IB본부 사내공모에 지원했다. 그간의 업무경험을 바탕으로 M&A 분야로 전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당시 사내공모는 오히려 그가 부동산금융으로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부동산금융부 부서장의 눈에 들어 M&A가 아닌 부동산금융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인사이동은 그의 삶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변화 중 하나였다.

박 상무보는 부동산금융팀에서 호주나 영국, 미국 등 선진국 부동산 신디케이션 시장을 개척하는데 주력했다. 자리를 옮긴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 국내 한 기관투자가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오피스빌딩 매입시 조달하는 시니어론 금융주선을 맡았다. 외환은행이 총액인수를 실시, 일본계은행 등 글로벌 금융사들에 다시 셀다운까지 그의 손을 거쳐 완료됐다.

박 상무보는 "외환은행이 기관들이 참여하는 해외 부동산 신디케이션론을 주선한 적이 없었는데 당시 윤용로 전 회장이 금융주선을 허락했었다"며 "부동산금융에 앞서 기업금융 등을 경험한 덕분이었는지 다루는 자산만 바뀌고 약정 등의 절차들은 상당히 익숙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금융으로 업무가 달라졌지만 빠른 시간내에 주선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보는 2015년 미쓰이스미토모은행 글로벌코리아기업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자리에서는 부동산금융을 비롯해 기업금융 등 다양한 IB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다 이학구 KTB자산운용 부사장이 해외대체투자 조직을 세팅할 당시 박 상무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자리를 옮겨 부동산펀드 운용역으로 전환했다. 2년여간 해외 부동산 투자를 실시하다 2017년 11월 신한PE에서 막 사명을 바꾼 신한대체투자운용에 새둥지를 텄다.

◇"부동산 투자, 금융+자산관리 역량 필요"…'골드만삭스RECPIII' 펀드파이낸싱 결실

결과적으로 그는 운용사로 이직하기에 앞서 10년간 은행에서 부동산, 기업금융 분야 IB업무를 맡았다. 이같은 경력 때문일까. 그는 자신의 경쟁력 중 하나로 은행IB로서 오랜기간 쌓아온 경험을 꼽았다. 이같은 업무경험은 부동산펀드를 운용하는데도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박 상무보는 "부동산은 종합투자이자 여러 사이클을 가진 투자자산"이라며 "대표적으로 금융역량과 자산관리 역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운용사로 이직하기 전에 은행에서 오랜기간 훈련 받았는데 의외로 업계에서 흔한 커리어는 아니다"며 "당시 습득했던 금융과 조달 그리고 구조화 등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 5월 '골드만삭스 RECP III 펀드'에 선순위 담보대출 투자를 실시했는데, 구조화금융을 업무상 경험했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 딜은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실시하는 방식과 달리, 펀드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른바 '펀드 파이낸싱'이라는 금융기법으로 우리나라에서 해외 펀드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사례다.

그동안 펀드 파이낸싱 비즈니스는 외국계 은행 등의 전유물이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이같은 딜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 편이었다. 특히 박 상무보는 신한금융그룹의 후광효과를 빌어 신한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신한이라는 네임밸류는 이번 딜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다. 투자를 실시한 신한AIM부동산펀드제3호의 순자산은 8000억원 가량으로 운용사 내 단일 펀드 중 손에 꼽힐 정도로 큰 규모다.

박 상무보는 "펀드가 일으키는 대출규모가 개별자산에 투자해도 될 정도로 크다"며 "펀드파이낸싱 방식으로 펀드에 레버리지를 공급하면 담보물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안정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한도대출로 나가기 때문에 수익률도 높은 편으로, 앞으로 우리나라 기관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부동산 선별 투자…"해외투자 피할 수 없는 선택"

박 상무보는 해외 주요 도시에 위치한 대표 부동산 투자를 선호한다. 그가 지칭하는 대표 부동산은 도시 전체의 대표적인 건물도 포함되지만, 서브시장 내에서도 입지와 건물 상태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부동산을 의미한다. 그가 대표 부동산을 선호하는 건 부동산 투자에서 수익률 뿐만 아니라 하방경직성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 상무보는 "오피스라면 시티코어에 위치한 클래스A, 신도심에 위치한 크리에이티브 오피스도 그 신도심에서 제일 좋고 대표적인 자산"이라며 "큰 도시에 많은 일자리가 있는 곳에 위치한 대표 부동산은 경기가 하강하더라도 새로운 임차인을 유치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쿼티 투자를 위해 해외 현지 운용사나 뉴마크 그럽 나잇 프랭크(NGKF),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C&W) 등의 매각 주선기관을 통해 딜을 발굴한다. 혹은 증권사가 총액인수 한 부동산을 셀다운 받기도 한다. 대출 형태의 투자 건은 해외 현지 IB를 통해 주로 소개받는다. 이외에 함께 딜을 했던 이해관계자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딜 소싱 루트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신한대체투자운용의 부동산투자 중 해외투자 비중은 99%에 달한다. 박 상무보는 해외에 다소 편중된 포트폴리오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만큼 해외투자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지난해까지 증권사 총액인수 방식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수요보다 더 많은 물건이 소싱 및 인수됐지만 투자세계에서의 그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단시간에 해소가 되곤 한다"며 "최근 미매각이 많아지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투자 형태를 전환하자는 논의가 그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상무보는 "글로벌 포트폴리오가 우리나라에만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위험조정수익률(Sharp Ratio)를 보이고 있으며, 대표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그 나라의 경제성과를 함께 향유할 수 있다"며 "글로벌 포트폴리오는 어떤 각도에서 고민해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속에 기회 모색…주목할 키워드 '서울, 디지털, 밸류'

박 상무보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부동산금융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키워드를 크게 △서울 △디지털 △밸류 등 3가지로 요약했다.

특히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서울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출장이 어려워지자 반대급부로 국내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조기에 진화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서울이 관심의 대상으로 꼽힌다.

또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부동산에 대한 인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성장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부동산 투자 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알짜자산들의 가치가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을 기회로 보고 있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 상황 아래 선진국에 가치투자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그는 이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회를 찾는 동시에 국내 투자도 확대할 생각이다. 미국 임대주택을 의미하는 멀티패밀리 형태의 자산을 국내에서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개발단계부터 투자에 참여해 멀티패밀리 형태의 주거시설을 완공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향유할 수 있는 구조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퍼블릭골프장 투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충북 진천 골프존카운티 골프장을 매입하기도 했다. 골프인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퍼블릭골프장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부동산으로 기관투자가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골프장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고려하는 요인이다.

그는 "유전자 증폭 검사처럼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자산간의 우열이 명확히 가려져진다"며 "물류, 데이터센터 디지털 부동산이 성장성을 재평가 받고, 호텔이나 리테일 자산은 불안한 기반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 등 회복탄력성이 우수한 자산은 오히려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ll Cycle-All Asset' 추구, "업계 신흥강자 되겠다"

그가 이끌고 있는 부동산구조화금융팀이 설정한 펀드 규모는 3조8000억원에 달한다. 투자자산의 거의 대부분은 해외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신한대체투자운용 부동산구조화금융팀을 부동산운용업계 신흥강자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부동산구조화금융팀을 구성하는 인력들의 맨파워에 상당한 자부심도 갖고 있다. 특징적인 부분은 금융과 부동산에 커리어가 집중된 인력들이 적절히 섞여 시너지를 낸다는 점이다. 이같은 장점을 살려 경기 순환 사이클의 어떤 국면에서도 적합한 투자자산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게 박 상무보의 목표다.

박 상무보는 "부동산에는 사이클이 있고, 코어, 코어플러스, 밸류애드, 오퍼튜니스틱, NPL, 디스트레스자산 등 각 시기에 적합한 투자전략이 있다"며 "금융과 부동산이라는 두개의 기둥이 있는 신한대체투자운용은 각 시기와 기회에 맞는 투자를 개척해서 투자자와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구의 격언처럼 공을 향해 뛸 것이 아니라, 공이 가는 방향으로 뛰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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