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구조조정]KAL 기내식사업부 매각 움직임에 '하코' 딜 회자한진중공업 2년전 아워홈에 매각…멀티플 12배 수준
최익환 기자공개 2020-05-28 11:18:28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7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각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부의 거래는 어떻게 진행될까. 실제 매물 출회가 현실화 될 경우 2018년 하코(HACOR)의 매각사례가 준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코는 한진중공업 계열사로 미국 LA지역에서 기내식 사업을 해왔던 만큼 거래 구조와 가격 산정 등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은 국내 회계법인을 통해 자사 △기내식 △마일리지 △MRO 등 사업부의 기업가치(EV) 산정작업에 나섰다. 이들 사업부 중 어떤 곳이 유동화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가치산정이 끝나는대로 소수의 원매자들을 초청해 제한적경쟁입찰을 진행하거나 수의계약을 통해 이들 사업부의 매각작업을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우선적인 매각대상으로 기내식사업부를 꼽는다. 이미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관심을 드러냈고, 앞선 아시아나항공의 게이트고메코리아(GGK) 등의 M&A 사례들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빠른 거래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대한항공에 기내식사업부 인수를 제안한 PEF 운용사들은 그동안 기내식사업과 F&B(식음료) 사업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왔다는 전언이다.
앞선 항공사 기내식사업의 매각사례 중 가장 참고할만한 건은 단연 하코 매각이다. 2018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사업 유동화에 나섰던 한진중공업홀딩스는 LA국제공항(LAX) 기반의 기내식 계열사인 하코 지분 100%를 980억원의 가격으로 아워홈에 매각했다. 대한항공 역시 채권단의 지원을 약속받은 만큼 파이어세일(Fire Sale) 성격을 비슷하게 가지고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당초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이어오던 한진중공업홀딩스는 NH투자증권을 통해 하코의 매각에 나섰다. 하루 1만개 이상의 기내식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하코는 당시 연 매출 800억원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80억원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별도의 설비투자(CAPEX)가 크게 필요하지 않고 수익성이 좋다는 평가가 나오자 5곳의 원매자가 관심을 가지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아워홈은 원매자 중 가장 높은 응찰가를 제시해 경쟁자들을 압도한 데다,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배상 기간과 배상한도 조건 등 비가격 요소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격적 요소에선 멀티플 10배가 넘는 수준을 초반부터 제시했다. 아워홈은 하코의 높은 마진율과 향후 현금흐름을 고려해 높은 멀티플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기내식 사업의 경우 HACCP 인증을 받은 주방에서 안정적 식자재만 공급되면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사업”이라며 “통상의 조리단가가 3~4달러에 그치는 것에 비해 공급가는 최소 10달러에서 최대 40달러까지 형성되어 마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하코의 매각사례를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부에 준용할 경우 매각가는 최소 50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의 기내식사업부는 연평균 매출 1000억원·영업이익 300억원의 실적을 기록해왔다. 일부 상각비를 포함한 EBITDA는 영업이익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하코의 멀티플 12배를 적용할 시 최소 5000억원의 가치 이상을 지녔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캡티브 물량에 더해 국내 외항사 30곳에도 기내식을 공급해왔다. 이는 하코는 물론 국내 다른 기내식업체들보다 사업규모가 큰 것으로 향후 인천국제공항의 3단계 확장을 통해 취항하는 항공사가 증가할 경우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전세계 항공운항 편수 자체가 줄어든 점은 밸류에이션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항공편 운항이 기존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인 만큼 하코의 멀티플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제선 운항이 사실상 멈춘 현 시점에서 매각가격은 다소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부의 규모가 상당하고 최고수준의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원매자들의 관심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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