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6월 11일 11: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가 한국 사회의 생활권 그 자체를 빨아들이고 있다. 소통, 결제, 상거래, 교통, 금융, 게임, 예능 등 손대지 않은 영역이 거의 없다. 플랫폼으로서 전방위적 장악력을 갖추자 수익 실현 모드로 바꾸더니 코스피 10위 기업으로 올라섰다.온라인 검색 엔진으로 인터넷 시대를 장악한 네이버도 반격에 시동을 걸었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한걸음 뒤쳐졌으나 오랜 기간 다져온 플랫폼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네이버플러스(유료화 서비스)로 파장을 일으키더니 네이버통장으로 카카오와 정면 승부를 택했다.
카카오가 뜨자 증권가에선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부각되고 있다. 카카오 전 계열을 통틀어 가장 가치가 큰 카카오뱅크를 2대 주주로서 함께 이끌고 있다. 엄연히 금융지주이나 은행이 없다는 한계가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돌아올 기세다. 카카오뱅크에 막대한 기업가치가 매겨진 건 결국 기성 은행의 인지도와 고객 기반을 압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 메신저가 국민 금융으로 거듭났을 때 그 안에서 한국투자증권이 벌일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하다.
네이버의 반격엔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동참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새 시대에 가장 앞선 것으로 보이나 안도하기엔 이르다. 카카오를 잡을 저력을 갖춘 건 네이버뿐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한때 카카오와 한국금융측 인사가 공동 대표를 맡아 양쪽이 파트너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는 조력자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카카오는 별도로 증권사를 가진 게 눈에 띈다. 그 사이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통장의 CMA 계좌를 꿰차며 실리를 챙기고 있다. 아직 최후 승자를 예단할 수 없다.
국내 자본시장 1위인 NH투자증권은 잠잠하다. 주식자본시장(ECM)의 압도적 1위, 부채자본시장(DCM)의 선두권이지만 플랫폼 시대의 맹주와 연합 전선을 이루지 못했다. 농협이란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겠으나 새 판에선 증권사의 영향력을 과신하면 안 된다.
대중과 접합점이 작은 IB 사업은 별개 영역인 듯해도 불행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당장 일반 투자자를 이해하는 데 플랫폼의 역량을 쫓아올지 의문이다. IB 비즈니스도 종국엔 개인 투자자와 연결된다. 오래 전 DCM 최강자였던 동양증권은 이름조차 간데없고 상장 딜을 독식했던 삼성증권의 명성도 바뀌었다.
최근 한 IB 임원이 카카오 쪽으로 자리를 옮기려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보통 사람은 누군가 앞서간 뒤에 뒤쫓기 시작하겠지만 새 틀에서 새로운 IB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끝없이 외연을 넓히고 새 영역을 창조하는 플랫폼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향후 증권사의 판도도 결국 카카오와 네이버 손에 달려있다는 게 허무맹랑한 말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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