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선행조건' 상표권 계약 변경, 긍정 시그널?해지조건에 현산 의사 반영…정몽규, 이동걸 만난 이유 '관건'
유수진 기자공개 2020-07-01 08:36:58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9일 10: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날개' 마크 상표권 계약을 변경하며 멈춰선 아시아나항공 M&A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브랜드 사용계약 변경은 매도인인 금호산업이 거래종결(딜 클로징) 전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확약사항 중 하나다.특히 이번 변경 내용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되며 조만간 인수 절차에 진전이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면담 요청에 응한 것과 맞물려 아시아나항공 딜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2개월 만에 상표권 계약 내용 변경…현산에 '유리'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금호산업이 소유하고 있는 상표(금호아시아나 브랜드) 사용과 관련해 계약 내용을 변경했다고 각각 공시했다. 매년 갱신해오던 계약을 지난 4월 말 기존 조건 그대로 1년 연장했다가 두 달 만에 다시 손을 댄 것이다. 계약 기간을 단축하고 해지 방식을 보다 구체화한 게 골자다. 사용료 조건은 월별 연결매출액의 0.2%로 기존과 같다.
당초 양측은 5월1일부터 내년 4월30일까지 1년간 상표사용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었다. 물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는 상황에 대비해 계약기간 중 해지 또는 변경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아뒀다. 하지만 이번엔 계약기간을 '거래종결일부터 오는 12월31일까지'로 줄였다. 또한 효력발생일로부터 2개월이 지난 후부터 해지가 가능토록 하되, 1개월 전 서면통지를 하도록 했다. 즉 가장 빠른 해지시점이 거래종결 후 3개월이 되는 날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예전에는 계약을 해지하려면 양사간 협의과정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한 회사에서 통보만 하면 해지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양사가 계약 변경 전 당연히 HDC현대산업개발과 사전 교감을 했을 걸로 본다. 변경 내용에 현대산업개발의 의사가 반영됐다는 의미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월 이들이 상표권 갱신 계약을 체결하자 상당히 불쾌해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M&A가 진행 중인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특히 재무상태가 심각한 아시아나항공이 상표권 사용에 119억원을 지급하는 것을 탐탁치 않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상표권 변경 계약이 아시아나항공 딜의 긍정 시그널로 읽히는 이유는 금호산업이 거래종결 전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확약사항 중 하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7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SPA)에는 매도인(금호산업)이 거래종결일 전까지 아시아나항공 및 계열회사와 상호, 표식, 로고, 마크 등의 사용에 관해 상표사용 변경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계약해지 관련 내용일 것이라는 추정에 힘이 실린다. 거래종결 이후 확약에는 매수인들이 마크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이미 기재 등에 사용된 마크는 1년 내에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도 함께 들어있다.
◇거래종결 시한 연장…정몽규-이동걸 만남, 물꼬 트나
이 밖에도 금호산업은 거래종결 전 아시아나항공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현대산업개발이 추천하는 후보를 등기임원으로 선임하도록 해야하고, 아시아나항공 등과 체결한 감사용역 계약도 조건 없이 해지해야 한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및 계열사로부터 차입한 자금의 원리금도 전액 상환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아시아나항공이 주총을 열고 정관상 발행주식총수를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은 이미 지난 3월 이행했다.
그간 현대산업개발은 거래종결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해외 기업결합심사 외에도 이행돼야 하는 선행조건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러시아 당국의 기업결합승인은 우리가 진행해온 절차 중 하나일 뿐"이라며 "그 외에도 이행돼야 하는 선행조건이 많이 있고, 아직 충족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따라서 금호산업이 현대산업개발의 의사를 반영해 선행조건을 이행하기 시작했다는 건 딜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최근 정몽규 회장이 이동걸 회장의 면담요청에 응하면서 인수조건 재협상이 본격화 될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 사람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정 회장이 판을 깨기로 마음먹었다면 굳이 거래종결 시한 직전에 이 회장을 만나지 않았을 거라는 해석이다. 바꿔 말하면 시장에 일파만파 퍼져있는 딜 무산 우려를 일축하고자 이 시점에 만났다는 의미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해 만남에 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재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조건 재협상 카드를 먼저 꺼내들고도 적극 대화에 임하지 않는 이유로 정 회장의 장고를 지목해왔다. 최종 결정권자가 인수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무진이 세부조건 조율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회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어느 쪽으로든 결심을 굳혔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일단 이달 27일까지였던 거래종결 시한은 사실상 6개월 더 연장됐다. 아직 러시아 당국의 해외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SPA에는 기업결합심사 지연에 한해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앞서 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이 의견을 주고 받으며 사실상 거래종결 시한 연장에 합의를 이루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9일 보도자료에서 "산업은행이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인수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재점검 및 재협의를 위해 계약상 거래종결일 연장에는 공감한다는 의사를 회신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먼저 보낸 공문에서 거래종결일 연장을 제안했고, 이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산업은행과는 대화가 끊어진 적이 없다"며 "지속적으로 얘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협상 돌입 여부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협상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인수절차 과정이 서로 얘기하면서 진행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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