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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비상무이사 활용법]엔씨소프트, PEF 산증인 14년 우군으로 영입②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M&A시장 영향력, 김택진 대표와 대일고·서울대 선후배

원충희 기자공개 2020-06-30 07:15:22

[편집자주]

회사의 주요 업무집행 의사를 결정하는 이사회는 지배구조의 핵심기구다.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중 기타비상무이사는 법적요건이나 제한이 없는 독특한 직책이다. 통상 주주-회사 간의 소통채널로 인식되지만 정보통신(ICT)기업에서는 다양한 이력의 인물들이 니즈에 따라 자리 하고 있다. 더벨은 ICT 업체마다 특색있는 기타비상무이사 활용법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4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씨소프트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사진)에 대한 예우가 남다르다. 2007년 3월부터 14년째 이사회에 몸담고 있는 것은 물론 원래 사외이사였던 그를 기타비상무이사로 바꾸면서 회사에 남도록 배려했다. 서윤석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10년 사외이사(2010년 3월~2020년 3월) 생활을 끝내고 사퇴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경영진이나 오너 일가에 속하지 않은 인물이 14년 동안 이사회에 근속한다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박 대표가 이끄는 VIG파트너스가 엔씨소프트의 주요 주주가 아닌데다 두 회사 간에 사업적 제휴가 있었던 정황도 찾기 어렵다. 박 대표의 최장수 이사 비결은 결국 창업자 김택진 대표와의 신뢰관계에 있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당시 유일한 사외이사였던 윤송이 SK텔레콤 상무(김택진 창업자의 아내)의 후임으로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입성했다. 윤 상무는 SK텔레콤을 나와 2008년 11월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로 부임하면서 사내 미등기임원으로 전향했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명시된 박 대표의 전문분야는 법률과 인수·합병(M&A), 투자자문이다. 서울대 법학과, 법과대학원, 하버드 로스쿨을 거친 뒤 김·장 법률사무소 M&A 전문변호사에서 시작해 로커스홀딩스과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옛 CJ인터넷) 사장,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사장, 하나로텔레콤 사장,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 대표 등을 지냈다.

2000년 뉴브리지캐피탈의 제일은행 인수를 자문했고 그 해 10월에는 로커스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로 바꾼 뒤 2004년 CJ인터넷과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2006년에는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회사를 정상화시킨 뒤 SK텔레콤에 되팔았다.

2010년 1세대 토종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의 공동대표로 합류한 그는 동양생명, BC카드, 아이리버, 버거킹, 바디프랜드 등 17개 기업의 경영권 M&A업무를 성공시키며 국내 PE업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꼽힌다. 넷마블(옛 CJ게임즈) M&A 업무에 관여한 경험이 있어 게임업에도 밝다고 전해진다.

엔씨소프트의 성장사를 보면 소규모 M&A와 투자업무를 했던 적은 있어도 대형 인수합병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사이즈가 큰 딜이라면 2015년 초에 넷마블과 3800억원 규모의 상호 지분투자를 단행한 정도다. 넥슨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자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박 대표가 M&A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만한 요인은 아무래도 적다.

다만 김택진 대표의 보유지분이 2000년만 해도 33.67%였으나 성장과정에서 희석돼 현재는 11.97%로 줄어다는 점에서 한 가지 이유는 찾을 수 있다. 2015년 넥슨과 벌어진 경영권 분쟁 당시 엔씨소프트의 표면적인 지분구도는 넥슨 15.08%, 김 대표 외 3명은 10.16%였다. 희석된 지분으로 인해 경영권이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주로 교수,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사외이사보다 사모펀드를 이끄는 박 대표가 백기사 확보, 자본시장 활동 등 주요 전략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함량이 크다"며 "박 대표와 김 대표가 대일고, 서울대 선·후배 지간이란 개인적 인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예우는 눈에 띌 만한 수준이었다. 2008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2000주를 부여했다. 비상근이사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은 사례가 많지 않다. 당시 받은 스톡옵션은 2013년께 모두 행사했는데 차익은 2억원대로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의 직위가 사외이사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바뀐 것은 2013년 3월쯤의 일이다. 앞서 2012년 3월 사외이사 연임이 결정됐으나 1년 뒤 사임하고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원인은 개정 상법이다. 자신의 회사를 제외한 2개 이상 다른 회사(비상장기업 포함)의 이사, 집행임원, 감사를 겸직할 수 없게 됐다.

보고펀드 대표를 맡고 있던 그는 코오롱생명과학, 엔씨소프트는 물론 동양생명 이사회에도 자리를 갖고 있었다. 사외이사로 근속할 수가 없었던 탓에 엔씨소프트 측이 박 대표를 이사회 멤버로 남을 있도록 기타비상무이사로 배려한 셈이다.

박 대표의 장기근속은 엔씨소프트 주주들에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2016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 박 대표의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이 상정된 적 있는데 국민연금과 메트라이프생명보험, 베어링자산운용 등 일부 주주들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그가 사외이사가 아닌데다 엔씨소프트 이사회에서 10년 넘게 재직한 터라 독립성이 취약하다는 논리다.

다만 지난해 3월부터 엔씨소프트는 감사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재편했다.

기업지배구조 한 전문가는 "감사위원회는 기업의 회계와 업무를 감사하고 외부감사인 선임을 승인하는 이사회 내 위원회"라며 "회계·재무 전문성은 물론 독립성이 상당히 요구되는 직책이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올 초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최대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되면서 상장기업의 장기재직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됐다. 엔씨소프트도 예외는 아닌데 2010년 3월부터 10년간 연을 이어온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회를 떠났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랜 근속한 박 대표는 변동이 없었다. 그가 연임제한 없는 기타비상무이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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