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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M&A]계약내용 '입맛대로' 해석, 책임 공방 불가피3월 SPA 체결 당시 계약해지 불가사유로 코로나19 명시

유수진 기자공개 2020-07-09 09:26:17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7일 16: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SPA)에 코로나19로 인한 사업부진은 계약해지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코로나19가 한창 확산세를 보이던 지난 3월 SPA를 맺으며 거래무산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해당 조항을 넣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최근 계약파기 가능성이 높아지며 해당 내용이 추후 책임소재 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양측은 이 조항을 각자의 입맛대로 해석하며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 측에 재차 기한 내 선행조건 이행을 촉구하며 사실상 계약해지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제주항공은 7일 예고했던 대로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밝혔다. 전날 발표한 내용을 포함해 그간 보여온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로운 내용은 이날 베트남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이 승인됐다는 서류가 도착했고, 이로써 제주항공이 SPA상 이행해야 하는 선행조건을 모두 완수했다는 내용 정도였다.

제주항공 측은 "그동안 인수계약 이행을 취해 최선을 다해왔다. 이스타항공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00억원을 저리(1.3%)로 대여했고 계약보증금 중 100억원을 전환사채로 투입하는데 동의했다"며 "베트남 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제주항공이 수행해야 하는 선행조건은 모두 완료됐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 측의 선행조건 완수만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주항공은 SPA에 '코로나19로 인한 사업부진은 그 자체만으로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으로서 제주항공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공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피해를 제주항공이 모두 떠안기로 했다"는 이스타 측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서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피해를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동안 양측이 체불임금 및 각종 미지급금 해결과 관련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겨며 상반된 입장을 보여온 건 해당 조항 때문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셧다운을 하고 미지급금이 발생했으니 인수자 측에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본 반면, 제주항공은 위 상황들이 '사업부진 그 자체'와는 다르다고 본 것이다. 동일한 문구를 제주항공은 좁게, 이스타 측은 넓게 해석하면서 시각차가 발생했다.

이스타홀딩스와 제주항공이 계약서에 해당 문구를 넣은 건 한창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 SPA를 체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애경그룹은 두 차례 기간을 연장하는 등 막판까지 본계약 체결 여부를 고민한 끝에 인수를 결심했다. 대신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보다 구주 인수가격을 150억원 깎았다. 그에 대한 대가로 해당 조항을 넣었을 거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 같은 내용은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체결한 아시아나항공 SPA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이들의 계약서에는 매수인의 거래종결 의무 선행조건에 '기준일(계약일) 이후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포함돼 있다. 바꿔 말해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면 선행조건 충족이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홀딩스와 제주항공의 경우 해당 문구 때문에 현 상황에 대한 책임소재가 다소 모호해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업황이 침체되고 항공사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지만 어디까지를 '사업부진 그 자체'로 볼 지가 사실상 불명확하다. 추후 딜이 무산돼 법정공방 등을 벌이게 될 경우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때문에 제주항공은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스타 측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으며, 선행조건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 측이 비밀유지조항을 먼저 깼고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으로 지분 정당성이 의심된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날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 측에 10영업일 이내에 선행조건 해소를 요구했고,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오는 15일까지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해소, 미지급금 해결 등 선행조건이 완수되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겠다는 의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우리가 충족해야 하는 선행조건은 다 완료했다. 이스타 측의 입장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15일까지 계속 계약서상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5일 전까지 이스타 측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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