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을 움직이는 사람들]서경배 회장과 동행, '뉴보이·올드보이'가 만든 하모니①청사진 그린 뉴보이·실행 맡은 올드보이, 또한번 돌파구 찾을까
전효점 기자공개 2020-07-20 07:30:27
[편집자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945년 설립된 태평양화학공업사를 모태로 7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대표 화장품 기업이다. 2006년 전신 태평양이 지주사 전환을 단행하면서 현 사명으로 변경했다. 2010년 이후 중국의 한류열풍을 타고 매출이 급성장했으나 2015년 정점을 찍은 이후 정체기를 보내고 있다. 오너 2세 서경배 회장을 필두로 최근 영광기와 고난기를 함께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임원진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4일 11: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늘날 아모레퍼시픽의 최정상 리더 그룹은 두 부류로 나뉜다. 2006년 지주사 전환 이후 그룹에 영입돼 전략실과 재무실을 중심으로 포진한 '60년대생·연세대 출신'들로 이뤄진 '뉴보이'와 선대 회장이 이끌던 1980년대부터 그룹에 입사해 차근차근 사다리를 밟아 올라온 '올드보이'가 그들이다.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학자와 예술가, 상인의 면모를 두루 지닌 수장으로 알려져 있다. 늘 누군가와 토론하고 조언을 구하는 오픈 리더십으로도 유명하다.
이같은 성향을 고려해볼때 자신을 도와 회사를 이끌어갈 다양한 출신의 임원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와 함께 성장해오면서 안살림을 속속들이 잘 아는 정통 아모레맨뿐만 아니라 밖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후 입사해 회사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던 뉴보이를 중용한 이유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두 세력이 이루는 균형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뉴보이들은 주로 그룹 전략이나 재무, 인사 등 핵심 포스트에 포진하며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짰다. 올드보이들은 사업회사 아모레퍼시픽의 10개 유닛 실무를 총괄하면서 계획을 실행했다.
◇'오픈 리더십' 서경배 회장, 신구 조화로 성장 신화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 등장하는 이 구절은 서 회장의 모토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의 미래를 한 걸음 먼저 내다보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부지런히 더 높이 날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략실은 이 모토를 가장 잘 이해하고 그룹의 국내외 사업 방향을 조타하는 십자대열의 정중앙에 있는 부서다. 전략실을 중심으로 서 회장의 '이너서클'이라고 할 만한 뉴보이들이 총 집결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최근 10여년간 그룹 전략실의 기틀을 짜고 키워온 김승환 전무를 비롯해 그의 후임 이창규 상무, 이상목 전무 등이 대표적이다.
김승환 전무는 2006년 아모레퍼시픽에 영입된 이래 대부분의 경력을 그룹 전략실에서 보냈다. 2013년 그룹 전략디비전을 이끄는 상무로 선임되며 임원에 올랐다. 2015년 전략디비전이 유닛으로 승격되면서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2017년부터는 전략실을 후배 이창규 상무에게 물려주고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아모레퍼시픽 인사권을 통솔하는 양사 인사조직 유닛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상목 전무는 그룹의 곳간을 지키는 최고재무책임자(CFO)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아모레퍼시픽의 재경디비전장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사업회사 아모레퍼시픽의 경영지원유닛을 이끌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재경법무실장까지 겸임하면서 내부 입지를 넓히고 있다.
뉴보이들은 그룹 주요 포스트뿐만 아니라 계열사 사내이사나 감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요직을 겸직하면서 경영 최전선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올드보이'를 대표하는 인물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배동현 사장과 사업회사 아모레퍼시픽을 이끄는 안세홍 사장이다. 십여년 간 수많은 임원들이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직급을 끝으로 경력을 끝맺었다. 하지만 두 사람만은 안팎의 부침과 굴곡에도 권력의 중심부를 지켜오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배 사장은 그룹 재무실에서 젊은 시절 대부분의 경력을 쌓아온 재무통이다. 1981년 입사 이래 사업 자회사 아모레퍼시픽에서 기획재경부문장과 경영지원유닛장,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했다. 2016년 그룹 대표로 영전하기 전에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8년간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안 사장 역시 영업·마케팅에 뿌리를 두고 아모레퍼시픽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계열사 이니스프리 대표를 역임하면서 일궈낸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2018년 모회사의 수장까지 발돋움했다.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대표뿐만 아니라 사업회사 아모레퍼시픽의 대단위 실무조직인 유닛을 이끌고 있는 장 역시 대부분 태평양 시절부터 몸담아온 인물이 많다.
럭셔리브랜드유닛 강병영 전무는 1995년 입사 이래 연구, 마케팅, 브랜드를 두루 거치면서 경력을 쌓아왔다. 프리미엄브랜드유닛 정혜진 전무, 데일리뷰티유닛 이영운 상무 역시 각각 1999년, 1997년 입사 이후 주요 부서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그룹에서 중국 헤드쿼터를 통솔하고 있는 김대호 상무, 황영민 상무 역시 1990년대 입사자로 정통 아모레맨이다.
◇실적 정체에 잇단 인사개편·조직개편 '승부수'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5년간 두 차례의 대규모 조직 개편과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첫 번째는 2014년 12월, 창립 70주년을 한 해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당시 조직 개편의 초점은 전략디비전의 위상을 유닛(unit)으로 한 단계 승급하고 해외법인의 통합관리 기능을 맡기는 데 맞춰져 있었다. 전략디비전이 원래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전략까지 아우르는 방향타를 잡은 부서였던 점을 고려하면 결국 당시 글로벌 확장세에 주마가편하겠다는 의지를 표상한 조직 쇄신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창립 이후 최전성기를 달렸다. 2011년 3조원을 돌파했던 그룹 연결 매출은 2013년 3조9000억원, 2014년 4조7000억원, 2015년 5조7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연년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서 회장은 놀라운 실적 대부분을 그룹 전략실의 공로로 돌린 듯하다. 전략디비전을 유닛으로 승급하고 책임자였던 김승환 당시 상무를 2년만에 전무로 승진시켰다. 전략유닛 산하에 AGO(아모레퍼시픽 글로벌 운영부문)를 신설하고 이창규 당시 부장을 필두로 해외 법인간 전략에 통합성과 일관성을 높이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전략유닛 산하 그룹기획디비전에는 황영민 당시 부장을 임명해 국내사업 전략을 통솔하도록 했다.
서 회장은 이듬해인 2015년 9월 창립 70주년 행사에서는 '비전 2020'을 선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서 회장의 왼쪽에는 '뉴보이' 김승환 전무가, 오른쪽에는 '올드보이' 한상훈 당시 전무가 배석했다. 서 회장이 이때 선언한 '원대한 기업(Great Global Brand Company)' 비전에서는 자신감이 단적으로 묻어난다. 2020년 매출 12조원, 해외 매출 비중 50%를 달성하겠다는 포부였다.
두 번째 대규모 인사와 조직 개편은 2018년 10월 조기 단행된 2019년 정기 인사다. 4년 전과는 정반대로 사드와 한한령 등을 거치면서 실적이 고꾸라지던 시기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실적은 2016년 매출 6조7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이듬해 10% 이상 곤두박질쳤다. 2017년 매출은 6조원을 간신히 턱걸이했다. 2018년도 역시 성장률이 0.8%에 그치며 답보했다.
그룹 상황은 정반대가 됐지만 이 때의 조직 혁신을 주도한 것 역시 뉴보이다. 김승환 전무는 2017년 7월 그룹 전략유닛을 후임 이창규 상무에게 물려주고 그룹 인사조직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 회장이 또 한번 뉴보이의 판단을 믿었다. 그룹은 화장품 브랜드에서 채널을 분리하고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는 시스템으로 이행했다. 채널은 영업 유닛에 통합하는 한편 면세, 디지털 등 새롭게 부상하는 관련 조직에도 힘을 실어줬다.
조직 쇄신 후 만 1년 9개월이 지난 올해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상황은 개선됐을까. 지난해 중국과 국내를 필두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까지 덮치면서 고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작년 말 2020년도 정기인사에 이어 최근 7월 인사에서는 조직 개편과 임원 이동이 최소한에 그친 상황이다. 이번 위기에는 누구로부터 자문을 얻고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서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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