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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포문 연 아모레퍼시픽 [thebell note]

전효점 기자공개 2020-05-25 08:23:05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2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호주 화장품 회사 래셔널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시장의 이목을 모았다. 래셔널그룹은 현지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맞춤형 화장품 사업을 통해 전문성을 쌓은 기업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아모레퍼시픽이 래셔널그룹 지분 절반(49%)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그 규모가 50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기대와 놀라움이 섞인 반응을 보인다.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던 그간의 모습을 탈피한 과감한 행보인데다 투자가 이뤄진 시점이 어닝 쇼크를 기록한 1분기였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 실적 부진의 정점을 찍었다. 2017년 사드 사태 이래 느린 속도로 추락하던 실적은 올해 코로나19로 결정타를 맞았다. 분기 매출은 20% 이상, 영업이익은 약 70%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 매출이 6% 감소한 것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악화된 실적이었다.

시장은 사업 방식에서 원인을 찾는다. 아모레퍼시픽은 채널과 브랜드 전략 양면에서 변화에 둔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온라인 채널과 신생 브랜드가 주도하는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뒤쳐졌다.

채널 면에서는 압도적인 오프라인 채널 의존도가 변화의 발목을 잡았다. 오프라인 채널은 십수년간 막대한 설비투자를 지속하면서 직접 구축해온 점포들이 주축이다. 점포들은 단번에 줄일 수도 없는 데다 고정비를 잡아먹는 족쇄다. 점포에 미련을 가지면서 온라인으로 무게 중심을 과감히 옮겨심지도 못했다.

브랜드 전략 면에서도 시장 변화에 소극적이었다. LG생건의 경우 떠오르는 더마 화장품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활발한 M&A를 통해 유망 중소기업을 지속적으로 포섭했다. 글로벌에선 로레알그룹이 한국 스타일난다, 중국 매직 등 트렌디한 신생 기업들에 과감한 가격을 지불하면서 변신을 모색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 브랜드 확보에 미온적이었다. 그간 다수 지분투자를 진행하긴 했지만 기껏해야 기업당 십수억원 남짓이었다. 수천억 단위 M&A 행진을 이어가는 경쟁사와는 대조적으로 사내 스타트업 제도 등을 활용해 내부에서 저비용으로 답을 찾고자 했다. 결국 이렇다 할 신규 브랜드를 키우는데도, 기존 브랜드를 시대에 맞게 진화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이런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호주 브랜드 지분 확보에 무려 500억원을 베팅하고 나섰다. 맞춤형 화장품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장은 '어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택했느냐보다 과감한 외부 투자를 통해 '어떻게' 미래 먹거리를 찾아나섰느냐를 더 주목하고 있다. 안세홍 대표는 래셔널그룹 투자 직후 "앞으로도 미래 성장을 위해 유망 기업과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의 변신에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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