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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 조선업 점검]가시밭길 들어선 조선업, 빅2 체제 생존 전략은과열 경쟁 2010년대 위기 원인...대우조선 합병 '공생 기회'

구태우 기자공개 2020-07-17 09:16:36

[편집자주]

국가기간 산업인 조선업이 장기 불황에 들어섰다. 조선업은 국제유가와 환율, 환경규제 등 다양한 외생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앞으로 조선시장에는 '호황'이란 말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 조선사는 규모와 주력 선종도 비슷하다. 국내 업체 간 경쟁이 결과적으로 한국 조선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이유다. 더벨은 장기 침체가 예상되는 한국 조선업의 생존 전략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5일 11:2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1위인 한국 조선업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기술력과 품질, 가격 경쟁력 면에서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보다 한발 앞서있다. 고부가가치 선종의 수주는 '빅3' 조선소가 쓸어담고 있다. 지난해 발주된 선박 10척 중 3.7척은 국내 조선소에서 수주했다. 조선업이 불황이던 중에도 '세계 1위'의 타이틀은 놓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소의 수주 상황을 살펴보면 '글로벌 1위' 타이틀이 무색한 상황이다. 일감은 2년 치도 안 남아 앞으로가 걱정이다. '큰손'들이 발주를 준비하고 있지만, 배를 건조할 도크가 모자르던 2000년대와 딴판이다.

과거 조선업은 10년 마다 '호황과 불황'을 오간다는 의미로 '10년 주기론'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팬데믹 현상과 더불어 조선업의 싸이클은 불투명해지는 추세다. 2010년부터 지속된 수주 절벽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08년 한국 조선업의 수주 잔량은 6536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선박을 건조하는데 필요한 작업량 지표)로 약 4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였다. 반면 지난해 수주잔량은 2260만 CGT로, 당시보다 65%(4276만 CGT) 감소했다. 1998년 국내 조선소의 수주잔량은 2060만 CGT였는데, 현 상황은 외환위기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다.


국내 조선산업은 연간 1200만 CGT를 건조할 수 있는데,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88년이면 일감이 동난다.

조선업이 불황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러시아와 카타르, 모잠비크에서 대규모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상반기가 지난 지금 발주량은 전년 대비 58%(575만 CGT)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업체의 총 건조량은 951만 CGT로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이 수치를 토대로 낙관적인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조차도 2008년(건조량 1540만 CGT)과 비교하면 60% 수준이다.

이렇듯 약 40여년 동안 지속되던 조선업의 호황기는 저물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베이징 올림픽 폐막과 함께 조선업에는 불황이 드리웠고, 장기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1997년과 2008년 그리고 현재 조선업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일감이 없어 가동 중단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호황 끝난 조선업, '보릿고개서 가시밭길'로

해상 물동량은 조선사의 수주에 있어 '실과 바늘'이다. 조선 경기는 해운 경기와 함께 세계 경제상황에 좌우된다. 이 같은 형태의 '경기 호전 → 물동량 증가 → 해운운임 및 선가 상승 → 선박발주 증가 → 선박공급 증가' 순환관계가 형성된다.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경기가 개선됐고, 신흥국인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조선경기는 호황을 맞았다. 발주 시장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수요가 높아지는 등 대형화됐다.

호황기는 길지 않았다. 2007년 서브 프라임 사태로 2008년부터 물동량이 감소해 선박 발주시장은 공급과잉 상태가 됐다. 2008년 상반기 1만1700 포인트였던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같은해 말 600 포인트대로 곤두박질쳤다. 2009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007년 대비 12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2019년 평균 BDI 지수는 1300대였다.

조선업은 수주산업의 특성상 수주가 줄면 1~2년 후 실적에 반영된다. 국내 '빅3' 조선사들은 수주 감소의 영향에도 2010년까지 버틸 일감이 있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차익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중소조선소 8곳이 적자로 쓰러지는 것과 대비된다.

조선사들은 선박 발주 감소에 대응해 해양플랜트 수주에 주력했다. 당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등 고유가가 유지되고 있어, 수심 1000미터 해상에서 천연가스와 석유를 뽑아내는 플랜트 사업이 이른바 '노다지'로 여겨졌다. 국내 조선사들에게 이 사업은 더할 나위없는 대안으로 여겨졌고, 기술력이 부족했음에도 저가로 수주한 이유였다.

출처 : 조선업 발전 및 향후 발전 전략(한국은행)

그러다 2014년 아랍의 봄 사태 여파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까지 폭락했다. 선주가 인수를 거부하는 사태가 잇따랐고, 여기에 설계 수정과 공기 지연 등이 겹치면서 조선사는 조 단위 손실을 입게 됐다.

지금은 이전과 같은 리스크는 안정화됐다. 그럼에도 세계 해운 시장은 2000년대 수준만 못 하다. 중국 경제의 연착륙과 미중 간 갈등으로 발주시장이 개선될 조짐도 없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선사들은 발주를 머뭇거리고 있다.

◇조선업 2020 불황기, 조선사 제로섬 게임 지양 절실

2020년대 국내 조선업계를 관통할 키워드는 '대형화'와 '슬림화', '친환경'이다. 중형 조선소는 특수선을 영위하는 한진중공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감이 말랐다. 반면 대형 조선소는 IMO 환경규제로 인해 LNG 추진선과 DF선(Duel Fuel, 듀얼 연료선) 등 친환경 선박의 물량이 있어 상대적으로 낫다. 이들 선박은 컨테이너선 등과 비교해 수익성이 우수하다.

통상 선박은 대형일수록 공학적 기법과 기술력을 요구해 단가가 높아진다. 중형 선박이라도 벌크선보다 탱커가 높은 기술을 요구하고, 컨테이너선은 이보다 더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한다. 한국 조선소는 컨테이너선과 LNG선, LPG선 등의 비교 우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선종은 시장이 작아 발주 물량이 일반 선종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LNG선의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은 일반 탱커의 8% 수준이다.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 '올인'하는 전략은 국내 조선사 간 경쟁을 심화시켜 위험하다는 게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2010년대 국내 조선업 위기 때처럼 '제로섬 게임'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국내 조선소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국내 조선소는 신조선 발주량이 줄어들자 저가 수주 방식으로 대응했다. 선박 가격이 낮아진 상황에서 저가로 수주했고, 해양플랜트 부실까지 겹치면서 조선소는 '3중고'에 시달렸다.

조선업계는 당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된 이유로 '성과주의'를 꼽았다. 국내 '빅3' 조선소는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된다. 조선사 CEO와 임원들은 임기가 2~3년에 그쳐 단기적인 성과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수주로 인한 영향은 3년 후 나타나고, 임원의 재계약 여부는 이보다 시기가 빨라 CEO는 단기성과에 매달렸다"며 "이는 저가수주의 원인이 됐고 조선업 위기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계는 초창기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지만 불황기에는 경쟁보다 전략적 화합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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