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재벌시스템]유한양행, 'J&J' 닮은 꼴…非오너 경영 롤모델④오너일가 경영 배제·공익법인 기부…“이사회 구성 다양화 필요”
강인효 기자공개 2020-07-29 10:20:31
[편집자주]
세계 최대 농업·식품회사인 카길은 비상장이고 가족지배 기업이지만 현재 가족이 경영하지 않는다. 세계적 플랫폼 기업 구글도 창업자들이 1선에서 모두 퇴진, 인도 출신 순다르 피차이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소유·경영의 분리 사례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은 한국 기업은 태생적으로 소유·경영의 융합모델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고도 성장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너경영 3·4세 시대에 접어들며 변화를 요구받는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이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지배구조 뿐 아니라 이사회·내부통제·조직구성에 까지 영향을 줄 사안이다. '포스트 이재용 선언'은 곧 '포스트 재벌시스템'이다. 이재용 선언 이후의 재벌시스템, 나아가 4차산업혁명 이후의 재벌시스템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8일 08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대표되는 기업의 지배구조는 오늘날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들은 최대주주가 자산운용사·사모펀드 등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이다.국내에서 처음으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보여준 기업으로 평가받는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자신의 전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인 ‘유한재단’이 최대주주다. 이러한 지배구조 속에서 50년간 안정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 유한양행과 가장 유사한 지배구조를 띠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바로 미국의 존슨앤드존슨(J&J)이다. J&J 역시 유한양행처럼 기업 총수가 자기 재산을 공익재단인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Robert Wood Johnson Foundation·RWJF)’에 넘기고 회사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줬다.
J&J는 1886년 맏형인 로버트 우드 존슨과 그의 형제들이 설립한 가족 경영 기업이었다. 1910년 동생인 제임스 우드 존슨에게 경영권이 넘어가고, 이어 1932년에는 로버트 우드 존슨 2세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가족 간의 경영 대물림이 이어졌었다.
J&J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도입된 건 1963년 로버트 우드 존슨 2세가 물러난 뒤 영업사원 출신인 필립 호프만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면서다. 당시 존슨 가문은 12억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공익재단에 넘기면서 기업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실천했다.
현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산운용사·사모펀드 등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J&J의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유한양행 역시 국민연금공단(작년 말 기준)이 10% 이상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소액주주 지분은 40%가 넘는다.
J&J는 CEO가 회사를 제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엇보다 창업자의 기업정신인 ‘크레도(Credo)’를 가장 중시하고 이를 철저하게 지켜나가는지를 평가한다. 크레도에는 고객, 종업원, 지역사회, 주주에 대한 책임 의식과 행동 지침 등이 담겨있다.
유한양행 역시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의 유지를 받들어 ‘유일한 정신’에 입각한 내부 인재를 CEO로 육성하는 전통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정식, 성실, 신용’의 가치를 내세운 유일한 정신을 제대로 갖춘 후보만이 유한양행의 CEO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유한양행은 평사원 출신 CEO를 선발한다.
J&J는 CEO를 꼭 내부에서만 발탁하는 것은 아니다. 제임스 버크는 P&G에서 3년 반 동안 일하다 J&J에 자리 잡았다. 그는 J&J 재직 21년 만에 CEO에 올라 은퇴할 때까지 총 37년간을 이 회사에서 보냈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뿐만 아니라 인재 유입에도 신경써야 한다”며 “강한 오너십을 통한 빠른 의사결정도 중요하지만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활동을 위해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는 “유한양행 사례는 투명성과 소통을 강조하는 글로벌 기업문화의 흐름에 부합하고 있다"며 "혁신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야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 지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유한양행이 이사회 구성을 더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한다.
정인철 크리스탈지노믹스 부사장(경영학 박사)은 “유한양행은 오너 경영이 아니어도 이사회, 내부 투자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인수합병(M&A)과 같은 장기적 관점의 의사결정을 진행했다”며 “최근 들어서는 신약 개발과 같은 적극적 성장 전략도 모색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부사장은 “CEO 선임의 과정에서도 진정으로 유능한 인재를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영입할 수 있는 더 투명하고 개방적인 이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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