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운용, 태영건설 경영참여 1년 성과는 [스튜어드십코드 발동]분할 계획 지지, 기업가치 개선 기여…올해 4월부터 시세차익 실현
이효범 기자공개 2020-07-28 08:34:48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7일 14: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머스트자산운용이 태영건설을 대상으로 실시해 온 경영참여 활동에 종지부를 찍은 가운데 그간 거둔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인적분할 형태의 태영건설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실으면서 기업가치 개선에 기여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이번 경영참여 활동기간 동안 태영건설 주가도 큰폭으로 상승하면서 머스트자산운용은 주식투자에 따른 시세차익도 누리게 됐다. 또 헤지펀드의 경영참여 활동에도 불구하고 큰 잡음없이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면서 투자자와 기업이 모두 윈윈(win-win)한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적분할 지주사 전환 힘실어…거버넌스위원회 구축 제안은 실패
태영건설은 오는 9월 1일 인적분할을 실시해 존속회사인 태영건설과 신설회사인 TY홀딩스로 분리된다. 지난 15일 임시주주총회을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도 변경되는 일이라 방송통신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심의가 지연되면서 분할일정이 다소 연기되기도 했다. 다만 방통위가 조건부 승인을 허용하면서 태영건설은 분할계획을 원래대로 추진한다.
이번 분할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 태영건설 기존 주주들은 분할 이후 존속회사인 태영건설 주식과 분할신설회사인 티와이홀딩스 주식을 보유한 지분율 만큼 동일한 비율대로 교부받는다. 분할 후 태영건설은 건설사업부문에, 신설회사인 티와이홀딩스는 자회사 관리 및 신규사업투자 등 투자사업부문에 각각 주력한다.
2014년부터 태영건설에 투자를 했던 머스트자산운용은 이같은 이슈를 감지하고 2019년 8월 초 태영건설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목적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그리고 최근 태영건설이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 안건을 통과시키자, 투자목적을 경영참가에서 단순투자로 다시 변경했다. 1년 남짓하는 기간 동안 경영참여 활동을 마무리 지은 셈이다.
당시 머스트자산운용의 경영참여는 업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경영참여라는 용어를 쓰는 것조차 소극적이었던 다른 헤지펀드들과 달리 공시 창구를 활용해 경영참여 계획을 선언했다. 태영건설의 내재가치가 시가총액을 훨씬 상회한다는 의견을 제시함과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지주회사·홀딩스 체제로의 전환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인적분할 방식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지지한다는 의사을 표시했다. 다만 분할의 대상이나 시점, 진행과정 등 세부적인 선택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의 범위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최선의 결과가 선택될 수 있도록 이끄는 합리적인 협조자인 동시에, 필요시 적극적인 비판자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2019년말 기준 태영건설 지분 15.9%를 보유한 주주였다. 태영건설이 이같은 주요주주 의견을 수렴한 것일까. 이듬해인 2020년 1월 머스트자산운용이 언급한 인적분할 방식의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 연관성을 입증하긴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머스트자산운용의 지지의견 표명은 태영건설 지주사 개편 계획에 힘을 실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태영건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분할 계획은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도 충분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저평가된 가치주보다 성장주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태영건설 내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TSK코퍼레이션이 분할신설회사의 비상장 자회사로 건설사업부문과 분리된다는 점은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로 꼽혔다.
이 계열사는 수처리약품과 폐기물처리, 바이오가스 정제 등을 담당하는 환경 관련 업체다. 머스트자산운용은 국내 지정폐기물 매립처리량이 2011년 이후 증가추세라는 점과 국내외 환경관련 상장사의 매립단가 추이, 밸류에이션 차이 등을 근거로 티에스케이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가 향후 태영건설의 시가총액보다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또 태영건설에 거버넌스위원회 구축을 요구하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사외이사 2명, 주주대표 1명, 전문가 1명으로 모두 4인으로 구성된 위원회 조직이다.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주요 의사결정을 사전에 검수하고 위원회 차원의 입장을 제시할 수 있어 태영건설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하기 위한 취지였다. 다만 태영건설은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태영건설 주가 30% 상승, 머스트운용 매도 나서
머스트자산운용이 태영건설을 대상으로 경영참여를 선언한 기간 동안 주가는 30%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해 공시한 건 2019년 8월 2일이다. 전일 태영건설의 주가는 1만2700원이었다. 최근 머스트자산운용이 태영건설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한 이후 주가는 1만6600원이다. 이 기간동안 1주당 주가는 3900원 상승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태영건설 투자로 적잖은 실현 및 평가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머스트자산운용은 2017년 4월 10일 처음으로 태영건설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로 공시했다. 당시 주식 383만8320주를 1주당 5278원으로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율은 5.02%이고, 총 투자금은 203억원에 달했다.
이후에도 태영건설 주식에 대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해왔지만 전반적으로 매수에 무게를 뒀다. 올해 3월말 기준 보유한 태영건설 주식수는 1211만48주로 지분율은 15.85%이다. 태영건설 지분을 보유했다고 최초로 공시한 이후 거의 3년 동안 꾸준히 주식수를 늘려온 셈이다.
올해 4월부터 주식 매도에 중점을 두면서 지분율은 다시 10% 아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급락한 태영건설 주가가 다시 반등했고, 머스트자산운용은 1만4000원~1만7000원대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도했다. 작년말까지 매수한 주식의 평균 매입단가는 7000원~8000원 사이로 추정된다. 올들어 태영건설 주식 매도를 통해 평균 매입단가의 2배에 해당하는 가격에 상당한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트자산운용 뿐만 아니라 태영건설 다른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도 상승했다는 의미다. 결국 헤지펀드의 경영참여 활동 이후 주주들의 보유 주식가치는 상승했고, 태영건설 역시 기관투자가인 주주들과 큰 잡음없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양측 모두 윈윈한 사례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트자산운용이 경영참여를 통해 태영건설의 지배구조 개편을 이끌어 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시간상으로 볼 때 머스트자산운용의 역할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 아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설주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며 "머스트자산운용의 경영참여 선언에 이어 태영건설의 지주사 전환 발표 등이 잇따르면서 기관투자가들도 태영건설의 변화를 다시 한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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