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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금법 개정안 명암]업체는 87개인데 소액? 핀테크 '다중채무' 문제 없나③후불결제 개방 '입방아', 금융사와 연체정보 공유 안해…건전성관리 역량 '의문'

이장준 기자공개 2020-08-06 08:53:58

[편집자주]

금융당국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핀테크를 중심으로 금융 환경이 급변해왔고 이들의 규제를 더 완화해줄 개정안이다. 전통 금융사들은 논의에서 배제돼 있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도 있다. 전금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토대로 금융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또 남겨진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4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 종합지급결제업과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는 소액 후불결제다. 금융당국과 핀테크사는 소액후불결제가 고객의 편의성을 위한 일종의 '페이'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서는 사실상 '여신' 기능으로 보고 있다. 양측이 좀처럼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며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특히 핀테크사가 소액후불결제를 사용한 고객의 연체 정보를 금융사와 공유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러 핀테크사로부터 채무를 진 고객의 동시다발적 연체를 막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핀테크의 건전성관리 역량이 아직 입증되지 않아 향후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핀테크도 후불결제 가능…하이브리드카드 동일 한도 확대 가능성도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말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에 따르면 전금법 개정안에는 기존 계좌 기반의 선·직불 결제를 보완하기 위해 신용 기반의 후불결제 방식의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포함할 예정이다.

대금결제업자의 충전금과 결제액의 차액(대금부족분)에 한해 제한적으로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한다. 현재 전자금융업 고객은 포인트 등을 사전에 충전해서 써야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용카드처럼 후불로 지불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사회초년생, 주부 등 금융 정보가 부족한 '씬 파일러(thin filer)'의 편의성을 높이고 이들의 금융이력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 중이다. 시장에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는 플레이어를 추가하면 경쟁을 통해 혁신을 끌어낼 수 있다는 구상도 담겼다.

한도는 우선 30만원으로 잡았다. 이는 카드사가 운영 중인 하이브리드카드(체크카드이지만 소액 신용한도를 부여) 한도와 같은 수준이다. 하이브리드카드는 2012년 이후 줄곧 한도가 30만원이었다. 전금법 개정안에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다고 하자 카드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업권 간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이브리드카드를 이용하려면 신용등급이 7등급 이상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상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에 반해 대금결제업자의 후불결제는 고객의 구매 이력 등 비금융 데이터를 살펴본다. 일관되게 소액 지출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성실성을 보여준다면 후불결제를 이용할 수 있어 고객군이 겹치지 않을 것으로 당국은 판단했다.

한도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을 따르는 휴대폰 소액결제의 사업자 약관에 따라 다르지만 통신사별 한도가 100만원 수준이다. 미국이나 호주에서도 후불결제 한도를 업체당 1000~2000달러(119만~238만원) 가량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직불카드에 여신적 성격이 붙는 하이브리드카드를 참고해 한도를 결정했다"며 "일단 시작은 30만원으로 하되 경제규모 등이 커지면 추후 한도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선불·직불사업체만 87개…다중채무 가능성, 리스크관리 능력 '우려'

당국이 후불결제를 용인한 대금결제업은 현재의 선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과 직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을 결합한 라이선스다. 현재 이들 업무를 영위하는 사업체는 각각 59개, 28개다. 전금법이 개정되면 당장 87개 사업체가 후불결제 기능을 갖게 되는 셈이다.

후불결제 한도가 30만원이지만 여기에 맹점이 있다. 한 업체당 30만원씩 모든 사업체에서 후불결제를 하면 2610만원에 달한다. 하이브리드카드의 경우 사용자가 발급 후 3년 동안 2개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대금결제업자의 후불결제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어 다중 채무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전금법 개정안에 담긴 후불결제는 여신 성격이 강한데 성격이 유사한 하이브리드카드과 달리 제약이 없다"며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당국도 이와 관련 보완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e브리핑을 통해 금융위는 △대손충당금 적립 △사업자들의 후불결제 총액한도 제한 △사업의 건전성 관리 및 이용자 보호체계 구축 등 방안을 충분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연체 발생 관련 정보를 기존 금융사에 공유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확실히 했다. 대금결제업 후불결제를 이용한 고객이 5만원만 연체해도 금융사에 관련 기록이 몇년 간 남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대신 대금결제업자끼리만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통신사끼리만 통신비 연체 정보를 공유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파일러들이 다양한 페이 수단을 활용하는 게 취지인데 소액을 연체했다는 이유만으로 낙인찍을 순 없다"며 "굳이 모든 금융권에 연체 내용을 공유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핀테크사가 건전성관리 역량이 충분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카드사 연체율은 총채권 기준 1.43%로 1년 전보다 5bp 하락했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고도화하며 리테일 부문 건전성관리 능력을 줄곧 개선해온 덕택이다. 반면 핀테크사가 건전성 역량을 제대로 갖췄는지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고객의 연체 관련 정보를 즉각 공유할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수다. 카드사 관계자는 "연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다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연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앞서 6월에는 토스 고객의 신상 정보와 비밀번호를 제3자가 도용해 부정 결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비록 토스를 통해 직접 유출된 건 아니었지만, 다수 고객이 핀테크의 보안 및 리스크관리 능력에 의심을 보낸 사건이었다. 다음 달 토스 측은 명의도용, 보이스피싱 피해 보호를 위한 고객 피해 전액 책임제를 시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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