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SNI의 진화]국내 최초 '멀티 패밀리오피스' 실험 나선다①금융상품 중심 WM비즈니스 한계…핵심 경쟁력 '코인베스트'
이효범 기자공개 2020-08-11 13:02:35
[편집자주]
삼성증권 SNI가 출범 10주년을 맞아 멀티 패밀리오피스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그동안 금융상품 추천과 컨설팅에 국한됐던 자산관리에서 벗어나 기관투자가와 코인베스트(co-invest)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 국내 WM 시장에서도 이례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더벨은 삼성증권의 멀티 패밀리오피스 비즈니스 출범 배경과 사업전략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6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자산관리(WM) 비즈니스의 핵심 브랜드인 SNI를 전국으로 확장한데 이어 최근 '멀티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론칭했다. 핵심은 해당고객들에게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직접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금융상품 위주의 자산관리에 점차 한계를 느끼면서 새로운 길을 찾는 시도로 풀이된다.패밀리오피스는 미국 석유왕 록펠러가 1882년 '록펠러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한 게 시초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금융사들이 다수의 자산가를 상대로 벌이는 WM사업과 달리 한 가문을 위한 자산관리와 파생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패밀리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글로벌 금융사들은 '멀티' 패밀리오피스로 그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복수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패밀리오피스 비즈니스로 서비스 대상 범위를 넓힌 셈이다. 해외에서는 HSBC PWS, Nothern Trust, Citi Private Bank, Bessemer Trust, BNY Mellon WM 등이 멀티 패밀리오피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최근 들고 나온 멀티 패밀리오피스는 예탁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SNI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SNI 고객 중에서도 예탁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한 건 지난해 SNI 브랜드를 전국으로 확대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앞서 SNI는 특화점포 3곳에만 부여된 자산관리 브랜드였다. 지난해 WM전략의 변화에 따라 SNI를 전국에 있는 30억원 이상 고객 대상 특화 서비스로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SNI 고객들은 한층 더 높은 수준의 WM 서비스에 대한 갈증이 생겼고 이를 반영한 게 멀티 패밀리오피스다.
삼성증권은 멀티 패밀리오피스의 핵심을 '코인베스트(co-invest)'로 꼽는다. 공동투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고객에게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삼성증권이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도 WM고객들에게 기관투자가들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WM비즈니스는 펀드를 비롯한 금융상품에 분산투자하는 자산배분 전략과 상속, 승계, 세무 등의 컨설팅으로 이뤄졌다. 특히 금융상품 판매로 발생하는 판매수수료는 곧 삼성증권 WM사업의 수익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수백억원의 자산을 가진 거부(巨富)들의 자산관리를 금융상품으로만 실시하는데 한계도 있었다. 고객들 사이에서도 한층 더 심도깊은 자산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코인베스트는 금융상품과 달리 직접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또 개인과 기관들으로 구분됐던 투자시장의 벽을 허물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멀티패밀리오피스 대상 고객 기준을 예탁금융자산 100억원으로 설정한 것도 기관투자가들과 공동투자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동원능력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가령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시 기관투자가들과 동급의 대우를 받고 에쿼티 혹은 대출채권 등에 투자를 실시할 수 있다. 또 시리즈A, B단계 벤처기업 투자도 한층 용이해진다. 더욱이 삼성증권이 IB를 통해 발굴하는 딜(Deal)이나 자기자본투자(PI)를 할때 멀티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멀티 패밀리오피스의 또 다른 특징은 고객들에게 전담팀을 배치한다는 점이다. 전담팀은 삼성증권 내부 전문가 뿐만 아니라 외부 제휴업체 전문가까지 포함해 총 10명 안팎으로 꾸려진다. 삼성증권이 그동안 SNI고객에게 전담 PB만 배치했던 것에서 서비스의 질을 한층 높인 셈이다. 상속, 승계, 세무, IB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배치해 고객들에게 연속성 있는 컨설팅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전담팀 소속인력들이 해당 고객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니다. 이합집산해 다른 고객의 패밀리오피스 전담팀으로 배치되기도 한다.
삼성증권은 또 자산관리, 상속, 승계 등에 대한 컨설팅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업무를 강화해 패밀리오피스의 취지도 한층 더 부각시킬 전망이다. 패밀리오피스가 가문관리라고 불리는 것도 부의 확대 뿐만 아니라 가문의 평판관리까지 포괄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SNI 고객들에게 자산관리 차원의 컨설팅을 제공해왔다면 멀티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에게는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관급 투자처를 제공한다는게 차별점"이라며 "당장 수익을 기대하고 내놓은 서비스라기 보다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장기적으로 관리자산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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