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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광글라스그룹 지배구조 개편]3사 합병 '죄수의 딜레마' 주주 갈등 어떻게 풀었나피합병법인 합병가액, 자산가치 변경 첫 사례…"3사 주주 모두 윈윈할 것"

박상희 기자공개 2020-08-18 08:20:2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4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이론 중에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는 것이 있다. 협력하면 서로에게 이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을 일컫는다.

삼광글라스,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 3사의 합병 및 분할합병 과정을 여기에 빗댈 수 있다. 합병가액 기준과 합병비율 산정에 따라 각 사 주주 간 이해 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합병이 '윈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삼광글라스가 두 차례 금융감독원의 정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쉽게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바꿀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삼광글라스그룹에서 3사 분할합병을 통한 지주사 출범 계획을 발표한 것은 5개월 전인 3월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사가 합병계획을 발표하자 상장회사인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주주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면서 합병에 대한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3사는 당초 합병가액 산정 과정에 어떤 방식을 적용하더라도 주주 간 이해 관계가 갈려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정석'대로 가기로 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주권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은 '기준시가'를 적용하는 게 통상적인 관례였다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어 형성된 기준시가는 기업의 실질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테크건설 관계자는 "합병가액 산정이나 합병비율에 관해서 3사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외부평가기관(삼일회계법인)에서 기준시가를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고, 그 의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합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합병가액과 합병비율 논란 핵심 중의 하나는 군장에너지였다. 이 회사는 최근 5년 간 영업이익률이 20%가 넘는 이테크건설의 알짜배기 자회사다. 최대주주는 이테크건설(47.7%), 2대주주는 이테크건설의 최대주주인 삼광글라스(25%)다.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등 상장한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비상장회사인 군장에너지의 지분가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시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군장에너지를 숨겨 놓은 가치주 중 하나로 평가해 왔다. 군장에너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었다.

때문에 이번 합병이 사실상 군장에너지가 상장되는 효과를 갖게 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같은 맥락에서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주주도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매진했다. 3사 모두의 이익을 위해 추진한 분할합병이 주주 간 이해관계의 충돌로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졌다.

디앤에이치투자자문을 비롯한 합병에 반대한 삼광글라스 일부 주주들은 기준시가에 기초한 합병가액의 형평성을 문제삼았다. 분할되는 이테크건설에는 군장에너지 보유 지분(48%)의 가치가 반영된 반면 삼광글라스 가치를 평가할 때는 군장에너지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합병 반대 주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만들어 활발하게 활동하자 합병에 찬성하는 이테크건설 주주와 삼광글라스 주주도 연대해 조직을 결성했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주주들이 합병비율 논란에만 매몰돼 합병가치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해관계자들의 상반되는 주장 속에 삼광글라스가 합병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는 두 차례나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명령을 받았다. 결국 6월 15일 "주주 간 합의 없는 합병은 추진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합병계획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후 약 2개월 간의 장고 끝에 3사는 삼광글라스의 합병가액을 기존 '기준시가'에서 '자산가치'로 조정하기로 했다. 합병대상회사 중 주권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을 '기준시가'에서 '자산가치'로 변경한 첫 사례다.

회사 관계자는 "3사의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조율하는데 상당한 시간인 필요했다"면서 "계열회사 간 합병이라는 거래의 특수성과 합병대상회사 간의 지분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법한 평가방식 범위 내에서 더 적정한 평가방식을 심사 숙고해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재산정했다"고 말했다.


삼광글라스의 합병가액이 자산가치로 조정됨에 따라 합병법인의 총 발행주식수는 줄어 합병법인의 주당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삼광글라스의 합병가액이 조정되면서 합병법인의 총 발행주식수는 최초 약 1959만주에서 1716만주, 1468만주로 줄어 주당가치는 계속 상승해왔다.

합병법인의 기업가치는 합병비율과 무관하기 때문에 변함이 없지만 총 발행주식수는 줄어 3사 주주 모두가 이득을 보는 구조다. 마치 케이크의 크기는 같은데 나눠 먹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한 사람당 먹을 수 있는 케이크의 크기가 커지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이테크건설과 군장에너지 주주도 삼광글라스의 합병가액 조정은 삼광글라스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합병법인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테크건설과 군장에너지 주주에게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게 삼광글라스를 비롯한 3사의 의견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광글라스가 합병가액을 '자산가치'로 조정해 새롭게 3사 합병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주주들이 이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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