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광글라스그룹 지배구조 개편]'자산가치'로 합병, '경영권 승계' 논란 잠재우나'기준시가' 원칙 꺾어…오너일가, 지주사 지분율은 변화 없어
박상희 기자공개 2020-08-18 08:02:13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4일 13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광글라스그룹이 지주사 출범을 위해 삼광글라스,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이하 3사) 합병 및 분할합병을 진행하면서 삼광글라스의 합병가액을 '기준시가'에서 '자산가치'로 변경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의 두 차례 정정명령에도 기준시가를 계속해서 고집하는 것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지적이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결과적으로 자산가치로 합병가액 기준을 바꿨지만 합병법인(지주사)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47.7%)은 기준시가를 적용했을 때(48.6%)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합병가액 산정 변경으로 합병비율 논란에선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적어도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일부러 자산가치를 합병가액 평가 툴로 쓰지 않았다는 꼬리표는 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시가 적용 합병가액 산정 '정석'대로, 반대세력에 '빌미'
3사 이사회가 삼광글라스의 합병가액을 기준시가로 결정한 것은 이번 합병 및 분할합병이 계열회사간 거래이면서 합병주체인 삼광글라스의 최대주주가 오너일가라는 점이 고려됐다. 외부평가기관(삼일회계법인)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한 결과를 신뢰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주권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은 '기준시가'를 적용하는 게 '정석'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면서 형성된 기준시가가 기업의 실질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 3사 분할합병 결과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의 장남 이우성 이테크건설 부사장과 차남 이원준 삼광글라스 전무가 지주사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3세 승계를 사실상 이뤄내는 셈인데, 이를 위해 기준시가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금감원의 1차 정정명령 이후 3사는 합병가액과 합병비율에 변화를 줬다. 합병대상회사인 이테크건설 투자부문과 군장에너지는 비상장회사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본질가치로 평가하고, 삼광글라스는 '최초 기준시가에 10% 할증' 해 합병가액을 결정했다.
삼광글라스는 기준시가를 기존 2만6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10% 할증하는 방식으로 합병가액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의 1주당 합병 가액은 1:3.22:2.14(종전 비율1대 3.88대 2.54)로 산정됐다. 이마저도 금감원으로부터 2차 정정명령을 받았다.
삼광글라스 일부 주주의 불만도 계속됐다. 디앤에이치투자자문을 비롯한 합병 반대 세력은 기준시가에 기초한 합병가액의 형평성을 문제삼았다. 분할되는 이테크건설에는 군장에너지 보유 지분(48%)의 가치가 반영된 반면 삼광글라스 가치를 평가할 때는 군장에너지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고민 끝에 3사는 합병가액을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재산정하기로 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합병법인이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원칙적으로 기준시가를 적용하되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에는 자산가치로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이우성 이테크건설 부사장, 지주사 최대주주 '등극'
3사는 '기준시가'를 기초로 한 합병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을 수용해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새롭게 합병비율 산정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오너일가의 합병법인에 대한 지분율 변동 차이는 크지 않았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합병법인의 합병가액을 기준시가 기준으로 적용했을 경우 합병법인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54.1%로 산정됐다.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10% 할증을 적용했을 경우 합병법인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53.9%으로 예상됐다.

어찌됐든 삼광글라스그룹은 3사 분할합병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3세로의 경영권 승계도 이뤄낼 전망이다. 이복영 회장의 장남 이우성 부사장과 차남 이원준 전무가 지주사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 회장은 OCI 창업주 고(故) 이회림 회장의 차남이다.
단독 최대주주는 이 부사장이다. 기존에 삼광글라스 지분 29만주(6.1%)를 보유 중이던 이 부사장의 지주사 지분율은 19.2%로 상승한다. 삼광글라스 지분 42만주(8.84%)를 보유하던 이 전무의 예상 지주회사 지분율은 17.7%이다. 형제 지분율은 합쳐서 36.9%로 40%에 육박한다. 3세가 삼광글라스 지배구조 정점에 자리하게 된다.
반면 기존 삼광글라스 최대주주이던 이 회장은 지주사 지분율은 10.1%로 두 아들에 뒤지게 된다. 이 회장은 현재 삼광글라스 지분 22.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사실상 지주사가 출범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셈이다.
재계는 삼광글라스가 독자적으로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고 계열사인 이테크건설·군장에너지와 합병을 하는 과정을 거쳐 동시에 3세 승계도 자연스럽게 이뤘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준시가를 적용해 삼광글라스 합병가액을 정한 것이 이우성 부사장에게 유리한 지분율을 몰아주기 위해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는데, 자산가치 적용으로 해당 논란을 잠재웠다"면서도 "3사 분할합병을 통해 지주사를 출범하는 과정에서 3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는 점은 맞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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