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라이선스 확보하려 악사 인수? 'NO' 신한생명 합작사 BNP파리바카디프 활용방안 '보다 효율적'
이은솔 기자공개 2020-08-24 08:03:38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1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악사(AXA)손해보험이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오면서 신한금융그룹이 관심을 끌고 있다. 포트폴리오 중 손해보험사가 없는 금융지주사가 유력한 원매자로 꼽히고 있고 신한금융이 이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정작 악사손해보험의 인수 매력은 손해보험 라이선스에 있고, 신한금융은 이를 확보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을 갖고 있다. 신한생명을 통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결국 악사손해보험을 라이선스만 바라보고 무리하게 인수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신한금융지주에서 손해보험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며 생명보험에서는 '빅4'로의 체제 개편을 앞두고 있지만 손해보험 비즈니스는 전혀 해본 적이 없다. 상품 기간이 길고 금리 리스크가 큰 생명보험과 달리 손해보험은 상품도 가볍고 새로운 시장 개척도 용이하다. 지주사나 생보사들이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금융 역시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디지털손보사는 손보 상품 계약건수와 보험료의 90% 이상을 온라인 등 통신판매로 진행하는 보험사다. 통신판매 전문 보험사의 판매 조건만 맞추면 돼 설립이 비교적 간단하다. 현재 당국에서는 업권 경쟁 심화로 종합손보사 라이선스는 더 이상 발급하지 않고 있다.
손해보험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손보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라이선스를 보유한 손보사를 인수해야 한다. 금융지주와 같은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악사손보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손해보험업 라이선스 확보 목적이 저변에 깔려 있다. 악사손보는 회사 규모나 손익 구조 상 라이선스 확보 외에는 큰 이점이 없는 매물로 평가된다.
다만 신한금융은 현재 신한생명을 통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의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BNP파리바카디프손보는 사실상 '개점휴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규모와 순익이 미미하지만 2009년 당국으로부터 종합손해보험사 허가를 받았다.
만약 신한금융이 라이선스를 위해 악사손보를 인수할 경우 2000억원 내외의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이보다는 이미 지분을 섞은 BNP파리바카디프손보의 지분을 확대하거나 사업을 키우는 게 더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관건은 대주주인 BNP파리바카디프와의 협상이다.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는 주인이 여러번 바뀌었다. 전신은 2003년 LG화재(현 KB손보)와 인터넷 기업 다음이 합작해 만든 다음다이렉트다. 당국에서 자동차보험 허가를 획득하고 다이렉트자동차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글로벌 보험그룹 에르고가 대주주가 되며 에르고다음다이렉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공교롭게도 BNP파리바카디프손보 역시 악사와 관련이 깊다. 2012년 악사의 지주회사인 AXA S.A는 에르고다음다이렉트의 지분 100%를 약 5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의 영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받아 회사 규모를 축소했다. 영업 과정에서 쌓인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기 위한 인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다음 주인이 된 게 BNP파리바카디프와 신한생명이다. 2014년 한국 손해보험업 시장 진출을 추진하던 BNP파리바카디프는 신한생명과 함께 지분 85%를 약 100억원에 취득했다. 당초 계획은 악사의 지분 일부를 유지하며 우호적 관계를 맺을 예정이었지만 2017년 악사가 지분을 포기하고 잔여분을 BNP파리바카디프가 인수하며 현재의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BNP파리바카디프손보의 대표이사는 BNP파리바 출신이 맡고 있지만 신한금융 역시 신한생명 출신 인사들을 감사와 비상근이사로 선임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실적은 미미하다. B2C(business to consumer) 방식으로 특종보험과 운전자보험을 일부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벌어들인 원수보험료는 147억원 수준에 그쳤고 순익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BNP파리바카디프손보의 경우 거의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며 "다만 신한금융이 손보업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면 외부 매물을 사오는 것보다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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