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빅4 빅뱅]'수익성' 선택한 삼성SDI, 핵심은 '질적 투자'수주 잔고 70조~80조원 수준, '수익성 초점' 선별수주 전략
박상희 기자공개 2020-08-31 11:38:3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7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EV) 배터리 후발업체인 SK이노베이션의 생산능력이 조만간 삼성SDI를 추월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최근 흑자전환을 목표로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산능력 2위 자리는 SK이노베이션에 내주더라도 LG화학에 이어 배터리부문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삼성SDI는 EV 전지 흑자전환 목표를 내년으로 잡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적자가 지속 중인 전기차 2차전지 사업을 내년 단독으로 흑자전환 시키는 게 목표"라고 공언했다.
업계는 삼성SDI가 흑자전환 시기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하반기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SDI가 중대형전지 부문에서 3분기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4분기 13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I가 하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경우 2018년 수익성 개선 방안을 내놓은지 2년 만에 성과를 거두는 셈이 된다.
삼성SDI는 2018년 10월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와 공급 계약조건을 개선해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흑자 전환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권영노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로서는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단기간에 수익을 개선하기 한계가 있다"면서 "고객사와 계약조건을 다시 협의하는 방향으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삼성SDI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2017년 5월 헝가리 공장 준공식 이후 대규모 투자나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사 설립 소식은 없었다. 올해 삼성SDI의 2차전지사업 예상 자본적지출은 약 1조~1조5000억원으로 경쟁사 대비 투자규모가 가장 작다.
현재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간 20GWh대 초중반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전기차 약 4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말 기준으로는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이 30GWh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올해 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각각 100GWh, 30GWh, 4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화학 생산능력이 압도적인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생산능력이 삼성SDI를 추월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후발주자이지만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에 배터리 셀 생산기지를 확보하며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왔다.
EV 배터리 사업은 '선 수주, 후 투자' 구조다. 일감을 미리 수주해 놓고 공장 등 생산시설에 투자한다. 삼성SDI가 경쟁사 대비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은 수주 경쟁에 덜 적극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LG화학을 제외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수주잔고를 공식적으로 밝히길 꺼리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150조원에 육박하는 수주 잔고를 확보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최고의 업체로 평가 받고 있다. 업계는 삼성SDI 수주 잔고가 70조~8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무조건적인 수주에 나서기보다는 채산성, 수익성 등을 고려해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매출 포트폴리오도 유럽에 편중돼 있다. 유럽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을 골고루 공략하고 있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과 대조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매출 비중이 전기차 배터리 기준 20%, ESS까지 포함하면 30% 정도 된다"면서 "매출처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 중국, 유럽 등 전세계 4각 생산체제를 갖춘 유일한 업체다. 국내외 5개의 자체 생산공장과 2개의 합작 생산공장 등 총 7개의 생산기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2012년부터 미시건주 홀랜드 공장을 본격 가동한 후 지속적인 증설을 통해 현재 약 50GWh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말까지 연말 6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에선 GM과 손잡고 연간 생산량 30GWh를 웃도는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역시 2023년까지 30GWh 이상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고자 증설을 지속하고 있다.
2023년 LG화학 생산능력은 2023년 189GWh로, 2025년 261GWh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지난해 3조9000억원을 쏟아부었고 올해도 3조원 규모로 투자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도 생산시설 투자에 공격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5년 100GWh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Top 3 전기차 배터리 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국내외 배터리 공장 생산규모를 오는 2023년 71GWh, 2025년 100GWh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SK이노는 현재 총 3조 원을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에 제1공장(2021년), 제2공장(2023년) 준공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SK이노는 미국에서만 전기차 약 50만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인 연 21.5GWh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또 지난해 말에는 중국 창저우 공장과 헝가리 코마롬 제1공장을 준공해 생산능력을 기존 4.7GWh에서 19.7GWh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삼성SDI는 공식적으로 중장기 생산능력 로드맵을 발표하진 않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2023년 71GWh로, 2015년 99GWh로 생산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배터리 사업부문 흑자전환에 골몰하는 틈새를 SK이노베이션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면서 "연말에는 SK이노베이션의 생산능력이 삼성SDI를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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