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사업개편 중간점검]지지부진한 호텔·토지 매각, 기내식만 '속전속결'②MRO사업부·훈련센터 제외...기내식, 알짜 사업부 매수자 눈독
유수진 기자공개 2020-09-04 10:42:38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2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전방위적으로 자산·사업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격이나 종류에 따라 진행 속도에 차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가장 먼저 매물로 나온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은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반면 상대적으로 매각이 늦게 결정된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사업부는 속전속결로 계약 체결까지 끝났다.이를 두고 '예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매도자가 팔기 싫어하는 '알짜' 매물일수록 매수자에게는 매력적이어서 빠른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기내식·기판은 한진그룹이 마지막까지 매각을 망설이다 마지못해 내놓은 사업이다. 과거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업본부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거래 성사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 '진행 중'…추가 사업부 매각은 '중단'
한진그룹은 올 초부터 사업구조 개편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자산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개월 간 매각 검토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만 15건 가량으로 추정된다.
매각 대상에는 회사 측이 직접 밝힌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외에도 그랜드하얏트인천·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 등 국내외 호텔과 항공정비(MRO)사업부, 마일리지사업부 등이 올랐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몸값이 오른 조종사 운항훈련센터도 한때 주요 매물로 거론됐다.
이 중 매각이 완료된 건 대한항공의 제주시 연동 사택(290억원)과 ㈜한진의 렌터카사업부(600억원), 부산 범일동 부지(3067억원) 정도다. 비주력사업이던 렌터카는 롯데렌탈로, 유휴상태였던 범일동 부지는 대우건설로 각각 주인이 바뀌었다. 최근 대한항공이 한앤컴퍼니와 영업양수도계약을 체결한 기내식·기판사업은 향후 2~3개월 내 거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대부분은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인 단계다. 한진그룹은 지난 4월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국내 호텔 매각 작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 투자설명서(IM) 배포까지 끝난 상태로 아직 예비입찰이 시작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 역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관심을 모았던 MRO와 마일리지사업부는 사실상 매각이 중단됐다. 앞서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이 여의치 않자 외부 컨설팅을 거쳐 항공업 유관 사업부에 대한 밸류에이션 작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각 의사를 접었다. 최근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약속한 '2조 자구안' 마련에 마침표를 찍으며 추가로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은 면했기 때문이다.
영종도에 있는 조종사 운항훈련센터 역시 한때 매물로 거론됐으나 대한항공은 매각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끊기며 아시아나항공 A380 조종사들이 면허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훈련센터 매각시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비슷한 상황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이 사라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운항훈련센터는 항공 조종사들의 훈련을 위한 필수코스"라며 "회사에 필수적인 시설로 매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기내식·기판 '속전속결' 이유는
사실 항공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내식·기판과 MRO, 마일리지사업부 등은 한진그룹이 원해서 내놓은 매물이 아니었다. 알짜 사업부지만 자구안 마련을 촉구하는 채권단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꺼내놓은 성격이 강했다.
심지어 기내식과 MRO는 한진그룹이 지난 2월 유휴자산 정리 계획을 밝혔던 당시 전문사업영역으로 키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부문이다. 당시 매각 대상으로 언급했던 건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정도다.
하지만 정작 해당 자산들은 도통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노른자 땅' 송현동 부지는 지난 6월 예비입찰을 진행했으나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응찰자가 전무했다. 현재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나선 상태다. '만년 적자' 왕산레저개발과 10년 넘게 유휴상태인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는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기내식·기판이 빠르게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가 상대적으로 분할 매각이 쉽고 여객수요 정상화시 가장 먼저 실적이 개선되는 사업부라는 점을 꼽는다. 업황 개선이 곧바로 현금창출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또한 운영도 쉬운 편에 속한다. 눈독을 들이는 매수자가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과거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사업부문을 매각하고도 무리 없이 영업을 했다는 점도 고려됐을 걸로 본다.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기내식사업을 분할 매각해 독일 루프트한자와 8대 2의 지분율로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K)를 설립했다. 이후 15년동안 거래를 이어왔다.
특히 '대안'이 있어 매각 후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가 적은 사업부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기내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LSGK나 게이트고메코리아(GGK)라는 여분의 선택지가 있다. 물론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대한항공은 추후 한앤컴퍼니가 설립할 신설법인의 지분 20%를 취득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매수자의 의지가 확고했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이것저것 팔 수 있는 매물을 모두 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매수자(한앤컴퍼니)의 의사가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기내식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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