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사업개편 중간점검]핵심역량 '수송' 집중, 재무건전성 강화 '본격화'④항공운송·택배 매출 비중 확대 예상…3자연합 압박 대응
유수진 기자공개 2020-09-08 10:11:29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4일 16: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의 '2조 자구안' 마련 외에도 전방위적으로 자산매각을 진행하면서 추후 사업구조와 재무상태에 생길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룹의 핵심 역량인 수송사업 비중이 이전보다 커지고 부채비율 감소 등 재무건전성 강화 효과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처음 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밝혔던 당시의 구상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조 회장은 작년 말 뉴욕 특파원 간담회에서 "항공운송사업과 이를 지원하는 사업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주력인 항공에만 집중할 생각"이라며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3자 연합의 압박이 없었다면 이같은 대응책도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부채비율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은 채권단은 물론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3자연합으로부터 꾸준히 요구받고 있는 사항이다.
◇부채비율 감소 '뚜렷', 이자부담 경감 효과도
현재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 ㈜한진을 중심으로 사업 개편 및 자산매각을 실시하고 있다. 가장 덩치가 큰 건 대한항공이다. 기존 방침에 따라 유휴자산을 처분하던 도중 채권단과 '2조 자구안' 마련을 약속하며 매각 검토 범위가 넓어졌다. 지금은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기내식·기판 사업부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영위 중인 사업은 △항공운송 △항공우주 △호텔 △기타 등으로 분류된다. 주업인 항공운송(여객·화물) 외에도 항공기·항공기 구조물을 설계 및 제작, 생산, 정비하는 항공우주사업과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로 매출을 일으킨다. 호텔과 레저, IT서비스, 지상조업 등은 종속회사를 통해 진행한다.
부문별 매출은 올 상반기 기준 항공운송이 90%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항공우주사업이 7%, 호텔과 기타가 나머지 3% 가량이다. 자산규모 역시 항공운송이 89%로 사실상 대부분이다. 남은 10%를 호텔(5.62%), 항공우주(4.20%), 기타(1.44%)가 나눠갖는다. 매출이나 총자산 비중은 매분기 변동폭이 크지 않다. 실적에 따라 부문별 영업이익 기여도 정도만 달라진다.
따라서 대한항공이 현재 진행 중인 매각 작업을 모두 성공리에 마치면 항공운송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내식과 레저사업을 떼어내 기타부문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항공업에 더욱 집중하는 방향으로 그룹을 이끌어가겠다던 조 회장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재무적 영향은 어떨까. 대한항공은 올 하반기 유사증자와 기내식·기판 사업 매각을 통해 2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에 성공했다. 유상증자 주금 1조1270억원은 이미 지난 7월 납입이 끝났고 기내식·기판 사업 매각 대금 약 8000억원은 연내 손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가 줄고 자본은 늘어 재무구조가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1조1270억원 전액을 다달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상환에 쓰겠다며 월별 세부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내년 2월까지 항공기 리스와 운영자금 마련 등을 위해 산업은행, HSBC, ING 등에서 빌린 돈 중 일부를 갚는다.
대한항공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별도 기준 부채총계는 23조922억원, 자본총계는 2조3359억원으로 부채비율이 989%다. 여기에 유상증자로 들어온 1조1270억원을 단순 계산하면 부채가 21조9652억원으로 줄어든다. 동시에 자본총계는 3조4629억원으로 늘어나 부채비율이 634%로 350%포인트(P) 이상 내려앉았을 것으로 산출된다.
여기에 기내식·기판 사업을 팔아 유입된 자금(약 8000억원)으로 차입금을 갚으면 부채가 추가로 줄어든다. 2분기 말 16조8000억원에 달했던 차입금이 14조8800억원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순손실 등으로 자본총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다는 가정을 깔면 부채비율이 611%까지 떨어진다. 차입금 상환으로 이자비용 부담을 더는 효과도 있다. 대한항공은 분기마다 이자로만 1200억원 이상씩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따라서 연내 송현동 부지나 왕산레저개발 지분(100%)을 마저 매각하면 확실한 재무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왕산레저개발 지분과 제주시 연동 사택 등을 매각예정자산(5218억원)으로 분류했다. 다만 대한항공이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추가 차입에 나선다면 재무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자산매각에 유상증자까지…투자재원 마련 '속도'
종합물류계열사인 ㈜한진은 이미 렌터카사업과 부산 범일동 부지를 정리했다. 렌터카는 지난 5월 업계 1위인 롯데렌탈에 600억원을 받고 매각했고 범일동 부지는 대우건설(3067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내년 1월 거래종결 예정이다.
㈜한진의 자산매각 역시 핵심사업인 수송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이 '하늘길'을 맡는다면 ㈜한진 '육상'을 담당한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구조조정해 택배·물류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작년 동대구·서대구 버스터미널을 매각해 400억원 가까이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한진은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51%)을 택배부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트럭운송과 철송 등 육운부문이 17% 가량이다. 자산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은 오는 2023년 택배 시장점유율 20% 이상 달성과 글로벌 공급망 관리(SCM) 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에 쓸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10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추가로 내놓을 부동산과 유동화 가능한 보유지분도 살펴보고 있다. 연말까지 계속 자산매각을 진행해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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