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구조조정]'자본잠식' 에어부산 자본확충 재시동...기안기금 변수아시아나항공 M&A 무산 후 논의, 아시아나 기안기금 염두…3분기 부분잠식 시작
유수진 기자공개 2020-09-21 11:26:35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8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이 다시 한 번 자본확충을 추진한다. 지난 6월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닥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특히 M&A 무산으로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투입이 결정되며 에어부산의 자본확충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안기금 수령 조건에 '계열사 지원 금지' 조항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에 의존해 근근이 버텨오던 에어부산으로선 자금 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조만간 자본확충 계획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급락한 여객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며 운영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에어부산은 2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상장 LCC 4사 중 가장 높은 1885%에 달하는 등 재무도 심각한 상태다.
회사 측은 아직 논의 중인 단계로 구체적인 방식이나 규모 등은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유상증자를 유력하게 점친다. 항공업황 악화로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은 상황에서 주주배정 유증을 추진하면 상대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얼마 전 한 차례 CB를 발행했다는 점도 이번엔 유증을 택할 거란 관측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에어부산 지분은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이 44.17%, 부산시와 부산지역 향토기업들이 45% 가량을 나눠갖고 있다. 주요 주주들 사이에서 자본확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높은 참여율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부산에서는 아시아나항공 M&A 무산 가능성이 짙어지자 향토기업들이 앞장서 '에어부산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에어부산이 자본확충을 서두르는 건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라고 해석한다. 아시아나항공이 기안기금을 수령하게되면 자회사 지원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자금 조달 통로가 아예 막혀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아 영업을 지속해 왔다. 산업은행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대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우회지원을 했다. 사실상 채권단이 지원한 1조7000억원에 LCC 지원금도 포함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그 돈으로 에어부산의 CB를 인수하고 에어서울에 자금대여를 해줬다.
에어부산은 이전부터 자본확충을 검토해 오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에어부산 이사진들은 지난 14일 회의를 갖고 자본확충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산업이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계약 해제를 통보한 바로 다음날(주말 제외)이다. M&A 무산에 따른 영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날 이사진들은 자본확충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아직 날짜가 정해지진 않았으나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구체적인 내용을 의결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최근 이사진이 모여 자본확충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빠른 시일 내에 방식이나 규모 등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에어부산은 잇단 적자로 자본잠식의 경계를 오가고 있는 중이다. 정확히는 1분기 부분잠식에 빠졌다가 2분기 자본확충 덕에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지난 6월 발행한 500억원 규모 영구 CB가 자본잉여금(546억)에 인식된 결과다. 적자 누적으로 인한 결손금 확대에도 자본잉여금이 더 크게 증가하며 결과적으로 자본총계가 늘었다.
하지만 3분기 들어서도 적자가 계속되며 사실상 지금은 다시 잠식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올 2분기 말 기준 자본금 521억원, 자본총계 525억원으로 잠식을 겨우 면한 상태였다. 국내선 위주로 꾸준히 운항편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객은 전년 대비 3분의1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원 방안 등이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까지 자회사 지원안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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