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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구조조정]'불똥' 튄 에어부산, 불확실성 커진다유동성 우려, 분리매각 가능성 제기…"할 수 있는 게 없다"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15 08:28:16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2일 1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의 미래가 안갯속에 빠졌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이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분리매각 가능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 지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행여 '불똥'이 튈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항공업계에서는 에어부산이 미래 준비 차원에서 진행하려던 자본확충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전환사채(CB) 발행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때 자본을 보충하지 못할 경우 기초체력 악화가 불가피하다.

에어부산은 최근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 지원을 문제 삼으며 다소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이달 기준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약 600억원 가량을 지원받은 상태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아시아나항공이 4월24일 법률적 리스크가 상당한 부실계열사에 대한 총 1400억원 지원을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1400억원을 산정한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지는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에 대한 운영자금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며 1분기에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무엇보다도 언제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사실 양사에 대한 지원은 아시아나항공이 아닌 산업은행이 결정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LCC 대상 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며 이들에 대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직접지원이 아닌 우회지원을 택한 셈이다. 물론 이들 몫을 별도로 책정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 규모를 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아시아나항공은 추후 계열사 지원시 눈치를 보며 망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다시 분리매각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에어부산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하나의 요인이다. 현대산업개발과의 재협상에 나서는 산업은행이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분리매각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 딜 초반부터 '통매각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동걸 회장은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시아나항공이 시너지 효과를 생각해 자회사를 만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일괄매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이 긴 침묵을 유지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기존 입장을 뒤집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던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은행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자회사 분리매각을 검토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최근 "매각 무산시 다각적인 방안에 대해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통매각은 분리매각에 비해 신속한 매각이 가능하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지만 분리매각 선택지를 아예 없애지 않았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가격 등의 이유로 인수포기 의사를 밝힐 경우 산업은행이 한번쯤 꺼내들 수 있는 카드로 보고 있다.

물론 HDC그룹 측이 분리매각을 원할 지는 미지수다. HDC 입장에서는 자회사를 떼어내고 가격을 낮추는 게 '의미있는' 유인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마음을 굳힐 경우 당장 몇 푼을 깎는 것보다 추후 시너지를 기대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핵심은 코로나19 등으로 업황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항공사 인수가 현명한 선택인지 아닌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 같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에어부산이 추진하려던 자본확충 작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위해 CB 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발행가능주식총수 확대와 CB 발행 조건을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변경안을 처리한다. 구체적으로는 주식발행 한도를 기존 1억주에서 2억주로 높이고 CB 발행 조건에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특정한 자에게 발행하는 경우'를 추가한다.

당초 에어부산은 이번 주총에서 주식발행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안건만 처리할 계획이었다. 주총 소집 공시 당시 에어부산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자본확충을 준비하기 위해 발생주식총수 관련 정관을 미리 변경해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자본확충에 나설지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회를 다시 열고 두번째 안건을 추가했다. 사실상 CB 발행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딜 자체가 워낙 가변적이고 시시각각 바뀌니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사실상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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