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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머티리얼즈, 동박사업서 SK와 갈등 불사하는 까닭 20년간 투자해 그룹 '캐시카우' 부상, 2차전지용 동박 수요 확대로 성장 가속화

김은 기자공개 2020-09-29 08:02:17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8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동박(일렉포일) 사업을 두고 SK 계열 넥실리스와 갈등을 빚고 있다. SK넥실리스가 일진 말레이시아 공장 인근 부지를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면서다.

중견그룹인 일진이 SK과 대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만큼 동박사업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20여년간 투자한 사업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 유리한 입지를 대기업에 빼앗길 수 없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진그룹은 총 11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일진홀딩스, 일진머티리얼즈,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스플레이 총 5곳이 상장사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그룹 내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핵심 계열사다. 지분 53%를 보유해 일진머티리얼즈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허재명 대표는 2006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현재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200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현재 허진규 일진그룹 창업주와 장남인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 차남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허정석 부회장은 일진홀딩스를 중심으로 사실상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등을 소유하고 있고 허재명 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 일진유니스코, 일진건설 등을 지배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전자 산업의 필수 소재인 '일렉포일(Elecfoil)'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얇은 구리막(동박)을 뜻하는 일렉포일은 구리를 고도의 공정 기술을 통해 얇게 편 막으로 2차전지 음극재에 들어가는 핵심소재다. 얇으면 얇을수록 더 많은 음극활물질을 담을 수 있어 배터리 용량은 늘리고 무게는 가볍게 할 수 있다.

일진그룹 창업주 허진규 회장은 1978년부터 동박 국산화를 추진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지만 불량률이 높아 상용화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다 1988년 불량률이 낮고 가격경쟁력이 높은 PCB용 동박 생산에 성공했으며 2001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2차전지용 동박 상용화를 추진했다.

이에 힘입어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 동박 제조분야 대표 기업으로 글로벌 동박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등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올해 6월에는 4000억원 규모의 일렉포일을 오는 2025년까지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현재 1조9000억원대 수준이다. 2014년 말까지만해도 일진홀딩스,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등 세곳의 시가총액 합은 7000억원대 수준으로 일진머티리얼즈(2798억원)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일진머티리얼즈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총이 약 2조원 수준에 달하며 일진홀딩스 등 세 회사를 합친 시총을 크게 뛰어넘었다.

전기차, ESS 등 2차전지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터리 소재인 일렉포일 등 동박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배터리 1대에 사용하는 일렉포일은 3g 내외 정도지만 전기차 배터리에는 15㎏ 이상이 소요된다.

2차전지용 동박 수요가 늘면서 실적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4년 4148억원 수준이었던 일진머티리얼즈의 매출은 지난해 5502억원으로 증가했다.

수익성 역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2012년 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3년 148억원, 2014년 286억원 규모의 적자를 지속했다. 이듬해 2015년 1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지난해 468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동박 부문의 빠른 성장이 일진 그룹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시장 흐름에 발맞춰 일렉포일 생산능력을 애초 계획보다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어 실적 성장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 사업이 20여년만에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선두권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 조건에 맞는 고품질 동박을 생산하는 기업은 세계에서 6곳뿐이다. 이 가운데 일진머티리얼즈, SK넥실리스, 두산솔루스 등 3곳이 한국 업체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동박은 고도의 생산기술을 요구하고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해 신규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며 "일진머티리얼즈가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핵심 배터리 소재를 선점한 만큼 향후 일진그룹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사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최근 SK넥실리스와 갈등이 불거진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공장 바로 옆에 SK넥실리스가 공장 부지를 검토하면서 일진 측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진 입장에선 신 사업으로 키워 이제 막 성과를 내기 시작한 동박 사업을 대기업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SKC 측은 현재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여러 국가의 수많은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공장 부지 역시 여러가지 검토안 중 하나일 뿐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후보지 결정은 이르면 연말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SKC 관계자는 "현재 미국과 유럽, 아시아 그리고 말레이시아 내에서도 여러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해당 부지에 대한 투자는 확정된 바가 없다"며 "SK넥실리스는 고객 접근성, 전기요금, 인건비 등 증설 투자에 필요한 조건을 검토하며 글로벌 진출을 적극 검토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적으로 투자 검토 지역의 입지 조건을 확인하려면 투자에 관심이 있다는 의향을 현지 당국에 알리는 태핑(Tapping) 과정 등을 거친다"며 "현재 이를 통해 제시받은 조건들을 면밀하게 비교 검토하며 최적화된 입지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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