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0월 07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투자 진입 장벽 완화 등 민간 주도 창업 생태계 조성을 기조로 벤처투자촉진법이 제정된 지 2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산재해 있던 벤처투자 법령을 하나로 묶고 벤처조합의 투자 의무비율을 완화하는 등 시장 친화적 법 시행으로 환영을 받았으나 제도적 맹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최근 일부 벤처캐피탈은 주무부서인 중소벤처기업부에 액셀러레이터 자격을 잇따라 자진 반납했다. 올해 신규로 액셀러레이터 자격을 취득한 곳이다. 사업 철수 이면에는 운용 과정에서 중대 과실을 범하거나 법을 위배해 자격 요건을 상실한 것과 전혀 다른 배경이 깔려 있다. 그렇다고 벤처투자 사업을 접은 것도 아니다.
요약하면 이들 벤처캐피탈은 그동안 팁스(TIPS·민간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 운용사 지위를 얻기 위해 액셀러레이터 자격을 보유했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근거해 팁스 운용은 액셀러레이터만 할 수 있다.
그런데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으로 '액셀러레이터 자격'이 애물단지로 떠올랐다. 8월 12일 시행에 들어간 벤처투자촉진법은 액셀러레이터의 활동 범주를 개인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 결성과 업무 집행으로 제한했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회사로 분류되는 사모투자펀드(PEF)와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는 신기술금융사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액셀러레이터를 전업으로 하거나 엑셀러레이터를 겸업하는 벤처캐피탈은 PEF와 신기술조합 결성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당초 자본 규모가 왜소한 엑셀러레이터 부실을 방지하고 외연을 확장시켜 단계적으로 일반 벤처캐피탈로 성장을 유도하려 했으나 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액셀러레이터를 겸업하는 중대형 벤처캐피탈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액셀러레이터와 PEF·신기술조합 투자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를 별도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가 본업인 PEF와 신기술조합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 등록을 말소하고 있다. 앞서 자격을 반납한 벤처캐피피탈에 이어 유사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올해 PEF 진출을 추진하던 일부는 갈림 길에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다행히 중소벤처기업부가 창업지원법을 손질해 팁스 운용사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렇게 되면 팁스 운용사 참여를 위해 액셀러레이터 자격을 갖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고 시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예정으로 그 사이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액셀러레이터 자격 반납을 검토 중인 벤처캐피탈 가운데 팁스 운용사가 포함돼 있다. 규제 완화 전까지 업무 공백이 예상된다. 법적으로 운용사 자격이 없는 벤처캐피탈이 팁스 프로그램을 안고가야 하는 상황인데 구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초기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주도의 지원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그동안 수차례 완화를 언급한 액셀러레이터의 초기기업 투자의무비율 40~50%(약정총액 기준)도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손질이 가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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