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0월 14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제는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올 초 글로벌 증시 동반급락의 충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투자자 손실 문제를 떠나 국내 증권회사 몇개가 쓰러질 정도였다. 일부 증권사가 채무 불이행에 임박, 정부가 진화에 나서기까지 했다.주범은 주가연계증권, 즉 ELS였다. ELS를 발행한 증권사는 그 돈으로 운용(헤지:hedge)을 한다. 자체적으로 헤지를 하든지 아니면 외국계 금융회사에게 헤지를 맡긴다. 당연히 자체헤지의 수익성이 높다. 그래서 일부 증권사는 자체헤지 비중을 높였고 말썽은 여기서 생겼다.
증시 급락으로 자체헤지 손실이 불어나자 마진콜(margin call)이 발생, 헤지 상대방에게 지불해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런데 모두가 급박한 상황이 되자 보유하고 있던 자산은 팔리지 않았고 자금을 융통해주는 금융회사도 없었다. 원화든 외화든 씨가 말라 부도 직전까지 갔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아차 싶었던 증권사들은 정부를 찾아갔다. 헤지 상대방인 외국계 금융회사에 우선적으로 지불해야 할 외화가 없었던 증권사들은 풍부하게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정부에게 손을 내밀었다. 금융회사 연쇄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과거 금융위기 트라우마가 있는 정부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의 욕심이 화를 불렀지만 코로나19라는 예견치 못한, 그리고 제어할 수 없는 변수에 대한 대응이었다는 점에서 정부 결정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다.
여기까지는 여의도 바닥 사람들이 대부분 아는 스토리다. 하지만 루머로 떠돌고 있는 그 이면에서 벌어진 일은 좀 황당하다. 부도 직전까지 갔던 증권사들이 정부에게 빌린 외화자금으로 이자놀이를 했다는 루머다. 증시가 빠르게 회복되자 여유가 생긴 해당 증권사들이 1%도 안되는 금리로 받은 정부 외화자금을 타 증권사에 빌려주고 고금리를 챙겼다는 것이다.
이 루머가 사실이라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금융시스템 안정 유지라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증권사 외화 장사에 정부 세금이 쓰였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해당 증권사의 모럴해저드를 넘어 정부와 증권회사 관계자들의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전해 들은 전문가들은 '사실이라면 확실한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너무 급박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며 그냥 넘겨서는 절대 안될 일이라는 것이다. 증권사의 모럴해저드를 인지하고서도 그냥 넘기는 건 정부의 모럴해저드다.
그렇게 보면 정부가 최근 내놓은 ELS 관련 증권사 자기자본 규제가 너무 강하다며 울먹이는 증권사들이 얄미움을 넘어 섬뜩해 보인다. ELS 규제라는 간접 처방이 아닌 당시 이해관계자들과 증권회사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패널티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 '루머들이 사실이었다'는 전제 하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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