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협회 분리, 다시 고개들었다 증권사 주도 금투협 체제, 운용사와 이해관계 상충..사모운용사 의견 반영 미진
이민호 기자공개 2020-10-23 12:59:01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1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문사모운용사를 중심으로 자산운용협회 독립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의 감독이 강화되고 증권사와의 이해관계도 상충하고 있지만 현행 금융투자협회 통합 체제에서 전문사모운용사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금투협 주도 증권사와 이해관계 불일치…애로사항 반영 미미
과거 자산운용협회는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를 중심으로 1996년 설립돼 독립된 기구로 존재했다. 하지만 정부가 업권별로 나눠져 있던 금융시장 관련 법을 2009년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으로 통합하면서 자산운용협회도 한국증권업협회·선물업협회와 함께 금융투자협회로 통합 출범했다. 현재 금융투자협회는 각 업권별로 증권·선물,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부문을 각각 설치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전문사모운용사들 사이에서 자산운용협회 분리 필요성이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를 거치면서 이들의 의견이 제대로 당국과 업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모펀드 최소가입금액 상향 조정에 따른 비즈니스 위축에서부터 최근 사모펀드 전수조사 등에 따른 업무 과중화까지 전문사모운용사가 제기한 건의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운용사들로서는 증권사와의 이해관계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금융투자협회의 주도권을 쥔 주체가 증권사라는 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의 감독이 강화됐고 책임 여부 등에서 증권사와 운용사간 힘겨루기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 주된 배경이다. 하지만 중소형 규모로 산재해있는 운용업계 특성상 집단화가 어려워 피해를 크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모펀드 시장 위축이 특히 중소형 전문사모운용사들의 위기감을 한층 더하고 있다. 펀드 판매를 담당하는 증권사가 운용사 선정 기준을 타이트하게 가져가면서 신규펀드 설정이 크게 위축된데다 운용보수 결정마저 현실적으로 판매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최근 수탁보수가 인상됐지만 자금유치를 위해서는 전체 보수 수준을 제어해야 한다는 이유로 운용보수를 인상하지 못하거나 아예 인하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극히 일부 운용사의 불법적 행위로 촉발된 피해를 전체 운용업계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행 금융투자협회 통합 체제에서 전문사모운용사가 시장의 ‘을’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전문사모운용사의 입장을 당국과 업계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단일 협회 출범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200여개 소형 운용사 중심점 부재…대형사 역할론 대두
최근 수년간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자산운용업권 정회원수는 빠른 속도로 늘어 246개사에 이르렀다. 증권업권 정회원수인 57개사를 크게 상회하는 숫자다. 증권업권·자산운용업권·신탁업권·선물업권을 모두 합친 정회원수 321개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부 금융투자협회장 후보자들이 자산운용협회 분리를 공약으로 간혹 내세운 것도 이들 ‘틈새표심’을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중소형 규모 운용사가 산재해있는 만큼 임직원수나 지점수로 따지면 증권업권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임직원수만 봐도 증권업권이 자산운용업권의 약 3.6배에 이른다. 협회비도 자연히 증권업권이 더 많이 부담하고 있어 회원수가 영향력을 결정짓지 못하는 구조다.
운용업이 최근 3~4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자산운용협회 분리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존재해왔다. 하지만 운용업계에서마저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으면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종합자산운용사와 전문사모운용사의 이해관계 불일치가 꼽힌다. 다수 종합자산운용사가 수탁고 규모 상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금융그룹 계열사인 만큼 계열 증권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의견을 내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금융그룹 계열 종합자산운용사 수준으로 업력과 평판을 갖추고 수탁고도 확보한 일부 전문사모운용사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미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한 이들 운용사는 타격이 크지 않아 굳이 자산운용협회 분리에 앞장설 유인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비교적 큰 전문사모운용사는 최근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피해가 적어 자산운용협회 분리까지 고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현행 체제에서는 금융투자협회가 중소형 전문사모운용사의 애로사항을 얼마나 공정하게 대변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우리금융 "롯데손보 M&A, 과도한 가격 부담 안한다"
- 신한캐피탈, 지속성장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체계 강화
- 하나금융, ELS 악재에도 실적 선방…확고한 수익 기반
- 하나금융, 자본비율 하락에도 주주환원 강화 의지
- 국민연금, '역대 최대 1.5조' 출자사업 닻 올렸다
- [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하이브, 강한 자율성 보장 '양날의 검' 됐나
- [퍼포먼스&스톡]꺾여버린 기세에…포스코홀딩스, '자사주 소각' 카드 재소환
- [퍼포먼스&스톡]LG엔솔 예견된 실적·주가 하락, 비용 절감 '집중'
- [퍼포먼스&스톡]포스코인터, 컨센서스 웃돌았지만 주가는 '주춤'
- 신한금융, ‘리딩금융’ 재탈환에 주주환원 강화 자신감
이민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조달전략 분석]그룹 자금 빨아들인 홍정혁 사장의 청사진
- [조달전략 분석]홍정국號 BGF리테일, 그룹 지탱하는 현금창출력
- [조달전략 분석]BGF 먹여살리는 캐시카우 'BGF리테일'
- [Board Index/두산그룹]이사회 개최빈도 결정한 그룹 구조조정
- [Board Index/두산그룹]탄탄한 지원 조직, 아쉬운 교육 시스템
- [Board Index/두산그룹]사외이사 겸직 비율 40% 선…타사보다 높은 편
- [Board Index/두산그룹]규제 전문가 다수 포진한 사외이사진
- 사외이사는 누가 뽑아야 할까
- [Board Index/두산그룹]내부절차뿐인 CEO 승계정책…위원회 설치 의지는 밝혀
- [Board Index/두산그룹]'보상위원회 미설치' 사내이사 보수는 내규 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