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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지분가치 8.6조로 책정한 근거는 시중은행과 단순비교 불가…핀테크 상징성 부각

한희연 기자공개 2020-10-29 10:38:51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8일 13: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7500억원의 대규모 프리IPO 계획을 밝힌 카카오뱅크가 8조원 중반대의 지분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밸류에이션 수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가치로 업계를 놀라게 했으나, 사업 성격상 이들과의 단적인 비교는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피어그룹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번 카카오뱅크 밸류에이션은 결국 금융업보다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장성에 더 가치를 두고 진행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7500억원 규모의 보통주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2500억원은 신규 투자자로 글로벌 사모투자펀드 운용회사인 TPG캐피탈이 투자한다. 나머지 5000억원은 기존 주주들이 투자하는 구조다. 주당 발행가격은 2만3500원으로 이번 유증에서 평가받은 카카오뱅크의 지분가치는 8조5800억원(증자 완료 전 기준)이다.

8조5800억원은 현재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현재 KB금융지주는 17조원대, 신한금융지주는 15조원대, 하나금융지주는 9조원대, 우리금융지주는 6조원대의 시가총액을 나타내고 있다. 단순히 시총 규모로만 비교했을 때 이제 막 은행업을 시작한 단계인 카카오뱅크가 단숨에 8조원 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데서 업계 관계자들은 적잖히 놀랐다는 반응이 다수다.

2017년 7월 출범해 이제 막 3년차를 달리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들과 실적을 단적으로 비교하긴 힘든게 사실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당기순이익은 137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들어 1분기중 지난 한해의 순익을 넘어서는 실적을 달성했고, 상반기에는 4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에 조단위 당기순익을 내는 기존 금융지주들과 규모로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이익 성장속도는 상당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자산규모도 시중 은행들과는 차이가 크다. 지난해 실질 총자산의 경우 국민은행은 365조원, 신한은행은 348조원, 하나은행은 338조원, 우리은행은 327조원 수준이다. 같은기간 카카오뱅크의 경우 18조원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 자산규모는 24조4000억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으나 여전히 시중은행과는 비교가 힘든 수준이다.

현 시점에서 국내 은행들과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언택트(비대면) 채널 활용 부문이다. 국내은행들의 영업이익경비율(CIR: Cost-Income Ratio)은 40~50%대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경우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강점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직은 초기단계라 CIR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카카오뱅크의 CIR은 3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타 은행 대비 절약되는 비용을 당분간 마케팅 등에 활용한다면 신규고객의 빠른 증가로 상당한 수준의 마켓쉐어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부분은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상당한 요소 중의 하나로 거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조원대의 밸류에이션은 다소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금융업과 단순 비교는 의미없다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이번 밸류에이션은 향후 성장에 대한 추정을 근거로 한 것이고, 성장하는 기업의 멀티플은 기존 기업과는 배수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기존 금융지주들이 전통적인 은행업이라면 카카오뱅크는 IT기반의 핀테크 금융기관이라는 데 주목, 배수를 높게 적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럴 경우 기존 은행업과 비슷한 규모로 이익을 창출하더라도 수익성 지표는 차이가 크게 날 수 밖에 없어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그룹 내 컨텐츠 부문이나 모빌리티 등 다른 부문과의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시너지 기대가 크기 때문에 그룹의 포트롤리오를 고려한 전체적인 시각에서 밸류에이션 평가가 이뤄졌을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IPO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를 전통적인 금융업이라기 보다는 '인터넷 비지니스'로 정의하고 가치평가를 했을 것"이라며 "명확한 피어그룹이 없는 상황에서 강점인 IT기반 서비스를 바탕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느냐를 추정하고, 적어도 10년 안에 현재 시중은행 중간그룹의 이익창출 정도까지는 가능하다는 가정하에 8조원대의 가치를 매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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