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어게인 2015' 금호그룹 백기사 눈길 그룹 재건 당시 박삼구 회장 '우군'…금호티앤아이 CB 인수·금호리조트 매각자문사 '낙점'
박상희 기자공개 2020-11-05 09:57:47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3일 16: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리조트 매각 주관사를 맡은 NH투자증권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끈끈한 인연이 시장의 관심을 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인수금융을 과감하게 지원하며 박삼구 전 회장의 우군이 됐던 NH투자증권은 최근에도 금호티앤아이의 자금 이슈를 해결하는 백기사 역할을 맡으면서 금호리조트 주관사를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다.금호그룹과 NH투자증권의 관계가 가까워진 시기는 2015년 박 전 회장이 그룹 재건에 나서면서부터.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 금호터미널, 구 금호고속 등이 채권단 관리로 인해 오너일가의 그룹 장악력이 약화되자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2015년 10월 설립했다. 금호고속을 통해 계열사를 인수하고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금호티앤아이(옛 케이에이인베스트먼트)는 박 전 회장이 금호고속을 지주회사로 세우는 등 그룹을 재건할 당시 외부 자금을 금호고속으로 몰아주는 창구 역할을 했다. 금호티앤아이는 금호속리산고속과 금호고속관광의 매각대금 마련을 위해 2017년 9월 81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여기에 백기사로 참여한 곳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투자파트너스였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투자파트너스는 벤처기업 투자 및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2019년말 기준 현정은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가 각각 43.57%, 32.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금호티앤아이가 현대투자파트너스를 대상으로 발행했던 CB는 2021년 3월이 만기였다. 현대투자파트너스는 올 초 내부 사정으로 금호티앤아이에 조기 상환을 요구했다.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던 금호티앤아이는 산업은행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NH투자증권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NH투자증권은 10월초 현대투자파트너스가 보유한 금호티앤아이의 CB를 대신 상환했다. 이와 함께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던 만기를 올해 말로 앞당겼다. 전환사채 양도일 기준 미상환 잔액은 315억원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이 거래를 조건으로 NH투자증권이 금호리조트 매각주관사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M&A가 성사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구주 매출 자금을 통해 금호그룹이 현대투자파트너스의 CB를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되자 금호 측에서 NH투자증권에 손을 내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호리조트의 주주는 금호티앤아이(48.8%), 아시아나아이디티(26.6%), 아시아나에어포트(14.6%), 아시아나세이버(10%) 등 4개사다. 금호리조트 매각이 성사되면 금호티앤아이로 지분율만큼 매각 자금이 유입된다.
금호티앤아이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면 현대투자파트너스로부터 인수한 CB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게 NH투자증권의 판단이다. 매각자문사로 수수료까지 챙길수 있으니 NH투자증권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거래다.
금융권에서는 금호티앤아이가 현대투자파트너스가 보유한 CB 상환을 위해 NH투자증권과 손을 잡은 것이 낯설지는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에도 NH투자증권이 금호그룹 백기사로 나선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이 2015년 그룹 재건에 나섰을 때 금호고속은 계열사 인수를 위해 총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고자 했다. NH투자증권은 이 과정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금호고속의 금호산업 인수금융 수천억원을 단독으로 주선했다. 인수금융 3300억원을 셀다운 없이 자기자본(PI)으로 직접 대출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위기의 순간 NH투자증권이 구원투수로 나서준 셈이다.
NH투자증권 뿐만 아니라 NH농협은행도 박 전 회장의 금호그룹 재건에 힘을 실어줬다. NH농협은행은 2015년 박 전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합의한 금호고속 재인수 거래에 2700억원을 지원해줬다.
재계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금호그룹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그가 구축해 놓은 인적 네트워크는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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