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ESG 거버넌스 A+ 기업 해부]에쓰오일, 장수 사외이사 규제 바람에 '경종'④6년 재직 사외이사만 3명, 그럼에도 5년 연속 'A+'
박기수 기자공개 2020-11-09 11:35:22
[편집자주]
재계의 화두인 ESG등급은 이제 투자자들의 투자 기준이 됐다. 높은 ESG등급을 받는 기업이 내 자산을 불려줄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됐다는 의미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ESG 수준이 높을수록 대면하는 리스크의 크기도 작아진다는 점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 E·S·G 중 등급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G(지배구조)다. ESG 평가기관의 지배구조 평가 기준과 어떤 기업이 어떤 요인 덕에 지배구조 A+ 등급을 받을 수 있었는지 더벨이 알아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5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 법무부는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이 담긴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바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 개정안은 사외이사가 한 회사에서 6년(계열사 포함 9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차원이었다. 곧바로 개정안은 공포됐고, 올해 3월 상장사들이 오랫동안 재직했던 사외이사들을 대거 물갈이했다.사외이사들의 교체로 국내 사외이사들의 평균 재직기간은 급격히 짧아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올해 8월에 낸 보고서인 '사외이사 운영현황 국제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평균 사외이사 재직기간은 4.1년에서 시행령 시행 이후 1.9년으로 짧아졌다.
국내 4대 정유사 중 한 곳인 에쓰오일은 이 6년 규제에 '턱걸이'에 있는 회사다. 현존하는 6명의 사외이사 중 3인(△김철수 △이승원 △홍석우)이 2015년 3월 임명됐다. 내년 3월이면 6년을 채워 에쓰오일을 떠나야 한다.
나머지 3인(△황인태 △신미남 △이정순)은 비교적 최근 사외이사로 선발된 인물이다. 황인태·신미남 사외이사는 2018년 3월부터, 이정순 사외이사는 작년 3월부터 에쓰오일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6인의 사외이사들의 평균 재직기간을 산출하면 4.3년(2021년 3월 기준)이 나온다. 앞서 언급된 시총 상위 10대 기업 평균 사외이사 재직기간보다 훨씬 길다. 심지어 시행령 시행 전보다도 길다.
그럼에도 에쓰오일은 ESG평가 중 지배구조(G) 등급 평가에서 매년 최상위 등급을 놓치지 않고 있다. 올해 역시 A+(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부여)를 받았다. 2016년 이후 5년 연속 A+다.
'짧은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의 필요조건으로 본 현 시행령에 경종을 울릴 만한 사례로 언급되는 이유다.
에쓰오일이 평정기관의 고평가를 받는 이유는 실제 사외이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잘 조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사외이사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 현재 이사회 인원 11인중 6명이 사외이사다. 이외 대표이사(사내이사) 1명, 기타비상무이사 4명이 이사회를 구성 중이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인 아람코(Aramco)가 최대주주인 회사다. 통상적인 국내 제조기업 이사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아람코에서 에쓰오일에 상주하는 대표이사를 한 명 파견하고, 나머지 아람코 인사들을 비상근 기타비상무이사로 배치시킨다. 기타비상무이사란 회사에 상주하지는 않지만 회사내 임원으로 주요 경영 현안들을 보고받고 결정하는 등기임원들이다.
에쓰오일은 2015년 이후 이 아람코 기타비상무이사들을 대거 줄였다. 2015년 말 7명에서 이듬해 4명까지 줄이고 현재도 4명(△A.M. 알-주다이미 △S.A. 알-하드라미 △S.M. 알-헤레아기 △Ziad T. 알-무르셰드)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사외이사들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커지고, 회사 경영을 보좌하고 때로는 잔소리하는 인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사외이사의 높은 전문성 역시 고등급 요인이라는 평가다. 학자·정계·법조계 인사들로 사외이사진을 꾸리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에쓰오일은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이 다수 포진돼있다. 경총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비중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그 비율이 18.8%(2020년 2월 기준)에 불과하다. 에쓰오일은 6명 중 3명이 기업인 출신이다.
신미남 사외이사는 ㈜두산 퓨얼셀BU 사장 출신이다. 맥킨지 경영 컨설턴트를 역임했던 경험도 있어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전문가로 꼽힌다. 이승원 사외이사는 전 쌍용정유 회장으로 정유업계 권위자다. 가장 최근 사외이사가 된 이정순 사외이사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 CFO겸 SC제일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이외 사외이사들을 위한 교육 정책도 잘 갖춰져 있다. 에쓰오일은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사외이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온산공장 및 프로젝트 현장 방문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라면서 "경영 현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내부 교육 및 설명회를 통해 사외이사 역할 수행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황인태·신미남·이정순 사외이사의 경우 작년 4월 사우디 아람코를 방문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재직 기간 규제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드문 케이스로 도입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던 제도"라면서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은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사외이사들이 의견을 잘 개진하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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