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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X 30 시리즈 대란'과 아모레퍼시픽 국감 [thebell desk]

안영훈 산업3부장공개 2020-11-11 08:07:01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0일 07: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국내 PC 부품 유통시장에서는 'RTX 30 시리즈 대란'이 화제였다. 겜알못(게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뭔 일인가 하겠지만 한번이라도 컴퓨터를 직접 조립했거나 조립 컴퓨터를 고민해봤다면 흥미로운 사건이다.

사건의 발단은 미국 엔비디아가 출시한 최신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3080으로부터 시작된다. 현존 그래픽카드 중 최고봉이라는 지포스 RTX3080은 2년전 출시된 RTX2080 대비 속도는 두배나 빠른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출시가격은 700달러 수준으로 같다.

얼마 전까지 용산 소매점 등에서 RTX2080의 판매가격은 150만원에 육박했다. 컴퓨터에 조금 해박하고 발품을 팔아도 120만원대에나 구입이 가능했던 상황이라 RTX3080의 판매 가격은 출시 전 150만~200만원 수준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RTX3080 국내 수입사는 오프라인 판매상을 건너뛰고 쿠팡 등 오픈마켓에서만 유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판매가격은 99만원으로 책정됐다. 성능은 좋은데 가격은 이전 모델보다 더 싸니 오픈마켓 판매 개시 후 초도 물량은 곧바로 매진됐다.

99만원의 가격이 가능했던 것은 수입사에서 도매상, 소매상을 거치며 부풀려진 가격 거품을 오픈마켓 판매로 없앴기 때문이다. 중간 유통단계를 없앤 'RTX 30 시리즈 대란'을 다른 말로 도소매 집결지인 용산 전자상가를 지나쳤다는 뜻의 '용산 패싱'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용산 전자상가들은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일이라며 수입사의 정책에 반발했지만 돌아온 것은 과도한 유통 가격 거품으로 불만이 쌓였던 소비자들의 싸늘한 눈총뿐이었다. 결국 이런 사태로 인해 용산 전자상가는 몰락 위기에 처했고 내부에서조차 자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기 시작했다.

엔비디아 수입사의 오픈마켓 판매 정책이 소비자들의 환호를 받던 시기 반대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오픈마켓 판매 정책으로 인해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으며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국내 화장품업계의 거두((巨頭)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생애 처음으로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향후 가맹점주와의 상생안 모색까지 약속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엔비디아 수입사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중국 내 설화수 인기로 한때 잘나갔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사드보복에 이은 코로나19사태로 실적부진이 이어지자 그 타개책으로 오픈마켓 판매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프라인 매장인 가맹점 중심 판매채널의 디지털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비슷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자 상대적으로 고정비 부담이 적은 온라인 판매가에 비해 오프라인 가맹점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동일제품의 온라인 할인 판매가격이 가맹점 공급가격, 즉 공급원가와 같은 수준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가맹점주들이 그동안 폭리를 취했다면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엔비디아 수입사처럼 소비자들에게 박수를 받았겠지만 이번 사태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 본사만 살겠다는 갑질로 인식됐다. 오히려 박수는 가맹 사업 상생 논란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온라인 직영몰 운영을 중단했던 경쟁사 LG생활건강에게 돌아갔다.

그 어느때보다 민감한 시기, 실적 방어에 치중한 나머지 '착한 기업'이란 더 클수도 있는 가치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상황이 안타깝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실적과 상생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묘안을 소크라테스는 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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