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13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가 인성데이타에 400억원을 투자하며 맺은 조건에 시선이 쏠린다. 인성데이타의 기존 투자나 경쟁사의 자본확충 때와 달리 '라이더 수의 증감'이 전환우선주(CPS) 가치 조정의 핵심 변수로 설정됐다. 라이더의 노무 이슈에 민감한 네이버의 스탠스가 투자 계약에 반영됐다는 평가다.네이버는 최근 인성데이타가 발행한 전환우선주(CPS) 903주를 매입했다. 인성데이타가 CPS를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는 동시에 기존 주주가 보유한 구주 일부도 사들였다. 신주·구주 인수에 네이버가 지출한 자금은 400억원이다.
이번 CPS 발행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전환가액 조정이다. 네이버는 최초 전환가액에서 70% 조정되는 경우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반기 동안 로지올의 신규 지점 수를 이탈 지점 수로 나눈 값이 10분의 9 미만인 경우다. 이탈하는 지점의 수가 10곳 이라면 신규로 편입되는 지점이 최소 9곳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과도한 지점 이탈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로지올은 인성데이타의 완전 자회사로 배달대행·광고대행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특히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액티브 라이더 숫자도 비슷한 조항으로 묶여있다. 반기 동안 로지올 라이더의 수가 80% 이하로 떨어지면 전환가액 조정이 발생한다. 이때는 예외 조항이 없다. 액티브 라이더 수의 감소폭을 제한해야만 전환가액 조정을 막을 수 있다. 인성데이타 입장에서는 라이더 이탈을 막기에 좀 더 신경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액티브 라이더 수의 관리에 실패한다면, 전환가액은 최초 1107만3883원의 70%인 775만1718원으로 조정된다. 이에 네이버가 전환권을 행사해 쥐게 되는 보통주의 수는 903주에서 1290주로 늘어나게 된다.
전환가액의 하향은 에쿼티(equity) 밸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환가액이 처음 정해진 것에서 70%로 떨어질 경우 전체 에쿼티 밸류 또한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한다. 기업가치(enterprise value)의 하락 또한 불가피하다.
배달대행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인수한 CPS의 계약조건이 다소 특이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배달대행업체가 전환 조건이 포함된 주식·메자닌(mezzanine)을 발행할 때 구체적인 사업이 포함된 사례가 흔하지 않다는 평가다.
인성데이타가 2018년 찍은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경우 기업공개(IPO)·자산양수도·영업양수도 등 통상적인 내용만 전환가액 조정의 조건으로 포함됐다. 경쟁업체의 발행 때도 유사하다. 메쉬코리아·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가 RCPS 등을 찍을 때도 자본시장적인 조건만 계약에 담겼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에서 네이버가 라이더의 노무 이슈를 집중적으로 검토한 것과 연관 짓고 있다. 네이버는 인성데이타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다가 소수지분 투자로 선회했다. 라이더 관리에 부담을 느낀 점이 네이버가 의사결정을 바꾼 배경으로 꼽힌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산재보험과 교통사고 등 라이더와 관련된 이슈가 지속적으로 조명되고 있다"며 "인성데이타가 라이더 관리에 신경을 쓰게끔 네이버가 계약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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