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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경영분석]롯데손보의 '절묘한' 자본비율 관리법위험계수 높은 주식 '손절', 자본확충 없이 RBC비율 제고 '안정권'

이은솔 기자공개 2020-12-01 07:55:13

이 기사는 2020년 11월 30일 11: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손해보험이 약점으로 꼽히던 지급여력기준(RBC)비율을 안정권으로 끌어올렸다. 위험가중치를 반영해 운용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절묘한 자본비율 관리를 통해 추가 자본확충 없이도 RBC비율 제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올 들어 이번 3분기까지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롯데손보의 영업이익은 2019년 3분기 누적 450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978억원으로 117% 상승했다.

실적 개선을 견인한 건 위험률차손익(사차익)이었다. 롯데손보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사차익에서 676억원, 비차익에서 41억원 증가했고 이자율차익에서는 18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사차익 중에서도 자동차보험 부문만 지난해보다 677억원이 늘었는데, 이는 실제로 이익이 발생했다기보다는 전년의 손해를 줄였다고 봐야한다는 분석도 있다.

손해율이 너무 높아 유지만으로 부담이 됐던 자동차보험 비중을 과감하게 줄이면서 얻은 결과다. 롯데손보는 올해 자동차보험을 전략적으로 축소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자동차 원수보험료는 전년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대신 130%에 육박했던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을 1년 사이 100%로 떨어트려 판매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사업비율 최적화를 위한 결정"이라며 "우량물건 구성비와 대당 보험료는 높아지는 등 보유한 자동차보험의 질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RBC비율 개선세다. 올해 3분기말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193%다. 자본확충 없이도 한 분기 사이에 16% 가량 상승했다. 지난 6월 9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RBC비율을 10% 높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적지 않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구한다. 가용자본이 늘거나 요구자본이 줄면 RBC비율이 상승한다. 요구자본은 리스크별 위험 노출 규모에 위험계수를 곱해 구한다. 위험한 자산에 투자할수록 총위험액이 커지고, 분모인 요구자본이 커지면 RBC비율은 떨어지는 구조다.

이번 분기 롯데손보의 가용자본은 790억원 증가했다. 과거 적립해둔 대손충당금 등이 환입되며 부채성격 자본으로 인정됐고 매도가능자산 평가익과 이익잉여금도 늘었다.

여기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손절'하며 분모인 요구자본이 감소했다. 롯데손보는 대부분 해외주식, 그중에서도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보유 비중이 높았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에 따른 임대수익 등을 배분한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던 미국은 뉴욕 등 주요도시 사무실을 전면 폐쇄하는 '셧다운'을 시행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경색도 국내보다 심했다. 롯데손보는 앞으로도 리츠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손실을 털어냈다. 이에 따라 특별계정 운용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은 2%에서 1%로 줄었고 수익률은 -10%를 기록했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주식 자산을 정리하자 RBC 제고 효과가 컸다. 주식처분에 따라 롯데손보의 신용위험액은 294억원 감소했고 RBC비율은 6% 상승했다.

자산 항목별 신용위험계수를 살펴보면 투자부동산은 9%, 주식은 최대 12%의 위험계수가 적용된다. 현금이나 국공채는 0%, 주택담보대출은 3~6% 가량이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규모의 자산이어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을 때 더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당초 시장에서는 롯데손보가 RBC비율 제고를 위해 자본확충을 하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었다. 지난해 매각 당시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140%로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인 150%를 하회했다. 롯데손보를 인수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4550억원의 자본확충을 통해 RBC비율을 42%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보험사들이 RBC 마지노선으로 삼는 200%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롯데손보 측은 하반기 추가 자본확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자체여력으로도 충분히 RBC비율을 안정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결과적으로 롯데손보는 주식 매각으로 일시적인 이차손실을 입었지만 효율적으로 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보험사가 변동성이 높은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 자산을 사실상 전량매도했다"며 "내부적으로는 RBC비율이 안정궤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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