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운용, 부진한 가치주펀드 '한우물 파기' 통할까 [자산운용사 경영분석]②펀드설정액 6조 하회, 2014년 이후 처음…대표펀드 수익률 개선 과제
이효범 기자공개 2020-12-04 13:00:5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2일 10: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영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액이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6조원을 하회했다. 공모펀드 시장 침체와 함께 대표펀드의 장기수익률 부진이 주 원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수익률이 반등한 이후에도 차익실현성 환매 탓에 설정액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문제는 수익률 회복 이외에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그동안 신영자산운용이 가치투자 철학을 표방해온 만큼 시장 트렌드에 편승해 운용전략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3월말 결산법인인 신영자산운용의 올해 9월말 기준 펀드 설정액은 5조3798억원이다. 지난 결산시점인 3월말과 비교해 14.06%(8800억원)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펀드 수는 271개에서 266개로 5개 줄었다. 펀드 설정액이 이처럼 5조원대로 떨어진 건 결산시점을 기준으로 2014년 3월말 이후 처음이다.
사실 펀드 설정액이 감소하는 건 신영자산운용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다수 자산운용사들은 공모펀드 침체 영향으로 MMF(머니마켓펀드)와 전문사모펀드를 제외하면 펀드 설정액은 줄고 있다. 그나마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펀드가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신영자산운용에 타격은 더욱 크다. 펀드 대부분이 공모 주식형펀드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전체 펀드 설정액에서 전문사모펀드, MMF 설정액 합계의 비중은 7% 미만이다. 90% 이상이 공모펀드로 설정돼 있다. 또 순수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70%를 웃돈다. 운용사의 상반기 펀드 설정액 감소분 중에서 주식형펀드 설정액 감소분이 74%에 달할 정도다.
불과 5년전인 2015년 3월말 까지만 해도 신영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8조8145억원에 달했다. 당시에도 주식형펀드의 비중은 70%로 가장 컸다. 달리 얘기하면 5년여만에 펀드 설정액은 3조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펀드 설정액은 2016년 큰폭으로 줄었다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2019년부터 다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신영자산운용은 허남권 대표의 운용역량을 바탕으로 성장한 가치주 하우스다. 2003년 설정된 신영밸류고배당펀드(운용펀드 기준 설정액 1조8208억원)와 2005년 설정된 신영마라톤펀드(운용펀드 설정액 6163억원) 등을 운용해왔다. 특히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국내 대표적인 배당주펀드다. 한때 운용펀드 설정액이 3조원을 상회한 초대형펀드였다. 2016년 3조원의 벽이 깨진 이후 외형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수년간 수익률 부진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 9월말 기준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최근 3년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10% 대다. 2년간 수익률 역시 -8%대로 저조했다. 올해 연초후 수익률도 마이너스 수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영마라톤펀드의 수익률도 올해 9월말 기준 최근 3년간 -3%대에 그쳤다. 2년간 수익률도 -4%대이고, 연초후 수익률도 -0.2%로 부진했다.
두 펀드 모두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만 수백퍼센트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쌓아왔다. 업계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치주보다 성장주를 더욱 선호하는 추세가 강화된 점을 펀드 수익률 부진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신영자산운용의 펀드 뿐만 아니라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KB밸류포커스펀드 역시 최근 3년간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다.
다만 각 하우스의 대응방식은 사뭇 다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이채원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CIO) 역할까지 겸해오던 체제에서 탈피해 새로 CIO를 선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가치투자 뿐만 아니라 성장성을 겸비한 가치주를 발굴하는 쪽으로 가치투자의 외연을 확대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최웅필 전 상무의 퇴사 이후 가치투자 조직을 축소하고 주식운용본부 산하에 편입했다. 최 전 상무와 함께 펀드 운용을 맡아왔던 정용현 매니저가 책임운용을 맡으면서 운용전략에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달리 신영자산운용은 허 대표를 중심으로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허 대표는 지난해 5월 대표이사 임기를 2022년까지 연장했다. 펀드 수익률 개선이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다만 그동안 '신영'의 기업문화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변화보다는 '한우물 파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국내 증시에서 가치주들이 소외받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치투자 하우스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일정 주기마다 가치주가 상승하는 사이클이 형성돼 왔는데 이같은 사이클이 다시 돌아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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