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엠티 밸류업 사례탐구]경영 전과정 데이터로 연결, '재고관리' 첫 단추②수입-판매 코드 일원화…선순환 구조 구축
한희연 기자공개 2020-12-10 10:01:25
[편집자주]
경영참여형 PEF는 투자기업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높은 가격에 매각, 자본이익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경영효율화, 성장성 발굴 등은 밸류업의 포인트로 부각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밸류업의 영역과 방법론도 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일컬어지는 효율화 작업은 최근 각광받고 있다. 관리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를 구축한 어펄마캐피탈의 선우엠티를 통해 밸류업 성공 사례를 총 3편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9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초 선우엠티에 룩센트 컨설턴트들이 배치됐다. 어펄마캐피탈은 선우엠티 투자를 단행하며 적극적 볼트온을 통해 '육류 가공 및 유통 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하길 꿈꿨다. 이같은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우엠티의 안정적 현금창출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컨설턴트들은 우선 고기창고에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고기가 얼마나 들어오고 얼만큼 남아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재고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수입육 회사들은 고기를 수입해서 도매상(유통사)에 넘기는 단순한 구조로 영업을 해왔다. 선우엠티는 수입한 고기를 도매로 넘기기도 하지만, 직접 식당이나 육가공회사에도 공급하는 등 다소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어 관리의 포인트들이 산재해 있었다. 판매관리 이전 명확한 재고관리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였다.
컨설턴트들은 냉동 창고에서 수작업으로 고기를 분류하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수입되는 소고기들은 각자의 브랜드명과 부위 코드 등이 기입된 채 창고에 쌓여 있었다. 문제는 창고에 있는 재고는 영업팀이 관리하고, 구매는 무역팀이 관리하면서 같은 고기라도 재고 데이터와 구매 데이터의 부위명 등이 서로 달라 매칭이 힘든 상황이었다.
경영참여형 PE로서 회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효율적으로 경영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확한 수입, 판매 데이터를 통한 사전 분석이 필수 요소였다. 투자당시부터 적극적 볼트온을 통해 사업확장을 계획했던 입장에서 경영활동의 예측 가능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 룩센트는 수입시 매긴 고기 부위별 코드를 일원화해 판매코드와 맞춰 나가기 위해 수작업으로 이를 분류했다. 2주간 밤을 새다시피 하며 분류작업을 진행하자, 비로소 경영에 필요한 한 분기치의 데이터가 도출됐다. 여기에는 창고에 쌓인 재고 뿐 아니라 배를 타고 오고있는 중인 재고까지 포함돼 있었다. 재고관리에 있어 블라인드 스팟을 모두 없앤 셈이다.
이들 재고 데이터와 과거 몇 년치의 매입 자료를 분석해 브랜드와 부위별로 적정 재고량의 기준을 결정했다. 예를들어 A브랜드의 B부위는 앞으로 2개월치를 재고로 보유해야 하고, C브랜드의 D부위는 5개월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등의 세부적인 내부기준을 마련했다.
정제된 데이터로 엄격한 재고관리가 가능케 되자 이를 바탕으로 명확한 판매계획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분기 단위 등으로 판매계획을 세울 때 재고 현황과 기준을 감안, 판매량과 시기를 시스템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잔뼈가 굵은 오너의 감각적 판단에 의존해 수입육 구매 결정을 내렸다면 이제는 재고 데이터에 기반해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경영진의 연륜을 활용하기 위한 집단지성 체제인 오퍼(Offer)위원회도 도입했다. 재고 데이터를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특정 부위를 얼만큼 사야할지 C레벨이 함께 결정하면서 관리의 투명성을 높인 셈이다. 주주사인 어펄마캐피탈 입장에서도 투명한 재고관리 기반을 바탕으로 경영 의사결정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
DT를 활용한 엄격한 재고관리 효과는 감사보고서상 경영실적에도 곧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선우엠티의 경우 이전에는 매년 40%의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같은기간 90% 가까이 재고가 증가하며 항상 운전자본 부족 현상에 시달려 왔다. 영업이 잘 되면서 매년 두배씩 성장했지만, 매출 증가폭보다 더 빠른 재고 증가 속도로 돈을 벌어도 현금이 부족한 상태가 계속돼 왔다. 부족한 현금을 메우기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하지만 재고관리 변화 이후인 2019년, 매출이 59% 성장하는 동안 재고증가율은 20%에 그쳤다.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흐름도 -141억원에서 111억원으로 개선되며 DT를 통해 재고관리 시스템이 빠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숫자로 나타났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