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DICC 우발채무, 채권단·FI '다자협의' 이뤄질까소송 리스크 해소 오리무중…이해당사자 묘수에 관심
노아름 기자공개 2020-12-14 08:07:2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이 결정된 이후 투자업계 관심은 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고차방정식을 풀어내기 위한 이해당사자간 다자협의 진행 가능성에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앞서 두산인프라코어 딜 성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DICC 우발채무 처리방안과 관련한 두산그룹의 계획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어 이해당사자들이 내놓을 묘수에 인수·합병(M&A) 업계가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중공업지주-KDBI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지난달 24일 본입찰을 진행한 이후 약 2주가 지나 현대중공업지주-KDBI에 우선협상권한이 부여됐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예견된 결과였다고 받아들이면서도 이후 이해당사자들이 DICC와 관련한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미래에셋자산운용·IMM프라이빗에쿼티(PE)·하나금융투자 등 DICC의 FI들은 매매대금 등 지급청구의 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2011년 DICC 지분 20%를 3800억원에 매입한 FI 컨소시엄은 투자시 계획한 기업공개(IPO)가 무산되자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해 매각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FI는 두산 측이 매도자실사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 매각절차 협조의무를 불이행했다며 소를 제기했다. 2017년 초 1심에서 패한 FI들은 항소했고, 이듬해 열린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FI가 최종 승소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이를 감안해 매각 측은 원매자들에게 두산인프라코어 인수희망가와 DICC 소송이슈를 염두에 둔 금액을 별도로 산정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본입찰에서 원매자들이 제시한 금액은 이를 모두 포함해 8000억원 중후반대로 알려졌다.
이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적분할한 이후 DICC 관련 우발채무를 투자회사에 넘기겠다는 구상이 현실화될 것을 가정하고 구상했던 시나리오다. 다만 우발채무 이전 계획이 실제 받아들여지려면 채권자와 소송 당사자들의 동의가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한 협의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거래종결 가능성에 우려를 키우는 대목으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상법 제530조의9에 따르면 분할 신설·존속회사는 분할 이전 회사채무에 대해 연대변제 책임이 있지만 이관될 자산·부채 등을 어느 회사에 귀속시키는지 정하는 분할계획서에 따라 채무변제 주체에 차이가 생긴다. 두산그룹의 계획대로 현대중공업지주-KDBI 컨소시엄이 인수할 예정인 사업회사가 아닌 투자회사에 DICC 채무를 이전하려면 채권단, FI 등 이해당사자 동의를 구해야한다.
다만 본입찰을 전후한 시점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일까지도 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DICC의 FI들은 매도자-인수예정자로부터 별도의 구두 혹은 서면 요청을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을 앞두고 일부 적격예비인수후보자(숏리스트) 응찰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도 딜 종결에 있어 뇌관이 될 수 있는 DICC 우발채무 관련한 두산그룹의 계획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으로 전해진다.
설령 두산그룹의 계획대로 두산밥캣을 투자회사가 거느리더라도 DICC 소송으로 부담해야할 금액이 두산밥캣 가치를 상회할 경우, 주주들로서는 인적분할 및 두산인프라코어 사업회사 매각 등 일련의 구조에 동의할 유인이 적다. 기존 두산중공업 주주들이 DICC 우발채무를 짊어져야하는 데 대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감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이에 투자업계에서는 대체로 두산인프라코어 딜 종결까지는 난이도가 상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산그룹 사정에 밝은 PE업계 관계자들은 투자회사로 DICC 채무 등이 이관되면 변제능력이 낮은 차주로 바뀌기 때문에, 두산 측이 채권단과 FI 등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실물담보 등 추가적으로 제공할 당근을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매각 측이 어느정도 밑그림을 그린 뒤에야 이해당사자 간 협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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